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뮨터 2

사회운동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새벽에 잠들어 정오 한시간전에 깬 토요일. 멍~한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뒹굴거리다, 사람들 블로그에 써 놓은 말들 떠올리다가 그렇게 한참 있다가 TV틀어 게임을 보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넋을 놓고 겜을 보다 밥을 차려 먹고 나니 벌써 12시. 2시엔 꼬뮨터를 하기로 했다. 지금 출발해야 1시간쯤 전에 도착해 차분히 준비를 할텐데.. 하는 생각과 전혀 무관하게 내 손은 다시 TV를 틀어 겜을 본다. 겜을 직접 안 한지 오래됐다. 보는게 더 재밌다. 점점 더 귀찮다. 정말 바보가 되어가나보다. 내 스스로 생각을 안한다. 책을 읽게 되면 그나마 그것이 억지로 굳어버린 내 사고 흐름을 바꿔 놓아 좋긴 한데, 거기서 더 나가지 못한다. 기껏 나가는 부분과 정도라면 예전에 언젠가 물음을 던지고,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떠올렸을때, 그때와 달라진 내가 새로운 해석을 찾아내는 것뿐. 전혀 새로운 생각들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

정신을 차려보니 1시. 화들짝 놀라 씻고 옷을 입다가 또 이런 생각이 든다. 뭐, 설마 오늘 누가 오려고? 적어도 한달 정도는 나 혼자 노는게 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천천히 움직여진다. 물론 마음까지 여유로워진건 아니다. 여전히 맘은 급하고, 스스로 다그치고. 너 왜 이랴? 누가 시켜서 한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하기로 한건데, 이제 두번째인데 벌써 이러면 우짜냐. 예끼. 결국 1시 반에 집을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종로로 향하는데, 영 귀찮아서 홍제쪽으로 가기 싫다. 그쪽으로가면 고개 둘을 넘어야 한다. 쉽지 않다. 요즘 자전거가 뻑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상태가 안좋다. 풀리지 않는 것이 있어 계속 맘만 부산하다.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어찌 해야할까? 겨우 맘 잡았는데, 역시 아니겠지? 결국 좀더 길지만 조금 더 평탄한 코스를 잡는다. 이것도 시간을 지키려는 맘이 약하니 그렇다. 신촌을 거쳐 종로로 가기로 맘 먹는다.

오늘따라 차가 엄청 막힌다. 자전거가 차도로 다니는데는 두가지 마인드가 있는데, 자전거는 분명 차도로 가야 하지만 분명 보호를 받아야 하는 특수차다. 는게 있고, 또 다른 것은 자전거도 다른 차와 똑같이 여겨져야 되고, 속도가 느릴뿐 분명 같은 "차"다. 는 마인드다. 나는 후자다. 그래서 꼭 차도로만 다니려 하고, 차들이 구박해도 왠만하면 버티고 나간다. 이렇게 막힌 날은 자전거가 훨씬 유리하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기분. 차를 고려해 설계한 질서 구조를 요리조리 유린하는 내 모습. 왠지 기분좋다. (누가 해커기질이랬는데 듣기 좋다)

그래도 역시 막힌 날보단 뻥 뚫린 날이 달리는 맛은 좋다. 계속 신경쓰며 천천히 빠져 나가는데 오늘따라 차들이 심통이 대단하다. 불쑥 튀어 나오고, 괜히 지나가며 빵빵 울려대고, 짜증 지대로다. 그래서 더 속도가 안 붙는다. 신촌에 왔더니 벌써 2시. 이때 전화가 왔다. 뉘여. 나여. 응? 왠일? 어디여? 신촌이여? 언제 와? 한 30분쯤 후? 여기 누구 와 계신데? 잉??!!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어, 이럴수가. 우와, 설마했는데 정말 누군가가 와 계신단다. 등에 타고 있는 게으름신을 땅바닥에 내팽겨치고, 강하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마침 오르막길. 꽤 긴 오르막이다. 신촌 로터리에서 이대쪽으로 가는 길. 하지만 전혀 힘든줄 모르겠다. 마침 전날에 본 "메신저" 영화의 한장면이 생각난다. 그 전날 본 자전거 레이스 애니메이션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마지막 스퍼트 장면도 떠오른다.

그 때 내 왼쪽 차선에 있던 차가 오른쪽 길로 빠지려고 불쑥 오른쪽으로 꺾는다.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니 뒷바퀴가 허공에 뜨면서 겨우 충돌을 면했다.휴~ 살았다. 근데 오른쪽 길이 막혀 그 차는 여전히 내 앞에 있다. 투덜투덜하며 왼쪽으로 돌아가려는데 "퍽!" 오른쪽 어깨를 세게 부딪혔다. 바보다.. -_-; 여튼 그렇게 달려서 그전의 두배 속도로 종로3가 문화연대에 도착했다. 와 보니 토토님이 와 계신다. 흑흑 감격이다. 첫 꼬뮨터 참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딱히 할게 없는데 리눅스 얘기도 하시기에 함께 리눅스를 설치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하는게 마침 그전부터 하고 싶던 리눅스 설치다. 어깨 아픈건 전혀 모르겠다. 신나서 혼자 떠드는 내 모습이 느껴지지만 내버려뒀다.

저녁이 되니 번역모임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드루팔" 사용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6시에는 스페인어 공부도 한다. 토토님이 둘을 모두 원하셔서 더 있기로. :) 오늘따라 스페인어도 귀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 El pueblo, unido, jamas sera vencido.
스페인어 공부후, 드루팔 세미나를 했는데, 그 이후에 바로 번역모임 사람들이 회의에 들어갔다. 미처 상황 판단을 못한 탓에 토토님과 지각생은 뻘쭘히 앉아 있어야만 했다. 토토님 쏘리.
여튼, 그 날은 모처럼 신나는 하루였다. 나중에 포스팅할 생각인데, 그날 밤은 홍대에서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 ^^ 뭐 그것이 아니어도 충분히 보람 만빵. 즐거운 하루였지만.

역시,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건강에 좋다. 그날 너무 무리한 탓에, 일요일을 완전히 폐인스럽게 보내긴 했지만. 꼬뮨터는 앞으로도 계속되리. 토토님 요번주에도 꼭 오시고, 지난주에 못 오신 다른 분들도 이번주 토요일 2시, 문화연대로 오셔서, 함께 즐겁게 놀아봅시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04 23:13 2006/12/04 23:13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2dj/trackback/279
디디 2006/12/05 12:55 URL EDIT REPLY
드루팔 강의, 더 재밌게 해줘!!! ㅋㅋㅋ
지각생 2006/12/05 14:11 URL EDIT REPLY
그날은 안되는 영어로 하느라 재미가 없었던것 :)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