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일단 써놓고 나중에 계속 업뎃해야지" 라고 해놓고는 한게 정말 한탱이도 없지만 -_- 또다시 나중을 기약하며, 평소에 생각하던 한가지를 일단 메모.
내 관점은 늘 하나로 모아진다. 괜찮은 무언가를 찾았을때, 저걸 "누구나" 할 수 있는가. 사상, 기술, 문화 컨텐츠.. 그것들이 아무리 뛰어난(전문가의 관점에서) 것이라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거나 아름답게 할 수 없다. 실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들을 누리고 재창조할 수 없다면 나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세상은 잘 하는 사람들의, 뛰어난 것들의 각축장이다. 모두 앞만 보고 달려간다. 어떤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더라도, 지배/피지배/저항 구도를 관통해서 발견되는 것은 이런 "뛰어남"과 "뒤떨어짐"의 모습. 운동 사회라고 다를까? 오히려 더 심하다. "느려도 함께 가는 것"이라는 말은 말로만 그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흐름을 따라잡고 국가와 자본에 뒤쳐진 것을 따라잡기 위해, 실제로는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하는 일을 계속 맡기며, 전체적인 속도를 올리는데만 열을 쏟는다. 운동의 전문화는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부문간 균형이 깨지고 그 전제인 - 사람을 놓치고 나서 전문화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것이 맞을텐데, 언제부턴가 나도 그렇고,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잘 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걸로 보인다. 그 "잘 하는 것"이 한때 혹은 지금도 좋아해서 열심히, 꾸준히 해 온덕에 그렇게 된거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어쩌다 보니 하다 익숙해진 건데 나중에는 그냥 그것만 계속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런 경우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영역으로의 참여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기피하게 된다면 나쁜 것이겠지. 그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분명하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요청한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자기가 해석한 방식대로만 고집하면서 전체 흐름을 깨친다면 그건 비판의 대상이겠고.
최근에 자유소프트웨어 관련한 행사를 하고, 글을 쓰고, 소개하고 다니고 그러면서 내가 기운이 나는 걸 느꼈는데, 이건 분명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그렇긴 하지만 분명 저런 요소도 있다. 내가 이 바닥 - 운동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알고, 잘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더 신이 났을 수 있다는 것.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분명 그런게 있다. 반면, 평소에 적극적으로 관련 주제들에 대해 활동했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움츠려든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 소극적으로 의무 방어를 하는 걸 보며 난 다시 갑갑함을 느낀다. 그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기보단 이게 사실 보편적인 정서인 것 같으니. 운동 사회에서.
그래서, 나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분위기에 맞지 않고, 어설픈 것을 보면 "이런게 필요해.."라고 생각을 한다. :)
다시, 그렇게 "잘 한다"는 건 뭘 말할까? 여기엔 개인의 성취욕구도 포함된것이고, 어떤 불안에 의해 떠밀려 시야가 좁아지는 탓도 있는게 아닐까 한다. 그 불안은 운동의 전망에 대한 것일 수 있고, 개인의 삶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요즘 내가 느끼는 두 개의 불안은, 경제적 불안 -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돈을 벌어야지. 다른 이들은 그래도 다 자기 길을 준비해 놓고 가는 것 같네.. - 하는 것과,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서 오는 불안. 사람들의 관심 혹은 존경을 받고 싶거나 실리적으로 관례를 유지하고프게끔 하기 위해 뭔가 나만의 "컨텐츠"를 가져야 돼. 하는 것들. 불안하지 않다면 잘 하려고만 애쓸 이유도 없고, 잘 못해도 때때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그럴 수 있을테니. 운동 사회가 전반적으로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레 말하면 지나친 생각인가.
모두가 잘한다. 그 말은 모두가 어느 상황에서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런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적어도 운동은 그런 소외감을 서로 서로 느끼게 해서는 안되지 싶다. 기다려주고, 함께 가고, 뒤처진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언제나 많이 요구된다. 하지만 가장 힘든일이기도 하다. 보통 눈에 잘 안띄고, 기록에도 잘 안남는다. 나는 운동 명망가들의 화려한 캐릭터를 별로 믿지 않거나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하고 속으로 비웃어 준다. 물론 이것도 삐뚤어진 선입견이고 오류겠지만, 그래도 그런 관점을 갖고 있는게 그나마 덜 권위에 추종하게끔 하는 장치는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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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리가 안되고 있다. -_-
여튼, 운동에는 두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기존 사회질서를 비판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실제로"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앞에 것은, 특히 그것만 고립됐을때 더 전문성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다른 것은 그런 전문성이 그닥 필요하지 않다. 그냥 좋아서,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에서도 기존 지적재산권 제도 비판과, 실제 자유소프트웨어 향유 문화가 같이 보조를 맞춰 나가야 이게 힘이 된다. 정보공유 운동에는 정보의 사유화를 비판하는(저작권법 비판 등) 운동과 함께 실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게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그걸 누리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룰때 실제 세상이 그렇게 된다. 음반 산업의 횡포를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자유 음악을 만들어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당연하니까" 음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용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엔 그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운동 사회에서는 비판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반 기술인(이런 표현 양해를) 중 일부는 그런 관점과 유리된 상태에서, 실리적 이익이 되는 공유를 추구하고. 혹은 균형보다는 단순히 두 영역 모두 "최소 임계치(Critical Mass)"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주고받고 보조맞추고 할 건덕지가 없는 건지도.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 임계치에 달하기 위한 "무작정" 행동을 계속 해야겠지.
정보공유 운동을 얘기하다 보면 꼭 던지고 싶어 못견뎌지는게 있는데, 바로 "운동 사회는 얼마나 정보 공유를 실천하고 있나?"는 질문. 다양한 영역이 공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 적 사고 방식이 과연 운동 사회에는 얼마나 깊게 박혀 있는지. 선을 긋고,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서로 경쟁하고. 왜 한국 운동 사회에는 아직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개(일반 시민에까지) 정보통신 교육장이 아직 없는지. 왜 힘을 모아 함께 필요한 것들을(각종 장비등) 마련하고, 공유하지 않는지. 모두에게 돌아가고, 앞날을 준비하는 사업을 힘모아 준비하는게 뭐가 있는지. 극심한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한곳에서는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며 힘과 재산을 낭비하고 있는지. 진보대연합이니 이런게 과연 이런걸 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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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라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OS를 너는 쓰자고 하고 있지 않느냐! 라고 말하겠지만, 참 이게 애매하다. 분명 리눅스는 윈도우보다 민중적인 OS임에 틀림 없는데 윈도우가 이미 모든 관문 -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 을 차지하고 있어 그것이 더 대중적인 마냥 느끼게 되는것. 요즘 리눅스는 정말 쓰기 편해졌다. "컴맹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컴퓨터랑 친해질 수 있는 리눅스를 더 소개해야겠다. 컴퓨터를 오래썼지만 여전히 컴맹인건, 윈도우 같은 "가전 제품"이 수동적으로 만들어 놨거나 그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도 한 몫합니다.
원래 이 한 단락에서 시작했는데 계속 앞에만 글이 붙고 그러다 보니 뒤에는 붙지 않는구나. 이런.. orz
하여간 이 글은 계속 업뎃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