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들과 만나는 첫 주에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다를 취업이 최우선이라고 무조건 취직할 생각만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하는 것을 찾아라, 최근에는 보니 여행전문가, 여행작가처럼 글쓰는 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더라. 어디 여행만 그런가, 우리 지역의 사소한 역사와 삶을 파고들어 잘 쓰면 그것도 좋은 책이 되지 않겠는가, 무조건 취업에 목매지 말고 글을 많이 읽고 글쓰는 연습을 많이 해서 다들 좋은 글을 쓰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직업이 최고의 직업이 되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뭐 이란 취지의 말이다.

뭐, 해서 일전에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강바닥 파서 뒤집는 데 들인 23조원을 전국 군, 구 단위에 작은 도서관을 하나씩 지어, 최소 10,000개를 지었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어땠을까? 커지는 않겠지만 지역 건설업자들과 그 지역 일용 건설노동자들이 좀 좋아할테고, 그리고 도서관에 정규직 사서와 행정직원을 최소 6명씩만 고용해도 6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 도서관학과 학생들의 취업이 증가하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이들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씩만 구입해도 6만권의 책이 판매될 테니 출판 시장이 확대되고, 그러면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형성될 테고, 결국 우리의 인문적 삶이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무표정하고 떨떠름하고, 몇몇은 관심을 보이고 다수는 외면하는 그런 분위기다. 선생의 말이 전혀 현실성이 없고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 속편한 소리만 한다고 생각하겠지. 더러는 전형적인 꼰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서 채용 뒷전 공공도서관 수 늘리기만 ‘골몰’하는 정부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 입력 : 2015-02-05 21:23:31수정 : 2015-02-05 21:29:51

ㆍ문화부, 올해 47곳 개관… 인력은 10년째 제자리걸음
ㆍ학교 도서관, 2011년 이후 1명 뽑아… 독서교육 ‘후퇴’

정부가 올해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공공도서관 확대 계획이 겉만 요란할 뿐 속은 부실해 ‘속 빈 강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서 확대 및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 개발 등을 알차게 진행하려면 도서관 건물의 확충보다 사서(司書) 등 관련 전문인력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인데,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어 최근 확정·발표한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보면, 올해 전국적으로 모두 47개의 공공도서관이 새로 문을 연다. 이로써 전국 공공도서관은 968곳으로 늘어나고, 공공도서관의 장서 또한 500만권 더 늘어난다.

문화부는 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머리를 맞대 모든 연령층이 이용하는 도서관에 시민들이 읽고 배우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인문정신문화 프로그램 강좌도 2640개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독서 및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 중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감당할 인력 충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도서관 전문인력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www.libsta.go.kr) 자료를 보면, 2003년 이후 사서 직원 숫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공공도서관 1곳당 4.3명 수준이다. 1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늘어나는 도서관 숫자를 사서 직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마저 도서관 1곳당 직원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전체 직원 대비 사서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폭이 점점 감소해 여전히 50%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권우 한양대 특임교수(도서평론가)는 5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장기적 관점에서 깊이 있는 고민, 알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 지금 상황이라면 전문성은커녕 기존 강좌를 그대로 베끼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업무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사서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업무를 재조정하거나 급하면 임시직 등 비정규직 고용을 통해 겨우 막는 수준이다보니 체계적인 책 자료 수집이나 주민 대상 독서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도서관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아이들 독서교육은 거의 종적을 감췄다”며 “노무현 정권 후반기 3년간 367명 늘어난 사서교사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는 겨우 3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2011년 이후 3년 동안은 결원 보충으로 단 1명만 임용했다. 


정부는 정규 인력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거나 사업별로 상황에 맞게 임시 계약직 등을 일시적으로 고용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책임성이나 전문성 면에서 정규 사서가 꾸준히 사업을 점검·추진하는 게 좋지만 예산 문제도 있어 사업조정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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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8 16:30 2015/02/08 16:30

황홀한 ‘미지의 패턴’

노승영 | 번역가 /경향신문 2015-02-06 

 

요즘 둘째 따라 바이올린을 배우는데, 학원에 가자마자 선생님에게 바이올린을 건네면 튜너로 줄 하나를 조율한 뒤에 이 줄 소리를 들으면서 나머지 줄을 하나씩 맞추는 것이 늘 신기했다. 선생님 말로는 음이 맞으면 소리가 울린다는데 나는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도 그냥 두 개의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음을 울리면 진동수가 정수배인 소리(배음)가 동시에 울린다는 사실은 배워서 알고 있다. 바이올린 현의 한가운데를 누르고 활을 켜면 원래 음보다 한 옥타브 높은음이 나고 3분의 1 지점을 누르면 그보다 5도 높은음이 난다. 이렇게 진동수가 맞아떨어지는 음들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이것이 화성의 기본이다.

