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지원이 아빠한테 다녀왔다.
동지들이랑 벽제 용미리 제2묘지에 갔다.
지원이 아빠가 거기에 있다.
가로 세로 20cm나 될까말까 하는 정사각형 서랍 속에 그가 있다.
서랍 앞에는 지원이 아빠가 제법 폼 잡고 찍은 사진과, 조그마한 화관이 걸려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곳은 숫자가 참 중요하다.
2000년 그 형을 화장한 뒤
2001년 첫 해 그 형을 찾아갈 때는 한참 헤맸다.
1묘지에서 한참 헤매다가 2묘지를 찾아냈다.
그 다음엔 몇층인지, 몇 호실인지 따위...
지원이 아빠를 찾아갈 때는 '숫자'를 잘 외워둬야 한다.
맨 앞에 붙어있는 숫자, 1962. ~ 2000.
이걸 보더니 한 선배가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쟤는 안 죽었어도 됐는데..."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하듯 "넌 오늘 안와도 됐는데..."라는 말처럼 한다.
우리가 어이없어 웃자 그 형이 덧붙였다.
"사람 생각이 구름 같은건데, 한 순간에 잘못 생각한거지..."라고 한다.
그렇다. 지원이 아빠는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내가 어찌 아랴...
그냥, "사람 생각이 구름같다"는 말을 떠 올리며,
나의 생각이 행동에 미치기 전에 다시 한번 더듬어보는 수 밖에...
그 이쁘디 이쁜 지원이는 내년에 벌써 중학교에 간단다.
우리는 돈을 걷어 지원이 교복을 사주기로 했다.
얼마나 더 이뻐졌을까...
지원이와 해우 커가는 걸 보는 지원이 엄마 마음은 또 얼마나 무거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