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도 여행은 가능할까?

잡기장
어제 언니네 후원주점에 갔다.
지금껏 여러 후원주점에 가봤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이 적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_-
딱 한명 아는 이는 돈벌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고. 그래서 아는 사람들 올때까지 슬쩍 밖으로 나와 근처 PC방에 있었다.

어젠 은근히 몸을 많이 움직였는데
자전거타고 다니다 걸어다녀서 그런지 어째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더라.
아는 사람들이 그새 와서 다시 들어가 앉았다.
얼릉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티켓 값 계산하는데 꼬여 시간을 좀 잡아먹고 그러다가 보니
옆 테이블에서 타로점을 본다.

요즘 진보불로그를 잘 안했지만 좌파타로쟁이 이후 타로에 관심이 더 생긴데다,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오천원내고 타로를 봤다.
질문을 먼저 정해야 한다네.. 구체적으로. 흠.
가장 궁금한, 묻고 싶은 것이 있긴 한데 왠지 그건 묻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떠오른, 부담 없는 질문을 택했다.

언젠가 인도나 네팔에 한번 가보려고 했고
매년 한두번은 한국을 나가 보고 싶은 바램이라
두개를 합쳐 "내년에 인도에 갈 수 있을까? 가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2~3개월 정도.

타로 결과는 이랬다.
나는 지금 뭔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인도 여행은 잠깐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깨달음이니 뭐니 이런 목표 없이) 다녀오려면 좋다.
혼자 아니면 조용한 사람과 동행하면 적합할텐데 안 그럴듯하다. (뒤집힌 카드가 나왔다) 동행자를 신중하게 골라라.
그런데 뭔가 준비할때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 수 있다. 노력 좀 해야겠다.

흠. 왠지 강렬한 맛이 없어 살짝심심섭섭하지만 왠지 그대로 될 것 같다.
타로 배우고 싶다.
후원주점 한쪽에 벼룩시장을 열었는데, 아프리칸 타로셋트가 3만원.
흠칫. 이런 그럴 법 한거였잖아. 이게 트럼프냐? -_-

같이 있던 watertree 도 타로를 봤는데
내 질문보다 좀 더 간절한(?) 질문이어서 그런지 왠지 더 성실한 답변이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_-
근데 해석하는게 확실히 재밌더라. 옆에서 보니까.

칼 8개가 땅에 꽂혀 있고 그 사이에 한 여자가 누워 있는 카드라 섬찟참혹한 느낌이었는데
해석에 반전이 있었다.
잘 보면 실제로 누워 있는 사람이 칼에 찔린 건 아니다.
또 눈을 가리고 있다.
이건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 극복할 수 있는건데 스스로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거라고.
또 어떤 카드가 항상 고정된 의미를 갖는게 아니라 질문에 따라, 다른 카드와 연결되서 술술 풀려나오는게 재밌더라.
정말 타로 배울데 없을까낭?

자, 내년엔 균형을 잡는게 관건이다.
돈 벌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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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02:27 2007/11/26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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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2007/11/26 10:24 URL EDIT REPLY
맨날 돈벌자면서 삽질만 하던데, 과연 가능할까?? ㅋ
당고 2007/11/26 10:28 URL EDIT REPLY
후훗- 타로 카드랑 해설서 한 권 있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이미지 리딩 같은 거 꾸준히 해가면서 공부하면 돼- 나도 며칠 전에 교보문고 갔다가 서서 한 권 보고 왔지. ㅋ
지각생 2007/11/27 01:37 URL EDIT REPLY
머프// 삽질도 계속 하다보면 건지는게 좀 있더라구요 ㅋ 죽으란 법은 없어

당고// 좋아~ 근데 역시 암기가 어느정도 필요하겠지? -_-
당고 2007/11/27 09:47 URL EDIT REPLY
보통 매뉴얼 한 권쯤은 머릿속에 넣어두고 이미지 리딩을 해나가면 좋다고 하지 ㅋ 하지만 이미지 리딩을 들어갈 땐 매뉴얼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게 좋아-
지각생 2007/11/28 16:48 URL EDIT REPLY
너무 안 얽매일 가능성이 더 크지 싶어 ㅋ
쥬느 2007/12/26 17:00 URL EDIT REPLY
지금부터 인도동호회 활동하심이 어떠신지. 여행지대한 모든 것이 궁금할 때부터 여행준비가 시작되는 거 같아요.
지각생 2007/12/27 04:09 URL EDIT REPLY
글쿤요. 아직 "모든 것이 궁금"하진 않은데 :) 우선은 돈벌 궁리밖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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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라이더의 거듭남

잡기장
디디님의 [수진감자네 집에서 먹은 것들] 에 관련된 글.

