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을 전복하라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11/19 13:574반뜸에 있는 들소리 방송국에서 인터넷을 쓰고 있다가 3반뜸에 있는 마리아에게 알려줘야 할 일이 생겼다.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직접 가서 알려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별로 멀지도 않은 길이니까, 얼굴도 볼 겸 갔다오려고 밖을 나서는데, 넝쿨이 '거기까지 가기가 귀찮지 않냐'면서 그냥 자기가 전화를 걸어 알려주겠다고 한다.
나는 거길 다녀오는 것이 별로 귀찮지 않았다.
지금의 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귀찮음' 개념부터 전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에게 귀찮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 내게는 무척 귀찮은 일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역시 귀찮은 일이다.
낮 12시 이전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몹시 귀찮은 일이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야 하는 것, 귀찮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 배달시켜 먹는 것, 귀찮은 일 중 첫손에 꼽힌다.
전화를 거는 것 역시 그렇다.
반대로 귀찮지 않은 것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 자고 싶은 만큼 자는 것, 빈집에서 마음껏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오는 것 등등이다.
생각해보니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귀찮은 것들이다.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임금노예가 되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려면 귀찮은 것을 안 귀찮게 여겨야 하고, 귀찮지 않은 것들이 결국 사람들을 얼마나 귀찮게 만드는지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리고는 일상에서 귀찮음의 의미를 전복시킨 채 몸뚱아리를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몸을 움직이면서도 자본주의 노예노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