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모기향이 얼마나 안좋은지
나의 화분 2004/10/22 09:42
나는 몸이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날이 추운 겨울에도 내 몸은 여간해서 식지 않는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인간 난로'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특히 내 손은 항상 따뜻해서 언 몸을 녹이는데 제격이다.
몸이 따뜻한 사람, 즉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특히 모기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모기들은 주로 몸이 차가운 사람보다 열이 나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모기들의 표적이 되어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경우에도 모기들은 주로 나를 공격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나는 그 모기들을 쫓아내기 위해 전자모기향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2004년부터 나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예 올해는 처음부터 일절 모기향이나 뿌리는 모기약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왜냐하면 그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화학성분이 풍기는 독이 인간의 신체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화학물질로 가득 찬 공간에 내가 산다는 것이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폭력의 삶을 살기로 했으면서, 생명체를 죽이는 행위에 대해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미 2003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었기에, 즉 나는 폭력적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부터 그 폭력적인 것들을 모조리 멀리하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베어들고 있었기에 2004년부터는 전자 모기향이 없는 생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2004년 한 해 어떻게 모기로부터 시달리지 않을 수 있었나?
이것은 아직도 계속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모기들은 10월 22일 오늘도 날아다니며 내 피를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나는 모기로부터 시달린다.
완전히 자유롭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약간 시달린다고 해서 그것이 커다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만 구몬초(영어로는 rose geranium이라고 하는데 확실한지?)라는 식물을 내 주변에 갖다 놓고 있다.
이 식물에서는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나에게는 향기다--가 나기 때문에 모기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절박한 모기들은 구몬초의 냄새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구몬초 같은 식물들에서 냄새를 추출해 만든 천연액체를 몸에 바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잘 때다.
잘 때는 모기가 접근해도 모르기 때문에 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몇 년 전부터 모기장을 치고 그 안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
모기장 속에서 자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익숙해지면 모기와 나 사이에 효과적인 거리두기가 가능해지므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이다.
이렇게 생활을 하면 비록 몇 군데 물리는 경우는 있어도 그럭저럭 모기와 공생할 수 있다.
다만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웽~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주변을 맴돌거나 내 중요한 부위를 물어 날 아프게 할 때 나는 아직도 모기를 손으로 잡아 죽이곤 한다.
모기는 내 피를 먹고 살아야 하니 나와 모기는 먹이사슬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관계에서 완벽한 공생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모기와 나는 오늘 하루를 또 쫓고 쫓기며 보낸다.
사실 비폭력이니 불살생이니 하는 것보다는 전자모기향이 얼마나 안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했다.
전자모기향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데 1년 동안 전자모기향이 없이 살다가 이제 우연히라도 그것을 피워놓은 방에 들어가면 난 곧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속이 메슥거린다.
그런데도 나는 오랜 기간을 그것에 중독되어 살아왔으니... 이제 다시는 그 생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비로소 나는 그 화학물질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몇 백만대의 자동차들이 우글거리는 대도시에 사는 내가 그깟 조그만 양의 화학물질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그리 크게 기뻐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화학물질에 의존했던 내가 그것을 떨쳐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