동순이의 엄마됨을 축하하면서 다시 떠올리게 된 지난 주말 MT 얘기를 좀 해보자. 우선 첫날, 미련함때문에 팔다리가 한스러워한 이야기다.

나도 저들(디디홍진말랴지음윤미)과 함께 엠티를 가기로 했었다.
그르나 그 전날 인도네시아로 돌아가는 H의 송별회가 뜻하지 않게 달아오르며 할증이 끝나서야 헤어진 바람에, 찬바람을 맞고 5시 넘어 집에 돌아와 퍼지고.. 일어나 보니 이미 12시가 넘었다.

그때까지 난 수진최교네가 "괴산"에 있다는 것 오직 이것 하나만 알았을뿐
괴산이 대체 어디인지, 괴산 어디에 그들이 사는지, 엠티 가는 사람은 누가 언제 어떻게 가서 뭐하고 놀다가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등에 대한 정보를 단 한가치도 수집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고 있었다. 정말 그것에 대해 고민한 시간은 1.5초도 후하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술먹은 뒤끝도 있고 날씨도 쌀쌀하니 밍기적뭉그적거리다가 4시나 되서야 집을 나왔나보다.
추석 해남땅끝 자전거여행 이후 "건방진 라이더~"가 되어 있던 나는, '내가 가지 못할 곳이 어디로냐' 하며 기고만장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강남 고속터미널로 가다 보니 디디의 문자. "수진네 가는법... 청주로 가서... " 그걸 보고야 '흠 청주 근처인 모양이군' 하며 갔다... 하아하아.. -_-

터미널에 가보니 역시나 괴산 바로 가는 차는 없고, 안내하는 분께 물으며 슬쩍 지도를 보니 대략 청주와 충주 중간쯤에 괴산이 있나보다. 흠 청주나 충주로 일단 가서 자전거 타고 가면 되겠군. 보니까 청주행 표는 몇 타임이 매진이라 한참 뒤에 있고 충주행은 30분 후에 표가 있다. 2초의 생각 끝에 충주행 표를 샀다. 바로 그 2초의 생각이 부를 결과를 그땐 알지 못했다.

이때만해도 정말 난 '수진네=괴산' 이보다 심화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 어디야?' '응암동' '응암동이 다 니 집이야?' 딱 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나중에 안 것은, 충주시에서 '괴산군'까지의 거리는, 그 만큼을 더 가야 수진최교가 사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면리. 위 그림 오른쪽 아래가 거기고, 얇은 빨간 줄이 내가 그날 대략 달린 코스가 되겠다.
그러나 이건 거리만을 생각한거고, 충주시에서 괴산군으로 접어드는 저 길에 있는 "다른 색깔"을 보면 알 수 있듯, 정말 사람 잡는 험난한 오르막이 있었다. 괴산군에서 송면리로 가는 길도 오르막이 많고.

그르니까 어쨌냐면,
지난 주말은 다들 아시다시피 무지 추웠다.
처음 가는 길은 다들 아시다시피 익숙한 길보다 힘들다.
혼자 가는 길은 다들 아시다시피 더 길고 외롭고 괴롭다.
비에 젖은 길은 다들 아시다시피 미끄럽고 훨 위험하다.
시골의 밤길은 다들 아시다시피 차가 쌩쌩 달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했다. 전화로.. 문자로..
"(바보야 - 주: 속으로 이렇게 사람들이 말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_-) 그냥 충주에서 찜질방서 하룻밤 자고 낼 들어오셔"
그러나 이건 용기도 아닌데 무모하고, 믿는 바도 없는데 너무나 태연한 지각생은
내가 혼자 찜질방 가기 위해 충주까지 왔던가. 게다가 아직 자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 아닌가. 하면서
마음 속에서 간절히.. "친구들의 말을 들어야해~+_+" 하는 목소리를 "응 들었어" 하고 괴산쪽 방향을 가늠하며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른데.. 친구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옳다는 것이 증명되는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30분쯤, 나는 정말 지나가는 사람 한 사람 없고, 벌써 10분가까이 옆을 스쳐가는 차도 없고, 완전 깜깜한 길에 대책없이 가팔라지는 오르막 길을 달리고 있었다. 춥고 힘든데 그런 것보다 "아놔 대체 이길이 맞긴 한겨" 정말 지금 하고 있는 삽질이 보람이 과연 반푼어치라도 있는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제일 답답했다. -_-
지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 물어 갈텐데, 정말 적막 95%인 낯선 길. 그렇게 계속 끙끙거리며 달리다 뒤에서 불빛이 보인다.
살면서 자동차 불빛이 이보다 반가웠을때가 또 있었을까?
두 손을 마구 휘저으며 차를 세우려는데 차가 그냥 지나치려다가 앞에서 멈춘다.
"아니 대체 어디로 가는 거요?" 그 차에 탄 세명 중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먼저" 물어본다.
"헉헉 괴산에 갑니다"
"길을 잘못 든거 같은디. 나도 자전거를 타서 아는디, 이 길로 못가요. 가면 내일 해뜰때 도착할껄?"
"네? 윽.. " 낭패다. 역시 불안했던대로다. 물어보니 제일 짧은 길임엔 틀림 없지만 그만큼 제일 가파른 고개를 넘는 길이란다. 어떻게 내가 고르는 길은 항상 그러냐. 정말 팔자다. (생각해보면.. 그때까지의 선택 중 어느 하나만 좀 겸손 혹은 신중하게 했더래도 이때 한 고생은 반은 줄었을거다 -_-)

