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라는 것은 최초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에 "1.0"이라고 버전을 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짜면 짤수록, 미처 생각못한 버그가 숨어 있다는 것,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겸손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나도 내가 짠 프로그램이나 스크립트에 자신있게 "ver 1.0"이라고 붙인 적이 없습니다. 리눅스의 예를 따라해서 "ver 0.01" 쯤으로 시작해서 ver 0.7 정도까지 올리고는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인격, 성숙도, 완성도에도 버전을 매길 수 있을까요?
만일 매긴다면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요
대단히 조심스럽고 두려운 얘깁니다.
사랑하는 법보다는 살아남는 법을 더 열심히 배워야 했던 탓인지
스스로에게 그리 여유있고 너그럽지 못합니다. 좀 짜죠.
그래서 항상 자신의 미숙함을 엄히 꾸짖고 그런 것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겉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법, 혹은 포장하지 않은 척 포장하는 법을 열심히 연마했습니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다시 그래서, 내 스스로에 대한 버전을 매긴다면
역시 1.0 아래에서 맴돌게 되겠지만,
1.0은 한 단계일뿐 1.1, 1.2, 1.21 ... 2.0, 2.x ...3.x... 95(??), 2000 (ㅡ,ㅡ;) 끊임없이 오를 수 있는 것이겠고,
인간의 성숙이라는 것도 역시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또 다시 그래서, 나는 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지금의 나, 전체로서의 나, 포장된 겉면과 불안한 내면을 모두 가진 내게, 과감히 "1.0"의 버전을 매기려고 합니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든 인정하고 긍정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발전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1.0이 있어야 2.x, 3.x로 갈 수 있지, 스스로를 0.x로 자리매김하는 한, 끝내 1.0도 되지 못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1.0으로 매긴 버전을 다시 1.1로 올리겠습니다.
리눅스 커널의 방식을 또다시 따온 것인데, 그것은 점 뒤의 숫자가 홀수이면 개발버전, 짝수이면 안정버전입니다. 즉 뭔가 코드를 바꾸고 있으면 개발버전을 매긴후, 버그가 잡히고 안정화되면 짝수 안정버전으로 가는 거죠. 1.1로 시작해서 안정되면 1.2로 만든 후, 다시 1.3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1.0에서 바로 1.1로 올린 것은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의 내 자신은 계속 변화해야 할 존재, 내가 원하는 스스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변혁해야 할 존재임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죠.
이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려 합니다. 불완전한 버그 투성이일 망정, 사랑스럽고 유일한 존재인 "동준 ver 1.1". 1.2를 향해 열심히 나가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