 

이에 반해 진동수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불협화음은 귀에 거슬린다. C와 F#의 3온음은 ‘음악의 악마’라 불렸으며, 교회 음악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런가 하면 수학에서는 유리수의 합리적인 세계에 불가사의한 무리수가 끼어들었다. 음악과 수학 둘 다 질서와 무질서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렇듯 음악은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에드워드 로스스타인의 <수학과 음악>(경문사, 2002)에서는 이것이 하찮은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학과 음악은 둘 다 세상을 추상화하는데, 수학이 공리를 가지고 증명을 도출한다면 음악은 음정을 가지고 곡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의 주요 기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서양 고전음악은 감정과 별개의 내적 형식이 있다. 개별 곡의 전개는 이러한 양식을 따름으로써 정당화된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다음 음을 예측하지 못하지만, 그 음을 듣고 나면 필연적으로 이 음이었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알지 못하는 패턴이 음의 배열을 지배하는 듯한 느낌.

패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페이즐리 무늬처럼 자신을 그대로 복제하는 패턴이 있는가 하면 망델브로 도형처럼 부분 안에 전체가 들어 있는 패턴이 있다. 첫 번째 패턴은 어디를 보아도 똑같아서 누구나 한 번 보면 파악할 수 있지만, 두 번째 패턴은 시야를 넓혀야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은 권력을 손에 넣는다. 패턴은 인과관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제가 이러한 숨겨진 패턴을 무기로 사람들을 지배했다. 우리는 무질서한 자연이 이 같은 단순한 규칙으로 환원되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낀다. 고전 음악의 조화와 균형, 즉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패턴을 배신하는 곡, 이를테면 쇼팽의 전주곡 A단조에서 우리가 ‘숭고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대상이 우리의 합리적 이성에 적응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지만, 숭고함은 우리의 판단을 뒤엎으며,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상력에 대한 난폭함’인 것 같다.”(207~208쪽) 무한의 개념 앞에서도 우리는 수학적 숭고함을 느낀다. 직관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개념을 수학자가 증명해 냈을 때 우리는 거대한 자연 앞에 선 듯 자신의 한계를 자각한다.

 

곡의 첫 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의미는 음정, 즉 음과 음의 관계에서 생긴다. 곡이 진행되면서 음이 쌓일수록 의미가 풍부해진다. 마치 조물주가 자신의 신비를 조금씩 보여주듯, 음악은 그렇게 전개된다. 미지의 패턴이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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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8 16:08 2015/02/08 16:08

[세상읽기]2월8일은 기권이오!
유용화 | 시사평론가·동국대 대외교류硏 책임연구원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하면서 그들끼리의 난타전, 이전투구 양상까지 벌이는 선거판이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이다. 이들의 TV토론회를 본 사람이라면 “아니 어떻게 야당이 저렇게까지 가버렸나…”라고 혀를 찰 것이다. 친노와 비노의 계파 대결도 아예 내놓고 하고 있다. 호남 홀대론, 인신공격, 무책임한 정치공세 등 마치 전당대회가 끝나면 갈라설 것 같은 기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후보, 그는 지난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또 그 이후에도 NLL 공방 등 참여정부 시절의 실정 한가운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치 초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지 오래됐다. 2007년 대선 때 열린우리당은 해체되었으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됐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국민이 진보세력에게 확실한 지지를 보여준, 은혜받은 정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를 살리지도 못했고, 양극화 현상을 부추겼고, 남북관계에 대한 실질적 개선은 크게 보이지 않았으며, 신자유주의 격랑을 오히려 방조하는 정권이 돼버렸다. 그때 국민들은 진보세력과 운동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접었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아직도 그 타성과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무현이라는 유령을 안고 권력욕만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정말 대권을 잡고 싶다면 대안을 가진 새로운 문재인을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지지율 반등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실정에 대한 일시적 견제심리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착각마저 보여주고 있다.

박지원 후보 역시 김대중 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당의 원로 격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이 진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인이라면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정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후배 정치인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김대중 리더십이 무엇인지 희생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는 날이면 날마다 문재인 후보 흠집 내기에 바쁘다. 친노를 도덕적·정치적으로 공격하고 그 반감을 등에 업어 당대표를 거머쥐려는 노회한 선거전술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왜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나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친노세력이 잡으면 분당이 되니깐 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라는 협박전술(?)만 보일 뿐이다. 정말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그가 분당에 몸을 실을까. 두고 볼 일이다.
 

운동권 출신 이인영 후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박지원 사이의 틈새전략을 취하는 것 같은데, 그는 스스로를 새로운 세력이라고 칭한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력도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나이만 갖고 새로운 세력이라고 하니깐 좀 우습다. 얼마 전부터 속칭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는 기득권 지키기, 틈새전략, 유력 정치인에 편승해서 공천받기 아니었던가. 당이 이렇게까지 되는 동안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세력은 무엇을 했는지, 친노와 비노의 대립 상황에서 눈치만 보았던 486이 아니었던가. 80년대의 용기와 희생은 이미 배지라는 기득권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새누리당은 지도부를 비주류로 선출했다. 포스트 박근혜를 이미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집권 시절, 박근혜 후보가 마치 MB 정권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위장해서 정권을 잡았듯이, 차기 대선 역시 반박근혜 위장술, 그러한 눈속임이 벌써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적권력 쟁취에만 한눈이 팔려서 명분은 잃어버리고 지나간 노래 구절만 씹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386의 부활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2월8일은 기권하기로 했다. 물론 당원이 아니라서 투표권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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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4 13:52 2015/02/04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