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촛불집회의 상황은 정말이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아니, 그곳이 전쟁터였다.
광화문 쪽으로 막 밀리다가 서울시청 방향으로 시위대가 밀리고 있을 즈음, 대책회의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전경 진압 때문에 손가락이 잘렸다고.
푸른색 옷을 입은 아저씨가 그 잘린 손가락 가져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으니 어서 돌려달라는 화급한 방송이었다.
봉합수술을 받아야 하니 손가락을 발견한 사람은 시급히 돌려달라는 방송이 수 차례 이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나는 전경들이 진압하고 지나간 그 아수라장에서 혹시라도 잘린 손가락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광화문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 그리고 눈물과 콧물, 우비와 모자와 신발과 찢어진 옷쪼가리와 유인물과 음식물로 뒤범벅이었던 광화문 길바닥에서 혹시나 그 잘려나간 손가락을 찾을 수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진압을 마친 경찰은 어느새 자동차들을 소통시키고 있었다.
누군가 "자동차를 다니게 하면 손가락을 못찾잖아요"라며 경찰들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손가락 비스무리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알고보니 그것은 옥수수 깡텡이였다.
손가락, 어떤 손가락인지 모르지만, 그 크기를 짐작하면서 길바닥을 헤집고 다니니 색깔이 비슷한 빵쪼가리 같은 것도 손가락처럼 보였고, 쓰레기더미며 축 늘어진 우비며 혹시 그 밑에 손가락이 감춰져 있지 않을까 하여 뒤집고도 다녔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그 손가락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얼음도 없고, 찬물도 없는데, 그냥 내 손에 그 손가락을 들고 대책회의 방송차로 가야 하나, 아니면 오늘도 바로 옆에 모여있던 의료봉사단에게 일단 넘겨줘야 하나, 머리 속은 복잡한데, 손가락은 보이지 않고, 광화문 도로엔 이제 양방향으로 차들로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경찰은 언제나 자동차 중심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몰아내는 것은 바로 차들이 다니게 하기 위한 것.
혹시나 그 길에서 차들의 타이어에 손가락이 뭉게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다가 돌아왔다.
그 분이 손가락을 찾아 봉합수술을 잘 마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