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주민들에게 노벨평화상을!꼬뮨 현장에서 2006/11/25 21:44매일 머리가 아플 정도로 통역을 하고 사람들을 챙겼다.
신디 쉬핸을 비롯한 많은 평화홛동가들이 대추리를 찾아왔고, FTA 반대 집회 등에 참석해 연대행동을 했는데, 그 자리마다 쫓아다니며 그들의 입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4일을 보내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16시간씩 통역을 한 수고비를 받았다면 아마 200만원은 넘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고마워서 어쩌죠?'라고 진심으로 물었을 때,
난 진심으로 대답했다.
"이 싸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세요.
모든 힘을 기울여 주세요.
그래서 민중의 힘이 국가의 폭력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정말이다.
새벽이 되어 지친 몸으로 대추리로 걸어 들어오면서, 난 내가 바라는 것이 그것 뿐이란 걸 느꼈다.
그래서 행복했다.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뿌듯함이 있었고, 돈을 받고 통역을 하는 사람에게 결코 내뱉지 않을 마음 속 깊은 생각과 열망들을 그들은 나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후로로 거론이 되기도 했던 신디 쉬핸이 나에게 말했다.
사실 그 이야기는 평택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을 때 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어쨌든 그는 단둘이 있을 때 나에게 그 말을 했다.
아마도 내가 대추리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신디는 자신의 열망이 마을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을 거에요.
이 수상의 영광을 대추리 주민들에게 돌리고 싶다고요.
수십 년 동안 조그만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면서 인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놀라운 용기과 인내심을 보여준 대추리 주민들이야말로 진정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라고 말했을 거에요."
난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만약 내년에라도 신디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 반드시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신디는 이미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지미 카터를 만나서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의 평화를 위한 싸움을 알리겠노라고 약속했다.
어쩌면 지미 카터 같은 사람도 대추리를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가 오든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언제든 대추리에 올 수 있도록 이 마을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대추리를 향한 평화의 순례자들이 일년 내내 내리, 동창리, 신대리, 함정리, 도두리의 길을 메우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폭력의 희생자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저질렀던 사람들이 참회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폭력을 명령한 권력자들이 진심으로 사죄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 이곳에 들어와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보며 아름다움을 노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곳에 들어와 자연과 더불어 서로를 보듬고 살아온 풀뿌리 민중들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대추리 꼬뮨이 유지되어야 한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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