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피로하여 모처럼 7시전에 퇴근을 하고
몇달을 미뤄오던 자전거 수리를 했다.
앞바퀴 브레이크에 나사 하나가 빠져서 한쪽으로 쏠리는지
달릴때 계속 걸리는 느낌.. 소리도 소리고 힘도 무쟈게 든다.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힘들고 ㅡㅡ;;
그걸 바쁘다는 핑계로 몇 달동안 안 고치고 계속 디립다 페달만 밟아댔으니...
허벅지 살이 좀 있으면 근육이 됐으련만 원체 살이 없는지라 더 빠진 것만 같다.
자전거를 고치고 나니.. 역시 느낌탓인건지 실제 그런건지
휙휙 자~알 나간다.
가파른 언덕길이 두렵지 않다.
ㅡㅡ 또 객기 부리다 힘빠졌다.
오는길에 분식집이 있는데 교복입은 학생들이 많다.
맛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떡볶이를 시켰다. 맛업따. ㅡㅜ
그대로 냉큼 달리니 신촌로타리.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좌회전이지만
암 생각 없이 달리는 나, 자전거는 학교 방향으로 직진한다.
역시 언제나 번잡한 신촌. ㅋ 그래도 이게 얼마만인지.
차와 사람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는 예술 드라이브를 보여준다.
내 이런 모습을 객관화 시켜 상상해 보니 꽤 멋있을것 같다.
더 신나서 멋부리며 학교로 들어갔다.
과방.. 캬. 몇 달만에 오는건가.
전에 쓴 글에서 그랬듯.. 한번 오고나면 "이제 그만 와야지" 하는데
그래도 뭔가 회복이 필요할때? 뭔가 찾고 싶을때.. 종종 학교에 오게 된다.
ㅎㅎ 06학번이 있으려나.. 과방 문을 여는데 설레니 난 참 어쩔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신선한 아해들이 있다. 하이? 난 9x xx여 자네덜언?
ㅋㅋ 선배 대접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제 신기해 하는 후배들 반응이 재밌어서 얼른 내 학번부터 밝힌다.
과방은 늘 그대로다. 분명 많이 변하는데 항상 그대로인 것만 같다.
조금 있으니 면식이 있는 03, 04 학번이 온다. 그 중 한명은 "과방 노인정화 추진위"를 구성했던 넘이다. 몇마디 농을 까다 바둑을 두자고 했다.
ㅎㅎ 한때 장기로 과방을 평정했던 나이지만 바둑은 초보다. 묘수풀이 즐겨하고 신문의 기보는 자주 보긴 하는데 실제 둘 기회가 별로 없으니 늘 그 수준이다.
게다가 첨 바둑을 배울때 사파에게 배운터라.. 오직 단순 무식 꼼수로 밀어붙인다.
나랑 첨 두는 탓인지 선배라 봐주는건지 무식한 내 스탈에 초반부터 난전이 되다가 내가 우세해졌다. 그런데.. 이거 막판에 와서 또 느슨히 그러나 욕심내며 두다가 잡은 말이 거꾸로 내 대마를 잡아버렸다 결국 GG.. ㅡㅜ
다시 혼자가 됐다.
옛날처럼 쇼파에 누워 봤다. 지금 나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누가 와서 놀아주면 좋겠다... 솔직히 이젠 후배들과 노는게 버겁다. ㅋ 그러면서도 같이 놀고는 싶다.
아무도 안온다.
일어나 과방을 구석구석 살핀다. 역시 언제나 지저분한 과방... 곳곳에 흩어진 전투(?)의 흔적들.. 서랍을 열어보니 ㅎㅎ 옛날 사진이 지금도 있다. 농활.. 엠티..
몇번을 본 거지만 또 다시 봐도 새롭다. ㅋ 그 때 생각이 다시 난다. 농활대장으로서 엄청 격앙돼서 오바하던 짓들..
그때는 다른 사람도 힘들어 하니 힘든 내색을 안하는게 미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거지만.. 하여간 그때 엄청 힘들면서도 어거지로 버텼다.
하여간 후배들은 그런 날 신기해 하며 트럭, 경운기에 이어 3호기란 별명까지 지어주고.. 지금도 같이 농활갔던 애들은 그때 내가 얼마나 파리와 세균들을 자연 박멸하였는가를 떠들고 다닌다. ㅎㅎ
사진들을 보다보니...
나란 녀석, 이제 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누구나 자기 사진 보면 잘 안나왔다고 생각하듯.. 나도 내 사진 보면 넘 맘에 안들었는데.. 이제 다시 보니.. ㅋ 다 괜찮다.
그때가 내 전성기였던가? 지금은? 명수처럼 제 8, 9의 전성기? ㅎㅎ
내가 내 사진을 보고 맘에 들어하게 된 것이
그것이 점점 먼 과거의 모습이어서 그런걸까
아님 점점 내 자신을 긍정하게 돼서 그런거실까.. 이거겠지? ㅋ
난 괜찮은 놈이다. 이제 쓸데없이 오그라들지 말자! 아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