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히를 읽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내가 바꾸고 했던 내 모습이 성억압의 결과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제, 예약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가서는, 라이히 책을 하나 더 샀다. 제목은 "오르가즘의 기능", 내가 이런 제목의 책을 산 것 자체가 진보라고 스스로 뿌듯해했지만, 집에 와서는 식구들이 책 제목을 잘 볼 수 없도록 뒤집어, 벽에 붙여 놓았다. -_-;
"파시즘의 대중심리" 이제 중간쯤을 읽고 있다. 지금까지는 파시즘에 대한 분석적인 내용이었다면, 이제 슬슬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 나올 것 같다. 속도를 더 붙여 읽고 싶지만, 오늘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인식되어 일단 보류. 다음주 수요일에 노동넷(노정단부터) 10주년 기념 행사, 노동미디어 행사가 있다(다들 메모해 두삼). 경험 많은 분께 대부분 일의 총괄을 넘기긴 했지만 분명 내가 해야할 일들이 많다. 그리고 워크샵 한 섹션은 내가 책임지고 준비하게 됐다. 오늘 이것때문에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대영빌딩 주루룩 돌아다니고, 문화연대갔다가, 진보넷, 발제와 토론 부탁할 사람들 만나고, 좀전에야 사무실에 왔다.
오랫만에 영업을 뛰니 -_- 느낌이 새롭다. 삼실에 처박혀 있을때보단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치만 분명 난 영업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성 억압의 결과로 몸에 밴 습관이 아직 떨쳐지지 않아 수줍어 하는 탓이라면 모르겠지만. 분명 아무데나 일단 비집고 들어와 인사할 정도는 되는데, 좀 아니다 싶은 상황이 되면 금방 얼굴이 달아오르고 횡설수설.. :) 안녕하세요~ 조용.. 아, 여기가 아닌가? 수고하세요~
마지막에 간 곳에서, 행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역시 그(들)는 선수였다. 원체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사람들에게 떠맡기고 고민을 안한 탓에 일단 내 머리속에 어떤 그림이 없었고, 생각이 있더래도 그런 행사를 준비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내용이 공허하고, 부실했다. 그런 내가 회의를 주재하다 보니 나온 결론이란 것도 그랬다. 그럴때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기 마련. 이야.. 좋은 내용이네요. 꼭 필요한거였어요. 이런 말을 듣다 마지막에 간 곳에서 비로소 진지하게 의견을 구하니, 바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해 준다.
무슨 할 말이 없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야.. 잘하네. 이래 저래 부끄럽다. 그렇게 못하는 것, 능력과 경험이 딸리는 거야, 각자마다 다른 특기 중의 하나로 생각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커버하기 위한 노력 투여도 분명 적었거던. 여튼 그 의견이 괜찮은데, 그러고 보니 일단 지금 하던 섭외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사람들과 얘기할 필요가 있어 늦게 다시 사무실에 왔다.
잘 될지 모르겠다. 이제 열흘 남았는데, 워크샵 발제/토론자 섭외도 안됐다. 잡은 주제는 거창하고, 의미 만땅의 것들인데, 스스로 감당이나 해내려나. 일단 다른 섹션은 거품과 기름을 빼고, 될 만하게 하긴 했는데, 한 섹션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그냥 가고 부분적으로 고치기로 했다. 시간이 너무 없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나중에 다시 이럴 일이 있으면 반복하지 말아야지. 얼마전에 사람들이랑 술마실때,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계속 지난 날을 후회했다. 그래서, 지금 결과만 기억하고 과정을 잊어서 그렇지, 분명 언제 어디에 있는 누구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을 거라고. 자신을 탓하지 말자고. 그 말을 했었는데, 왠지 그 말을 내 자신에게 하자니 쑥스럽다. 아냐. 나도 최선을 다해왔어..-_-;;
여튼, 오늘부터 불꽃 코딩에 들어간다. 쇼부다! 14일이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으려나? 분명 그때까지 밀어놀 일이 쌓여 있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 쫓기면서 할 필요는 없으리라. 시간을 정해놓고 하니 더 안하게 되는 것 같다. 닥쳐야 하지. 그래.. 닥쳐야 한다. 닥치자. 이제 다시 코드의 세계로 몰입해야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