지금까지 온게 억울하지만 돌아가 다시 길을 잡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어떻게 그러냐. ㅠㅠ
날 불쌍하게 바라보던 그 착한 아저씨. 날 보고 묻는다
"꼭, 꼭 가야 합니까? "
지각생, 두 손을 모아 쥐고 아저씨의 눈을 보며 대답한다.
"네." +_+
만화의 한장면이라면 저 반짝이는 눈 모양을 생각하면 될 거다.
"그럼 타쇼"
(앗싸라비야꿍따쿵딱*&^%^#@&*&#*&@*~!!!!)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내가 사서한 고생에 찾아온 행운이라 할만하다. 그 아저씨들은 그 고장 사람이 아니라 경남 진주 사람들인데 일이 있어 충주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다. 원래 다른 길로 갈것을 딴 이유가 있어 그 코스로 잡았다가 날 거두게 되었다.
그들의 덕으로 (감사함다 복 받으삼 ㅠㅠ) 가장 험난한 고개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서 날 떨구고 차는 방향을 돌려 원래 가려던 길로 가고, 난 쭉 내리막을 타 괴산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내리막, 자전거로 내리막 타보신 분 다들 아시다시피 짜릿하다. 신난다.
이럴때만 위험불감증인 지각생은 브레이크를 손에서 놓고 우~휘~힛~! 하며 쫙 스릴있게 내려오곤 하는데...
그러나.. 이때는
깜깜하고
비에 젖은
급경사에 굴곡있는 길이었다. ㅠㅠ
브레이크 놨다간 바로 황천길이다.
흑흑.. 무지 춥다. 입도 뻥긋할 수 없다. 내리막 언제 끝나나.. 이런 생각 해본 건 그때가 역시 처음이다.
건방진 라이더가 완전 겸손 라이더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구구 절절이 얘기하자면 오늘 아침 해가 떠야 끝날거고, 어쨌든 그렇게 해서 괴산 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아..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왔겠지.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자동차 불빛이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고 했지? 이 날 두번째로 반가운 자동차 불빛을 만날때까지 두시간을 더 "낯선 어둔 길"을 달려야 할 줄 어찌 알았으랴. 그 자동차는 사기막까지 날 데리러 온 최교였다. 최교 그날 처음 본건데 정말 완소 훈남이다. 다 필요 없다.

아.. 그날 삽질라이딩을 하며 얼마나 자신의 무모함과 건방짐을 한탄했던가?
흑. 앞으로 어디갈때는 미리 잘 알아보고 준비 잘해서 갈 것이며
사람들이 말리면 말 들을 것이다. ㅠㅠ
12시가 넘어 수진최교네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 걱정 시킨 죄로
지각생은 이미 맛간 썅~용에게 머리를 맞으면서도 마냥 좋아라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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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6 01:33 2007/11/2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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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iss 2007/11/26 10:02 URL EDIT REPLY
안전한 라이딩 하세요~~ ^^
말랴 2007/11/26 12:26 URL EDIT REPLY
캬캬캬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야?
나도 건방진 라이더였지 겨울에 오토바이 타는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끌고 나왔으니... ㅎㅎㅎ
지각생 2007/11/27 01:34 URL EDIT REPLY
Oreiss// ㅎㅎ 넵 근데 또 시간 지나면 불감라이딩할지 몰라요

