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쥔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
꼬뮨 현장에서 2009/04/25 18:23레아 1층에 빗물이 한방울 두방울 새는 곳이 있습니다.
길바닥평화행동 앰프를 놓아둔 곳에 빗물이 떨어져서 어제 앰프를 옮기고, 오늘 다시 옮기다가 허리를 삐긋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좀 움직이기가 힘드네요.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내가 사는 집 부엌에도 빗물이 새는데, 이곳 레아 호프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똑똑 듣는 물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용산 상황은 정말 위험합니다.
경찰과 용역은 무슨 든든한 빽이라도 있는지 막무가내, 안하무인, 절대지존 행세를 합니다.
철거민, 유가족들은 몸도 마음도 하루가 편할 날이 없습니다.
오늘은 점심 무렵에 용산에 나오는데, 남일당 건물 분위기가 무겁고 싸늘한 것이었습니다.
순간, 오늘도 무슨 일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행동하는 라디오 방송을 순간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려니 곧 위원장 님이 오십니다.
분명히 하고 싶은 말들이 가슴 속에서부터 넘쳐오르는 눈빛입니다.
마이크를 드리니, 맺혔던 한이 좔좔좔 쏟아져내려옵니다.
그렇게 긴급하게 방송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올리고 했더니 허리가 욱신욱신 거리네요.
오늘 철대위 분들도 용역깡패들에게 얻어 맞아서 안아픈 곳이 없다고 하시더니 저도 그렇습니다.ㅠㅠ
마이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노래를 하면서 지금껏 마이크를 정말 많이 잡아봤습니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이크를 통해 잘도 주절거렸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용산에 와서 철거민들을 보니까 그동안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았던 말들을 모두들 가슴에 한 움큼씩 안고 살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저야 워낙 마이크를 달고 사는 사람이라서 몰랐는데, 기실 철거민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 하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동하는 라디오 활동을 하면서 최대한 철거민과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저마다 각자 마이크를 잡고 가슴 깊은 곳 쌓인 응어리들이 모두 흘러나올 수 있도록 제가 잡아온 마이크 이제 철거민들의 손으로 옮겨놓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들어야 합니다.
왜 망루에 올라갔는지를.
왜 죽기살기로 싸울수밖에 없었는지를.
귀를 쫑긋 세우고 이 분들의 이야기를 한 마디 한 마디 고통스럽게, 모두 가슴으로, 온몸으로 들어보려 합니다.
행동하는 라디오 '언론재개발' 함께 그리고 널리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