"단일화"와 이합집산
다른 분이 올린 글보다 적어도 분석적인 글을 올리셨기에 이에 대해 글을 답니다. 뭐 어찌되었건 간에 진보신당과 심상정후보 쪽이 이번 사건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인정해요.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합니다. 그런데 논리가 너무 에스컬레이트 되고 있다는 거죠. 왜 그렇게 가야하나요? 채경★님의 글 순서대로 함 정리해 보자구요.
1. 원칙과 정체성의 문제
첫째, 계급정당... 참 이거 난감한데, 총선 후에 진보신당이 계급정당으로 거듭나게 될지 아니면 시민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대중정당으로 가게될지 저도 장담 못해요. 현재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 특히 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상당수가 노동현장 출신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진보신당이 향후 일정한 형태로 계급정당의 위상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의 정체성 이야기를 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치집단과의 단일화 딜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답답해요. 진보신당이 통합민주당하고 합당한답니까? 대운하 반대 운운하면서 한평석이의 제안을 덥썩 물어버린 심선본이 참 미워지는 요즘이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선본이나 진보신당이 보수정당, 신자유주의 정치집단과 쇼부쳐서 합당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현실, 이거 보면 갑갑해요.
계급정당은 다른 정당의 한 후보가 지 세불리함을 알고 니들에게 내 지분을 넘기겠다고 할 때, 저사람은 우리 계급의 사람이 아니니 받을 수 없다고 할 건가요? 그 수준 되면 그 땐 정당이 아니죠. 혁명전위결사체일 뿐이지.
아닌 말로 심선본이 여론조사 이야기하면서 단일화 이야기했을 때는 두 가지 전제가 있었던 거에요. 첫째, 여론조사 결과는 절대로 한평석이 이길 수 없다. 둘째, 한평석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 역시 한평석의 떡밥에 말리는 거다. 이게 딜레마죠.
한평석은 유시민이 자리를 뀄던 덕양에서 다시 한 번 노무현과 유시민 스타일의 깜짝쇼가 먹힐 수도 있다는데 패를 던진 거죠. 이거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러나 한평석이 착각한 것은 지가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덕양에 있는 시민단체들의 압력도 있었구요.
그 시민단체들이 누군가요? 노빱니까? 통합민주당 지지자들이에요? 뭐죠?
원칙이라는 거 말씀하시는데, 이게 이 단원의 두번째 주젠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여러분들이 주장하는 원칙이라는 것이 "보수정당과 단일화는 안 된다"는 거 뿐이에요. 문제는 진보신당이나 심선본이나 통합민주당하고 당대당으로 또는 당차원의 합의에 의해 "후보단일화"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거에요. 게다가 사안과 관련한 연대라는 이야기를 했어도 결국 한평석이가 곱게 물러갈 길을 터준다는 의의 외에는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걸 "희한한 연대"로 몰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정리해봅시다. 원칙 중요합니다. 자, 여러분들이 이야기하는 원칙은 뭔가요? 보수세력과 손잡으면 안 된다. 좋습니다. 그 원칙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이번 헤프닝이 되었던 단일화 이야기. 이게 지금 여러분들이 원칙으로 강조하는 보수세력과 손잡는 거, 그겁니까? 그 수준이에요?
물론 님이나 다른 분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실질적으로 보수세력과 연합하는 형태로 갈지 모릅니다. 그건 견제해야 되는 것이고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이고 그걸 못막으면 또다시 이 집단을 떠나야죠. 그게 제 입장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직 제가 반발하거나 떠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 원칙 깼다고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제가 볼 때 원칙 깬 거 없어요.
2. 단일화의 배경
님이 글에 썼듯이 문제는 그거에요. "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원한다면 ~ 단일화를 협의하겠다"는 정치적 제스쳐. 이게 심선본에 없었어요. 그런데 인용한 님의 글 솏에 보면 이런 말들이 있죠. 우선 고양주민들이 원한다면. 고양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거면 되겠습니까? 여론조사는요?
심선본은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어요. 지역단체들이 원했고, 지역단체들이 한평석이에게 압력을 넣었죠. 여론? 지금까지 조사에서 한평석이가 심상정 이긴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다음으로 "보험민영화반대, 대운하반대, 핀란드형공교육 시범실시 등에 대한 정책판단에 동의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 이거 얼마든지 내걸 수 있어요. 그거 제대로 내걸지 못한 거, 저도 비판합니다. 명분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실익을 여기서 놓쳤죠. 그리고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러면 그거 비판하면 되요. 그런데 그게 왜 에스컬레이트 되냐는 거에요.
