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리본
나의 화분 2009/02/19 19:00은국의 병역거부 기자회견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탄 사람 중 어떤 아저씨가 가슴에 '근조'라고 한자로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재영이 달고 다니는 바로 그 리본 말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그리고 주말마다 열리는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똑같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난 매우 자연스럽게 그 아저씨도 용산 철거민 열사의 유가족이거나 또는 촛불시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가웠다.
용산을 잊지 않고 열사들을 추모하는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약간 나이가 든 아저씨였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신다.
어색한 분위기를 치유하고자 아저씨 앞으로 다가가서 나직히 말을 걸어 보았다.
"용산 철거민 추모 리본 달고 계시네요... 저도 촛불문화제에서..."
그 아저씨 왈,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잘 기억 안남)"
아, 나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
이명박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한 세 시간 동안은 추모 리본을 달아줄 용의가 난 있다.
지금 당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