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와 악마

나의 화분 2004/12/29 12:21
1849년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이 수감된 감방 벽에다 <성직자와 악마(the priest and the devil)>라는 이야기를 썼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요 작고 살찐 신부님, 안녕!"
악마가 성직자에게 말했다.
 "왜 당신은 가난하고 길 잃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죠?
지옥의 고통이 어떻다고 설명했죠?
저 사람들은 이미 이 지상의 삶에서 지옥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당신은 모르나요?
국가의 권력자들이 나의 대변자라는 사실을 모르나요?
지옥의 고통이 있다는 것으로 저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이걸 모르나요?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봐요."
악마는 그 성직자의 옷깃을 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린 다음 일반 공장으로, 또 강철 주물공장으로 데려갔다.
거기에는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며 뜨거운 열기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성직자는 답답한 공기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못견뎌했다.
눈에 눈물을 흘리며 성직자는 악마에게 간청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나가게 해줘."
  "오, 나의 귀한 친구, 왜 이러시나? 더 많은 장소를 당신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악마는 성직자를 끌고 공장을 벗어나 한 농장으로 갔다.
거기에는 곡물을 타작하는 여인네가 보였다.
먼지와 더운 날씨는 견디기 어려웠다.
일을 감독하는 자는 몽둥이를 들고 서서 중노동과 배고픔으로 땅바닥에 쓰러지는 자가 있으면 그 자에게 무자비하게 매질을 가했다.
그 다음에는 이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오두막으로 갔다.
더럽고 춥고 연기가 나고 악취가 풍기는 토굴 같은 곳이다.
악마가 씩 웃는다.
집에서는 가난과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악마가 묻는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겠죠?"
그리고 마치 악마 자신이 이 사람들을 동정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느님의 경건한 종인 성직자는 이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한다.
돈을 쳐들고 성직자는 간청한다.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줘. 그래, 그래. 여기가 지상 지옥이야!"
 "잘 보셨겠지. 그런데 왜 당신은 저들에게 또 다른 지옥이 있다고 말하는 거야.
이건 저들을 고문하는 거지.
이미 신체적으로 거의 죽은 저들을 다시 정신적으로 죽도록 고문하는 거야.
자 따라와.
한 가지 더 최악의 지옥을 보여주겠어."
악마는 성직자를 감옥으로 데려가 지하감옥을 보여주었다.
 
엠마 골드만이 지은 <저주받은 아나키즘> 한국어판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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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12:21 2004/12/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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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돕헤드 2004/12/29 12:38 Modify/Delete Reply

    2004년 12월 한국에서는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진자들의 배만 살찌우는 이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체제가 그에게는 지옥보다 견디기 힘들었을테지요. 고 김춘봉씨의 명복을 빕니다.

  2. hi 2004/12/29 13:47 Modify/Delete Reply

    지옥이 따로 없죠... 너무나 원통한 일입니다. 사측은 사건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촉탁직 사원들을 정규직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뒷수습에 연연하는 이 어이없는 일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갑갑하군요....

  3. 도키 2005/01/12 03:22 Modify/Delete Reply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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