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매장에 가지 않아야 자유무역협정을 막을 수 있다
나의 화분 2007/05/25 02:10먼저 놀라웠던 것은 매장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에는 거의 반드시 이 대형 할인점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아파트와 할인매장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본 이웃을 하루에도 몇 번씩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만나고, 매장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겠지. 주말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다시 마주칠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이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자동차를 타고 할인점에 가서 쇼핑을 한 뒤 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고, 보험료를 납입하고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 삶이 무한정 반복되는 것 같았다. 나도 이런 흐름에 휩쓸려 점점 세계경제에 의존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대형 할인매장에 가면 숫자의 차이마저도 소멸한다. 남이 무엇을 사든 질투할 필요가 없다. 나 역시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똑같은 가격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살 수 있으니까. 돈이 없어 문제지 상품은 언제든 거기 앉아 날 기다릴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이주노동자라고 성소수자라고 더 비싼 가격을 물지 않아도 되고, 더 후진 제품을 강요당하지 않아도 된다. 그 탐욕의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내 지갑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품들 앞에서 누구든 평등한 존재가 되어버린 대형 할인매장은 이 땅 민주주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찌니님의 [대형할인마트 안가기] 에 관련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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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펌 -- 음.......... 김지훈...control ....
돕헤드님의 [대형 할인매장에 가지 않아야 자유무역협정을 막을 수 있다] 에 관련된 글. 돕님의 글은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데 많은 영감을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