말랴// ㅋ 그래도 쬐금 멋있던걸? 건방진 라이더들..
디디 2007/11/29 07:31 URL EDIT REPLY
건방진 지각생 황천으로 갈까봐 내가 젤 걱정해줬어. 쿠헤헤헤- 찜질방서 자고오라고 전하라고 한 당사자. -_- ㄱ
지각 2007/12/01 01:54 URL EDIT REPLY
큭. 고맙구만.
수진감자 2007/12/04 10:55 URL EDIT REPLY
이제봤어요..^^ 그것도 벌써 2주아니 3주가 훌쩍 넘었네..ㅋㅋ
지각생 2007/12/06 21:27 URL EDIT REPLY
ㅎㅎ 바로 안 썼더니 역시 안쓰게 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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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자전거, 이야기

잡기장
모처럼 따뜻한 날.
광주에 갔다왔는데 남쪽이라 따뜻한가보다.. 했는데 서울이 더 따뜻하다.

"테크놀로지와 미디어교육" 어허.. 이런 난감한 주제로 어케어케하여 교육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어활동" 혹은 "..운동" 이건줄 알고
jonair 가 방대하게 수집해 놓은 걸 조금 시범 보여주고 적절히 앞뒤로 그럴듯한 말을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교육날 코앞에 닥쳐서야 제대로 눈꼽을 떼고 다시 보니 "..교육"이다.

하.. 도망가기엔 이 바닥이 너무 좁다. -_-

어떻게 촛점을 맞춰야 하나? 무지 고민했다. 1. 테크놀로지를 미디어운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데 있어서의 원칙과 방법. 2. 미디어 테크놀로지 그 자체에 대한 고찰. "미디어는 메시지다" 3. 그냥 최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동향 소개와 상상하기 ...
생각끝에...
다 하기로 했다. -_- 학교 다닐때도 잘 안하고 담담히 추락을 받아들였던 "날치기"를 정말 오랫만에 했다.
정말 하루 동안에 엄청나게 글자들을 읽어들였다. 이 책 저 책 생각나는대로 바로바로 뽑고, 인터넷 검색하고 해서 죽어라고 키워드들을 뽑은 후 그걸 마인드맵으로 만들었다. 못본책은 가방에 넣어서 광주로 내려가는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계속 봐가며. 그리고.. 다행히 선방.

홀가분해지긴 했는데 최근 에너지를 너무 뽑아냈는지 기력이 없다. 날은 따뜻하고 참 좋은데 마음이 자꾸 흔들리니 힘들다.

자전거를 갖고 가서 교육 마친 저녁부터 그 다음날까지 광주 일대를 돌아다녔다. 광주는 이번이 세번째인데, 처음은 아마 2000년쯤 설문조사 알바를 하러 전국의 국공립대를 돌아다닐때 전남대를 간 것이고, 두번째는 올 추석 자전거여행때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갈아타러 들른 것이다. 알바하러 왔을때는 빨리 빨리 돌고 돈을 세이브하려고 최적화된 경로로만 다녔고, 두번째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식당이 연데가 별로 없어 찾느라 여유 시간을 다 보냈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내가 연결된 망을 잠시 벗어나고자 하루 이틀 정도 더 광주에 있으며 돌아다닐 참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긴장은 풀리고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했다. 내게 남은건 자유뿐. 어차피 모르는 지리, 재워줄 친분이 있는 사람은 없고, 시간을 박아둔 다른 일정도 없다. 그냥 발길.. 아니 바퀴 닿는대로 광주의 밤거리를 다니기 시작했다. 풍암지구에서 백운교차로 쪽으로 가다가 무등시장을 가로질러 위쪽으로 가다가.. 다시 오른쪽, 남쪽, 다시 오른쪽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롭게 다녔다. 그러다 남광주역에서 지도를 보고 다시 대남로로 해서 풍암지구쪽으로 돌아와 찜질방을 찾아 들어갔다. 매일은 아니지만 농성장 생활 아니면 밤샘 컴퓨터 작업을 하던 몸이 간만에 뜨끈뜨끈한 물과 방과 바닥을 만나지 푹~ 퍼지는게 느낌이 아주 좋다.