선거에서의 딜과 원내에서 정책에 따라 딜하는 것이 전혀 별개라구요? 왜죠? 선거에선 당선이 문제고 원내에선 입법이 문제니까? 사실 대비될 것 없어요. 똑같죠. 양 당이 합당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진보신당이 이번 단일화 이야기하면서 한미 FTA 찬성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통합민주당이 보험민영화 하겠다고 공약내건 것도 아닙니다.
명분이 문제였다면 그걸 까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에스컬레이트 되는 거 이거 별로 좋지 않습니다.
3. 생각하나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미 단일화 이야기가 쫑났기 때문에 이야기 하기가 더 쉽겠죠.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당게에서 "적의 적은 동지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이건 웃기는 소리니까 패스하죠.
한평석이가 손 내민 내심의 이유에 대해선 저도 크게 다르게 생각지 않아요. 또 배고프다고 덜컥 떡밥물어버린 거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선 다른 생각이 있지만 넘어갑니다.
진보신당의 생존문제로 접근하는 거? 당게에 글 안 올린 이유가 이런 거에요. 이번 건에 대해서 논란은 많은데,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감정에 휘둘려 버리는 거죠. 생존의 문제는 어차피 계속 됩니다. 이번에 심노가 되던 안 되던, 3%를 넘던 못넘던 간에 말이죠.
제대로 된 진보정당, 이거 정말 숙제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번에 몇 단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없어요. 지금 우리에게 생존을 걸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은 의원 몇 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4. 생각 둘
했던 말 계속 반복하는 거 같아서 그렇긴 한데요. 주사파가 과거에 했던 비지론의 관성, 이걸 비교하시는 거. 그거 참 난감해요. 난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싶어요. 이번 헤프닝이 "평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우리의 좌파적 선명성 그리고 적과 아의 구분을 희석해버리는 효과를 동반"한다는 단정. 적의 적은 동지라는 닭성 발언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단정이 가능합니까?
5. 생각 셋
정치적 결벽증. 요 바로 앞에 제가 이슬만 먹고 사시는 분들 이야기를 했어요. 이걸 정치적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당리당략에 따르자는 이야기 하는 거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중앙당 차원에서 논평 하나 나갔더군요. 솔직히 그 논평 보면서 힘은 많이 빠집디다. 한평석이 나쁜놈. 뭐 이런 이야기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헤프닝과 관련해 중앙당에서 해명할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심상정에게 경고하나 보낼까요? 중앙당과 사전 합의 없이 제안에 대하여 입장발표 한 것에 대해서요?
심선본에 대해선 일정하게 말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입니다.
채경★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우려와 비판, 그거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가는 거, 이거 오히려 제가 우려됩니다. 진보신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라도 원칙없이 중구난방 그저 표따라 이리 가고 저리 간다면 그거 바로 주어 패야죠.
진보신당을 비판해주시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에 있을 때에도 민주노동당에 대하여 비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렸듯이 말이죠. 입장의 차이가 있건 없건 관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때려주세요. 그래야 뭐가 되도 되지 않겠어요? 현상에 대한 단편적 일면만을 가지고 그것을 전부인 것처럼 때려버리면 도대체 뭘 받아들이고 말고 할지 난감해집니다.
요즘 진짜 난감한 사태가 많군요.
04총선에서 민노당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와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지역구 차원에서 단일화를 하기로 논의하였다면 행인님 솔직히 어떻게 했겠습니까? 전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행인님 블로그에 글쓰는것을 마치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많이 물어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예 죄다 퍼서 나르고 있는 중이지만서도 크 ^^ 어쨌든 저쨌든 저는 지지하려구요 크 ^^
전복 // 출마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단일화 논의 한다면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의회진출이 목적이라면,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겁니다. 그렇게 의회 진출한다고 갑자기 열우도당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한나라당 전선을 펴자라고 나온다면 말이 달라지지만요. 그래도 의회 진출이 가능하다면 단일화 할 수 있습니다. 비합전위도 필요한 경우에는 딜을 합니다.
물론 저도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민주당과의 '야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여타의 부분에 대해서는 제 글에서 생각을 밝히고 있으니 또 여기다 길게 쓰지 않을께요.
참 요즘에 단일화 논의 때문에 머리가 깨지네요.
