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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으로

파이널 컷 프로로 편집을 하라는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맥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사실은 7월에 이미 시도했던 일이지만 편집이 미뤄지고 중간에 은행 쓸 일 있어서

다시 윈도우즈로 돌아갔다가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한영 전환해야 하는 거며 키들이 많이 낯설어 조그마한 꼬투리만 생겨도 자꾸 윈도우즈를 썼다.

그런데 이제는 더 갈 데가 없다.

물기를 빼고 바삭하게 살아가야 할 것같다.

 

우연한 만남이 또다른 만남을 불러오고 과거의 사람들이 현재의 시간을 장악한다.

그러다보니 지금 하는 일들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만남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문득 생각의 실마리들을 따라가다보면

전혀 딴 세상에 마음이 가있는 것이다. 좋지 않다.

 

아사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20대의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잠깐 만났다가 오랫동안 후회했던 적이 있다.

다시 만난 그 애는 20대 초반의 사려깊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때였다.

우리는 둘다 헤매고 있었으며 허청거리듯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런 저런 단체들을 전전하고 있었고 그애는 사법고시를 준비한다 했었지.

 

단지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음에도 그 애는 섯불리 조급함을 드러냈으며

나는 조용히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10년.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한 선배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는 것.

이제 물기를 빼고 알콜기운도 빼고 바삭하게 살아가야할 것같다.

작업모드에 돌입한다. 이렇게 선언하고 나면 그 말이 나를 구속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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