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음악, 음악의 저항
나의 화분 2009/03/19 21:10곧 시작하는 2009년 다지원 봄강좌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저도 이번에 강의를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저항의 음악, 음악의 저항'이라고 붙여 보았습니다.
그동안 꽤 오랜 시간을 음악운동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제가 만들고 부른 노래들도 적지 않습니다.
음악운동을 해오면서 저는 항상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노래들이 불려져야 하는가,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나가야 하는가, 누가 노래를 만들고 불러야 하는가,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등등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집회 참가차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기면 그 나라에서 음악운동은 풀뿌리 민중의 저항운동과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가, 집회에서는 어떤 노래들이 불려지는가 등을 특히 눈여겨 보았고, 구할 수 있다면 음반을 구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레 저는 저항의 음악은 어떤 모습이고, 음악을 통한 저항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음반을 외국 저항의 현장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인터넷이나 친구들을 통해 음원과 동영상 등을 얻게 되면서 저항의 음악에 대한 자료들도 제게 조금씩 모였습니다.
이제 그렇게 정리되고 모인 제 실천적인 생각들과 음악의 결과물 그리고 음반과 동영상 같은 자료들을 다지원 봄강좌를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저항음악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과거에도 많았으며, 지금의 당대에도 역시 많이 있음을 느끼고는 저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는 저항을 하며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쿠바에서, 그리고 1970년대를 전후한 칠레에서 빅토르 하라, 킬라파윤, 인티 이이마니 등이 '인민연합'의 새로운 승리의 역사를 음악으로 표현했지요?
음악과 혁명의 단단한 결합은 지금도 중남미 대륙에서 솓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장엄한 승리의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승리를 염원하는 노래들이 한국의 음악운동에서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게는 승리와 패배라는 관점보다는 지배권력에 대한 저항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는 영원히 승리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패배를 모르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버텨온 저항의 음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포크 가수들부터 페미니즘을 노래한 수많은 음악가들, 올드스쿨 힙합과 레개 등 저항의 음악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끝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귀청을 찢는 브라스밴드의 음악을 들고 나타나는 인퍼널 노이즈 브리게이드 Infernal Noise Brigade, 아나키즘의 다양한 면면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첨바왐바 Chumbawamba, 2006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제가 직접 만났던 남미 민중음악 활동가 Marcial Congo, 일본의 에스페란토-아나키스트 펑크밴드 Voco Protesta (멤버들은 일본의 열렬한 좌파 활동가들입니다) 등 7-8개 밴드를 중심으로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각 강의에서는 관련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같이 볼 것이고, 자료들은 미리 나눠드리려고 합니다.
이밖에 홍콩 미디어 활동가들이 만든 Good Luck Comrades (2008년 일본에서 열린 G8 반대운동과 음악적 저항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조약골이 발표한 몇 장의 음반 등 한국에서 구할 수 없거나 구하기 힘든 희귀한 자료들도 복사해서 나눠드리겠습니다.
형편없는 노래실력이지만 강의 시간에 몇몇 노래들은 같이 기타를 치면서 불러보려고도 합니다.
그런 노래들의 악보도 나눠드릴 계획입니다.
세계 각지의 저항의 음악들 가운데는 한국의 '아침이슬'이나 '광야에서'처럼 부르기 쉬운 노래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 나오는 노래는 칠레 인민연합 찬가인 Venceremos(승리하리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