박노인/ '의회진출'이라는 목적이 달성 가능할 것 같아 보이면 당연히 단일화 할 수 있다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론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거구요.
이미 한평석은 단일화 제안을 할 때 대운하 반대를 위한 반한나라연대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전복/ 04년에 무슨 일 있었는지는 잘 아시겠죠. 제 입장은 분명해요. 예를 들어 그 해에 민주노동당 후보가 반한나라당 해야한다면서 열우당과 합당하자고 했으면, 아마 눈 돌아가 척살조 띄웠을지 몰라요. 그런데 반대로 열우당에서 미적미적 공천받아 후보가 된 사람이 이번처럼 후보사퇴하겠다고 할 때, 그 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죠. 2004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유시민의 구걸정치, 읍소정치를 단박에 엎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거에요. 열우당입장에서는 완전히 대형사고가 날 일이죠.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그 제안을 덥썩 받을 수도 없고요. 당시 상황이란 것은 조금만 삐끗해도 탄핵정국에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 되버릴 수 있고, 그것은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결코 정치적으로 수준높은 선택이 될 수도 없구요. 이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게 참 어지간하기도 하지만 질문주신 의도가 무엇인지는 잘 알겠어요. 지금 하신 질문하고 이번 사례하고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같은 사례가 되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네요.
에밀리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딱 그 이야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자꾸만 다른 분들에게 말을 거는 이유도 다른 거 아니에요. 딱 그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닌 이야기를 자꾸 하기 때문이죠.
박노인/ 뭐 하여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종합할 수 있어야겠죠.
채경★/ 저도 머리가 깨질라고 하네요. 박노인님 의견에 대해서는 같이 논의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원칙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정치상황에 따른 판단을 해야할 것이겠죠.
한평석이 단일화 제안 하면서 반한나라연대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대운하 반대와 반한나라 연대는 한평석의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의 효과를 기대한 거죠. 하나는 안 되더라도 그럴싸하게 뒤로 빠져서 지역단체들로부터의 지지를 계속 확보하는 것. 그래서 차기를 노리는 거죠. 반대로 잘 되면, 본문에도 썼듯이 노무현 유시민의 뒤를 이어 멋지게 분위기를 반전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런데 한평석의 떡밥은 심상정이 덜컥 물만큼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지네 당 안에서조차 호되게 비판을 당하죠. 그 이유가 바로 전복님이 맨 위에 덧글 단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정 반대의 입장에 선 것이 민주당이니까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제안이 도저히 성립 불가능한 겁니다. 한평석의 짧은 생각도 문제지만 심캠프가 이 부분까지 내다보지 못한 것도 문제죠. 어쨌든 지금 머리가 깨질 것 같네요. 걍 조용히 넘어가지 그러냐는 분들도 있던데, 이걸 그냥 못넘어가는 이유는 그런 겁니다.
보수정당과 야합하는 정당에 남아 있는 나의 정체성은 뭐냐는 거죠. 이걸 따져서 진짜 이 당이 보수정당과 야합하는 당이면 당장 때려쳐야 하는 겁니다. 만일 정 반대라면 이 정당에 대해 옹호해야하고요. 왜냐하면 이 정당을 옹호하는 것 자체가 이 정당에 남아 있는 제 자신에 대한 옹호니까요.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상황으로 보면 아직은 제가 이 정당에 남아 있어도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채경★ // 전복님께 한 이야기였는데...음...일단 채경★님의 글을 읽고(죄송합니다.^^;;)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면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지칭한 '출마의 목적'은 이를테면 심상정의 목적 만을 지칭한 것입니다. 한평석이야 뭐라고 하던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일겁니다. 이를테면, "개소리 마라"라고 하는 것도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되겠죠. 음...생각하다보니까,'후보 단일화'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듯 하네요.
행인 // 저는 일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거의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완벽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이번 건에 대해 에이씨~ 하고 넘어갔는데 그걸 보니 확실히 구름밑에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한가 봐요. ㅎㅎㅎ 당내 선거라거나 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국회의원 선거라면 말씀처럼 케이스별로 대응해야 할 거라고 보거든요.
