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는 현실화되는가?
-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시도를 규탄한다.
지금 국회 법사위에서 통신사업자가 개인의 인터넷 활용기록을 1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하고, 경찰의 요구시 제공하게끔 하는 내용을 포함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심의중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되는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런 장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온라인 범죄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 등 정보화 시대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쉽게 자리잡지 못하는데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 관료적인 정부의 통제 중심의 정책도 한 몫을 해왔다. 이런 점을 시정하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잘못만을 문제삼아 처벌하겠다는 것은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태의 해결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바람직한 온라인 활용 문화의 성숙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때 자발적인 정화과정을 일으킬 수 있는 기본 바탕을 다지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 것이다. 사회적 질환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죄의식을 키워 통제에 쉽게 길들여지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몇명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모든 온라인 사용자의 세세한 거취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정부의 이런 안일한 인권 인식을 보면, RFID와 같은 최신기술이 사회의 편리성을 증대시키는 대신 가져올 어두운 면으로 지적되는 사회적 감시와 통제의 문제가 한국에서 현실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두고, 개인정보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한 정책 가이드라인과 사회 전반적인 인식 확장이 절실하다. 정부는 즉시 사회 구성원에게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명암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에 나서야 하며, 합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할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점점 강화되고 통제되지 않는 공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감시와 통제를 실질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전제가 있어야 지금 정부의 의도가 불순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은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한미FTA로 집중된 듯이 보이는 상황에서 얼렁뚱땅 처리되려 한다는 점에서, 절차 면에서도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있고, 정보통신환경의 특성과 앞으로의 변화 전망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먼저 모든 사람들에게 이 법안이 추구하는 목표와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정부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모두 부족함을 느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는 개인정보보호 원칙 수립과 공권력에 대한 시민 감시와 통제를 위한 기구 설립을 추진하라.
2007년 4월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http://it.nodo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