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합의서 조인에 즈음하여
나의 화분 2011/06/08 14:09두리반 합의서 조인에 즈음하여
2011년 6월 8일은 두리반 농성 531일, 단전 324일 되는 날이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7-31번지 일대 시행사인 남전디앤씨와 ‘이주대책’ 및 ‘민형사상 분쟁의 처리’ 그리고 ‘합의에 대한 위약벌 조항’에 대해 합의를 하기로 하였다. 두리반은 합의문 조인식 이후 한 달 간 예정된 행사들을 모두 치르고 한 달 이내에 두리반 건물을 비워주기로 하였다.
사막의 우물, 두리반은 농성 당사자인 안종녀, 유채림 부부가 생계를 꾸려가던 유일한 터전이었지만, 대기업의 개발 광풍에 따라 2009년 12월 24일 강제철거를 당하고 길바닥으로 나앉게 되었다. 이대로는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의지로 다음날 농성을 시작했고, 농성 투쟁 531일 만에 드디어 생계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비록 두리반은 강제철거를 당했으나 농성을 시작한 이후 문화예술가들, 종교인, 정당인, 지역 주민, 인권활동가, 청소년, 잉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두리반과 함께 하고 지켜왔다. 이런 이유로 이렇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전력은 재개발 예정 건물에 철거민 세입자가 엄연히 살고 있음에도 전기를 끊어온 직무유기를 저질러 왔다. 이와 같은 한국전력의 불법적인 단전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고 합의를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마포구청은 2006년 3월 두리반 일대를 지구단위개발계획 지구로 지정하여 두리반 농성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두리반에 대해 팔짱을 끼고 나 몰라라 했던 점에 대해 두리반은 유감을 표한다. 두리반은 이후 전국 각지의 재개발 지역에서 기승을 부려온 모든 불법적 철거행위와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할 구청과 중앙 정부, 한국전력이 자신들의 직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
이후 두리반은 홍대 인근에 다시 식당을 열고 영업을 재개함으로써 철거민에게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며, 개발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생명을 짓밟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해온 건설자본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또한 두리반은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의 예외조항 그리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재개발과 재건축 적용 범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으로 인하여 철거민들이 양산되는 문제점에 대해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왔다. 이후 진보정당이 이 부분을 개정하고,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정하여 막개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두리반은 촉구한다. 개발악법으로 인해 철거민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것이다.
강 제철거에 맞선 두리반의 농성은 합의서 조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든 철거민들에게 상징적인 투쟁으로 남는 것을 넘어서 이 땅의 개발악법으로 인해서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들과 두리반은 끝까지 함께 연대할 것이다. (끝)
2011년 6월 8일
두리반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