지난 번에 메일을 보냈던 일산 사는 분이 아쉽지만 선거구가 달라서 투표를 못 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셔서 역시나 슬픈 밤입니다... otz
진보정치운동,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겠죠.. 이런 논의들이 밑거름이 될거구요.. 그래도 주사애들하고 쌔빠지게 날밤 까는 짓 안해도되니 좋습니다 ㅎㅎ
문제는.. 민주노동당 깨고 나온 사람들이 그토록 비판해마지 않았던 '민주노동당스러운' 짓꺼리를 해버렸다는 사실임. 그건 어떤 명분으로 변명하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진보신당 외부의 좌파세력의 우려를 그대로 입증해버렸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반 당원을 핫바지로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개인의 명망과 인지도에 기대는 순간 진보정당은 끝이다. 그 진행과정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가 없이는 진보신당도 끝이다.
그리고, 안 하면 안 했다고 비난했을 것이라는데, 했다고 비판하는 자들과 안 했다고 비판했을 자들이 다른 이들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네요. 그들을 '그냥 딴지세력'으로 생각하는 건지.. 다른 이들의 정치적인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냥 뭉게면서 비판하면 되는 건지.. 헐...
여튼..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사과'와 '원칙에 대한 확인'인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독립한 진보신당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지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해석'해 가면서 옹호해야 하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은 "원칙"을 밝히는데 소극적인데, 실망스런 "행태"에 대한 지지자들의 옹호가 그보다 앞서나가는게 모양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 북한인권 문제만 해도 그래요. 민족주의/국가주의 측면에서 제발 민주노동당과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었으면 하지만서도, UN이나 국회에서 인권을 명목으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북한인권법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요. 다음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지지하는건 아닌가? 이런 의문에 대해 속시원한 해명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 인권" 문제만 이야기하는 행태는, 보수적 북한인권단체와 아무런 차별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신당은 현재 그 발언의 무차별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그 담론의 정치적 파급 효과라는 것이 지배 이데올로기와 대중의 레드컴플렉스에 편승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쟎아요. "우리는 걔네랑 달라, 믿어줘"라는 막연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요. 지나치게 실용적인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이 원칙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것은 역시 의회진출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제도정당의 한계인가 싶고, 그렇다면 인권운동가로서 진보정당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한번 민노당에 학을 떼고 나니까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동동이/ 국회의원선거와 당내선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원칙이라는 거, 이거 정말 조심해야한다고 저도 생각해요. 이번에 제가 다른 분들의 말씀에 대해 조금 과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만, 언제고 원칙이라는 것이 흔들릴 위험이라는 것은 상존하죠. 그렇게 안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지만요...
채경★/ 아마 진보신당이던 심상정이던 이번 건때문에 배운 것이 많을 겁니다. 사실 제 입장은 다른 분들처럼 이번 건의 문제에 대해 두들겨 패는 입장이 되기 쉬웠을텐데, 이건 때리려다 보니 넘 얼토당토 않게 맞는 모습이 보여서요...
지나가다/ 민노스러운 짓처럼 보이는 짓을 한 거 정말 큰 문제라는 거 저도 인정해요. 그러나 그 잘못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두드려 맞는 것은 아니다 싶었던 거고요. 일반당원을 핫바지로 만들어버린 것. 이건 총선 지난 후에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겁니다. 또한 총선 이후 재창당과정에서 가장 쟁점적 문제가 되어야 하구요.
비판의 양측에 선 사람들이 동일한 사람들인 것처럼 상정했다고 하시는군요. 뭐 그렇게 썼습니다. 제 경험상 그 두 편이 거의 같은 사람들이더라구요. '원칙에 대한 확인'은 이미 했어요. '사과'는 심캠프에서 해야할 거구요. '변명'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때려야할 것과 때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달라고 한 이야기니까.
남사표/ 옹호해야하는 사태가 자꾸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옹호하는 것을 감내할만한 소양이 되지 않아서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선 생각이 달라요. 이번 진보신당의 북한인권문제제기는 총선에서 민노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차원이 크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총선과는 별개로 북한인권,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추상적인데, 탈북자문제나 납북자문제를 남한의 정당은 당연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봐요. 단지 "걔네랑 달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미국식 압력행사의 방식으로 가져가는 측과 북한인권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측은 북한인권문제를 왜곡하는데 똑같이 기여한 사람들이라고 봐야겠죠.
레드컴플렉스에 편승하는 것이냐 아니냐는 앞으로 진보신당이 어떻게 활동하느냐를 보면서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예컨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관련 인권문제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진보신당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겠죠. 하지만 민노당과의 대립관계나 혹은 대중추수차원에서 이벤트식로 이 문제를 거론한다면 님의 비판이 들어맞는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