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는 처음으로 채식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부엌에서는 나말고 다른 사람들이 먹을, 사골육수에 소고기를 듬뿍 넣은 고기 떡국이 팔팔 끓고 있고, 나는 부엌 한 켠에서 나만을 위한 조촐한 채식 떡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토리가 곁에 있었다면 불 위에서 커다란 그릇에 담긴 소고기 떡국과 쬐그만 냄비에 담긴 채식 떡국이 함께 끓고 있는 묘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멋지게 담았을 수도 있었겠다.
아마 꽤 정겨운 사진이 나왔겠지.
자, 간단한 채식 떡국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1. 맹물을 얹고 끓인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미리 준비해놓은 떡을 넣는다.
3. 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떡이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넣는다.
4.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5. 5분 정도 끓이면 된다.
6.. 파를 잘게 썰어 고명을 만들고, 그 위에 뿌린다.
7. 참기름을 약간 뿌리고 잘 저어준다.
8. 김가루를 만들어 넣고 잘 저어준다.
9. 참깨 간 것이 있으면 골고루 뿌려주고 잘 저은 다음 맛있게 먹는다.
* 맹물로 국물을 만들면 깊은 맛이 나지 않고 심심할 것인데, 무슨 맛으로 떡국을 먹느냐고 많은 이들이 반문한다.
음식점에 가서 국류나 찌게류를 시킬 때 나는 반드시 맹물에 재료를 넣고 끓여 달라고 하는데, 그럴 때도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은 '그렇게 하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맹물에 재료를 넣고 끓여도 깊은 맛은 낼 수 있다.
오히려 아무런 맛도 없는 맹물로 끓여야 재료들이 저마다 가진, 또는 숨겨놓고 있던 각각의 맛이 비로소 제대로 살아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