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개를 하자면
나의 화분 2009/05/05 16:14며칠째 그 짧은 글 하나를 쓰지 못하고 이러고 있다, 용산에서.
여기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서로를 소개하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하나 생각해보다가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하는 활동가고, 지금은 라디오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래, 그는 잡다한 일을 하는 사람이지, 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
저번에 조지 카치아피카스 통역을 하러 간 자리에서 공식행사가 끝나고 뒷풀이를 할 때였다.
윤수종 교수가 그 자리에 있는데, 나보고 무슨 활동을 하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운동도 좀 했고, 생태운동이나 여성운동이나 또 다양한 운동에 관심이 있고 참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나보고 '왜 소수자 운동은 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소수자 운동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주노동자 운동이나 병역거부 운동 같은 예들이 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운동과 병역거부 운동은 내가 한때, 그리고 지금도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다.
그냥 경계 없이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설명하면 간단하고 이해가 쉬울까?
나의 또다른 측면은 일중독이라는 것이다.
난 지금껏 한번도 내가 일중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운동이 일이 아니라 내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중독이라면 뭔가 부정적인 어감이 있지 않나?
난 그냥 즐기면서 활동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중독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경계를 가리지 않고 활동을 하다보니 해야 할 일들도 경계가 없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난 지쳐갔고, 왜 난 항상 일의 부담을 느끼며 살아야 할까 고민도 하게 되면서 짜증도 늘어갔다.
일중독에서 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용산 문제만 끝나고 잘 해결이 된다면 좀 편하게 당분간 쉬려고 한다.
평생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안식월이나 안식년 같은 것이 내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