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나의 화분 2010/11/27 07:27

내 친구는 성격이 활달합니다.

책임감이 강한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싸움에 휘말리기도 하죠.

그런 성격을 자신은 지랄맞다라고 표현했어요.

또 승부욕도 강하다고 합니다.

지기 싫어하는 것인데, 덕분에 그는 장학금까지 탔어요.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내며 공부를 합니다.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말한다면 마치 어른이 아이 대할 때 쓰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번도 그가 어리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 눈에 그는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그에겐 항상 생기가 흐릅니다.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모여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해요.

우울한 에너지를 발산해 주변을 물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는 생기를 뿜어내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가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나는 단번에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그와 좀더 친해지고 싶어서였을까요?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었던 것일까요?

서로 바쁘다보니 낮이나 오후에는 만날 시간이 별로 없고요, 주로 밤이 늦어져야 겨우 시간을 내곤 합니다.

아직은 영어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우리는 대부분 한국어로 말하지만, 그래도 그가 몇 마디씩 늘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나는 단시간에 그의 실력이 늘길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길 바랍니다.

 

나 역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열등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영어를 못하는 자신을 우리는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요?

나중에서야 나는 그 원인을 비교적 명확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텐데,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뭔가 우리는 잘못된 출발선에서 서로 의미없는 경쟁을 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아니, 가르친다기 보다는 내가 걸어왔던 길을 그저 조용히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사실 그는 넘사벽입니다.

그가 나보고 넘사벽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밀며 인터넷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사실은 그가 나에게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마이갓, 그가 나에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에게는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있습니다.

의지력이 강한 친구입니다.

그는 참을성도 강합니다.

힘든 일도 툭툭 털고 잘 견뎌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심이 됩니다.

 

하루에 3시간밖에 못잔다는 그가 오늘도 긴 하루를 보냈나 봅니다.

의자에 앉아 잠을 잡니다.

이제 조금씩 그가 걸어온 길이 보입니다.

나는 그가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재잘거려보고싶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으러 가려고 합니다.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지만 동시에 나는 답을 하게 됩니다.

그는 나에게 무엇인가?

친구입니다.

오늘은 내 친구를 소개하려고 말없는 이 글을 씁니다.

나는 그가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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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7 07:27 2010/11/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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