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타이어에는 세 마디를 쓰려고 했다. makker 의 기획에는.
"맹장수술이 이천만원"
"대학등록금 삼천만원"
"식탁에는 광우병소"
그 날 하루 전, 형이 아프다고 했다. 무덤덤 소심 경상도 남자인 우리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신문만 봤다. 형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버지는 나도 그렇게 아픈지 오래됐다. 나아졌다 다시 아프고 그랬는데 너도 그럴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변명.. 어머니도 어디가 아프다고 하신다. 심상치가 않다. 적어도 나까지 포함한 넷 중 한명은 정말 심하게 아픈게 아닐까. 돈 없는 사람은 겁나서 진료 받으러 못간다. 큰일 터질까봐. 그나마 직장 의료보험으로 바뀌기 전엔 지역의료보험료를 못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철렁.. 아슬아슬 줄타기의 삶.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그런 삶. 하루 하루 그냥 흘려보내는 삶. 이런 걱정을 안고 있을때 퍼포먼스를 준비하던 makker가 위의 문장들을 뽑아내자 이거다 싶었다. 사실 긴 문장, 지나치게 많은, 자세한 설명, 정확한 분석, 어려운 개념.. 이런게 다 무슨 필요가 있는가. 지금 이미 병원비 부담으로 삶이 붕괴된, 되고 있는, 될 사람들에게는 저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을 선전선동하는 걸로 끝나면 안된다. 자세한 정보, 진실을 알려주고 함께 행동하자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말해줘야 된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는 다 찾을 수 있다. 자신이 간절히 원한다면.. 쓰레기 정보가 넘치고 알바가 지랄하고 양이 너무 많긴 해도.. 정말 자신이 알고자 한다면 다 알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다시 간명하게, 핵심을, 그리고 삶과 직결된 문제... 그리고.... 다른 사람 걱정이 아닌, 바로 "자신의 문제"를 얘기하는게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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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ker 는 다른 사람이 보면 난감해할 문제도
"쉬워" "그냥 하면 돼" 하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친구따라 강남가는 나는 그의 제안을 대개 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처음에는 쉬운걸로 시작한다고 했다. 한개, 두개.. 점점 늘려서..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처음부터 잔뜩달고 돌았다 -_-
"비장"과 "숭고"가 내 성장 역사를 통해 내면화된 정서이긴 하지만
난 그런 걸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이런 힘들고 괴로운 퍼포먼스가 그 자체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지만, 역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좋다. 이 때는 그냥 하다 보니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내가 여기서 뭐하는지도 가물가물해하며 그냥 끌기만 했다. 다시 하라면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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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비밀번호를 또 잊어서 퍼간다는 말도 없이 가져왔다.
http://lewis.cyworld.com (좌파 사진 작가들의 모임) 에서. 찍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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