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나의 화분 2005/01/23 02:31
나는 새해 소망을 빌지 않는다.
그런 거 만들어보았자 실현될 리 만무한데, 내 새해 소망들은 대부분 이 체제가 완전히 변해가면서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이기에 그렇다.
나는 배고픔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빈부격차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것인데, 애시당초 그런 소망은 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다수의 피땀을 뽑아내 소수가 배를 불림으로써 굴러가기 때문이다.
삼성이라는 재벌이 10조원의 순이익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 돈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그런 재벌들에게 그리고 권력자들에게 피와 땀을 빼앗긴 많은 사람들은 '새해에는 부자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자본주의 체제는 한정된 자원을 욕심껏 수탈하고,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며, 또한 남의 것을 빼앗아 부자가 되는 것을 장려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나는 또한 군림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국가는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체제이다.
권력을 가진자가 군림하고, 엘리트들이 군림하는 것이 국가다.
차이를 차별하고, 다수결의 이름으로 소수를 짓밟는 것이 국가다.
그렇게 당해서 억울하고 서러운 사람들이 자신들도 언젠가는 권력을 차지해 군림할 수 있다고 믿게끔 꼬드기는 것이 국가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자본주의만 해도 이렇게 파괴적인데, 국가만 해도 이렇게 무서운데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에서 살고 있으니 더이상 무슨 소원이 더 남아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땅을 가지고 돈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체제에서 무슨 소원이 더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매일처럼 촛불집회에 나가 '천성산을 지켜주세요', '도롱뇽을 지켜주세요'라고 간절히 소원을 빌고 있지만 가진자들은 계속해서 환경을 수탈해야 계속 부를 쌓을 수 있으므로 내 소망은, 그리고 우리의 이 소망은 간단히 무시되고 만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나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내 소원을 빈다.
감옥의 문을 열고 죄수들을 모두 석방해주세요.
군부대의 철조망을 허물고 병사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주세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지폐들은 모두 태워버리고 땅과 산을, 바다를 그 안에 깃든 모든 생명을 사고 파는 짓은 우리 이제 그만 하기로 해요.
나의 꿈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 되고
함께 노래를 불러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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