둘째날은 센터에서 점심을 얻어 먹고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광주천을 만나서는 천을 따라 하류쪽으로 따라갔다. 날은 따뜻하고.. 역시 정한 일 없고 정한 목적지 없이 선선히 다니니 기분이 썩 좋다. 한가지.. 자전거 길 바닥이 오래됐는지 피부가 거칠다는 거. 쭉 따라가니 영산강이 나오고,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물이 많진 않지만 제법 분위기가 있다. 4시가 넘어 해는 어느새 붉어지며 저쪽 산허리를 바라고 내려가고 있고 강물엔 그 붉은 해가 비친다. 물 주위엔 하얀 갈대밭이 듬성듬성 있고 가끔씩 큰 나무가 물 바로 옆에 서 있는데 그걸 보니 영산강 물이 줄어든지 꽤 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늘은 파란데 살짝 아이스크림같은 구름이 붉은 해 주변에 있어 그 빛을 부드럽게 해준다. 바람도 잔잔하고 조용한 가을 강가.. 아직 광주 시내일텐데 이런 곳이 있다니. 서울에서 왠만한 곳을 자전거로 계속 다니다보니 광주에선 지도상의 점이 금방 금방 나타나는 것 같다.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니 해가 졌다. 다시 전날처럼 정처없이 달린다. 어제는 밤도 늦었고 처음이라 그랬는지 좀 황량하더니 막 저녁이 된 시내는 역시 활기가 있다. 떡볶이를 먹었는데 삼천원. 윽. 제길. 광주에서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생겼다. 시켜놓고 알았는데, 그 때문인지 맛도 별로 없었다 -_- 그래도 대체로 기분은 양호. 하지만 역시 몸은 생각보다 피곤한가 보다. 에너지가 낮은 수준에서 돌아가고 있다. 기운이 딸리면 감상에 젖기도 쉬운 법. 생각들을 떨치려 다시 달리다 보니 5.18 기념공원이 있다. 밤이라 잘 볼 순 없지만 광주 사람들에게 이제 5.18은 어떤 의미로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역시 자전거를 갖고 오기 잘했다. 앞으로 어디 갈때는 기차보단 버스에 자전거를 실어가는 걸 택하겠다. 일을 마친 후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처음 가는 길은 무거운 차보단 가벼운 자전거가 확실히 좋다. 혼자 간다면 특히.

하루 더 있다 올까했지만 그냥 저녁에 서울행 버스를 탔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그런데 사실은 새삼 두려움이 몰려온다. 감기 기운도 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가보다.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는 만큼 그만큼 두려워진다. 이틀 동안 서울을 벗어나 있으며 숨 좀 크게 쉬고 오려고 했고, 그런 줄 알았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서, 돌아와서 한강을 달리는 길에서 난 단지 계속 도망치고 있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자신을 쫓던 그림자를 역으로 사냥하고, 결국엔 극복해내지만.. 그건 소설속의 이야기일 뿐야.뭔가를 알아간다는 건 그만큼 두려운 일이다. 그리고 두려움은 내 사랑하는 능력을 계속 소진시키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 내 블로그에 우울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때이다. 회복을 위해서. 아무에게나. 무슨 얘기던지.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움 없이 그나마 솔직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늘 인터넷, 내 블로그를 언제고 찾아올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였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는데 한동안 안쓰다 보니 또 막상 뭘 쓸지 잘 모르겠네. 이런 포스팅의 경우 제목 붙이는게 꽤 힘들다 -_-

이젠 희망적인 얘기좀 해볼까? 간만에 수입이 생겼으니 책을 사들일 거다. SF소설들. 이번에 교육 준비하면서 와구와구 우걱우걱 정보들을 끌어모아 삼키다 보니, SF를 다시 파고들어 보고 싶어졌다. 뜻밖에도 말이지. 가을 옷이 없는데 바지랑 신발도 필요하고. 흠. 캔테나 다른 모델을 만들기 위해 납땜도구를 사는 것도 고려중이다. makker는 이제 다시 도와주기 힘들테니.

일단 감기 좀 낫고, 몸 상태가 좋아지길 기대. 요게 지나고 나면 아마 좀 더 신나는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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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17:08 2007/11/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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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2007/11/08 17:29 URL EDIT REPLY
수입이 생겼으면 함 쏴야지 -ㅅ-)
지각생 2007/11/08 17:34 URL EDIT REPLY
누구..?
꼬미 2007/11/09 01:34 URL EDIT REPLY
디디/ 동의
지각 2007/11/09 04:00 URL EDIT REPLY
이런 거지들 -_-
makker 2007/11/09 09:12 URL EDIT REPLY
당신도 거지여~
지각생 2007/11/10 00:48 URL EDIT REPLY
예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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