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2

from 너에게독백 2005/01/25 03:48

.난 사실 엄마랑 전혀 안 친하고, 오히려 평균적인 모녀지간을 밑돈다. 둘다 목석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엄마에 관해서, 가사 노동에 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떠들 주제가 못된다. 동생한테 남녀 평등에 대해서 강변하면 엄마가 씨니컬하게 너는 입만 살았지 하는게 뭐있냐고 논평할 정도니까.-_-

.여튼, 엄마는 극성이다. 아빠 말로는 '애새끼 다 망치는 엄마'다.
밥을 안먹어서 학교들어갈때 까지 엄마가 밥그릇 들고 쫒아 다니면서 먹여야 한시간 두시간씩 걸려서 밥두세숟갈 먹었다. 할머니 댁에 갔을때도, 할머니가 밥을 먹여줬다. 나는 뭔가를 하다보면 넋을 잃고 입을 벌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특히 TV를 볼때! 그때를 엄마는 노렸다. 옆에서 밥공기 들고 있다가 내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숟가락을 넣어버리는거다. 그럼 나는 뱉거나 삼키거나 한다. 코를 막고 먹은적도 있다.
이럴때 아빠는 (남자여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아빠와 엄마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까.. 아빠는 못먹고 살았고. 막키워졌다.ㅋㅋ) 내 밥그릇을 뺏고, 소리지르고 했다. 난 울었고, 체했다. 데굴데굴 구르고 토했다. 조금 커서는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방에서 혼자 베게를 입에 물고 별 짓을 다했던것 같다. 아 여튼 아빠는 엄마한테도 소리를 질렀다."아주 애를 떠받들어라."

 

.엄마는 아직도 생선을 발라준다. 안그럼 안먹으니까. 가시 발라내는 걸 최근까지 잘 할줄도 몰랐고. 안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엄마는 옆에서 생선 발라준다.-_-;;
아빠는 또 한소리한다. "얘가 애기냐?" 이제 엄마도 한소리 한다."내가 병신이지. 내가 자식새끼 잘못키웠지. 나는 잘해준다고 해줬는데 다소용없어." 엄마가 터득한건가! 그러면서도 생선 발라주고, 밥다먹으면 각종 비타민제와 홍삼환을 한움큼 들이민다. 물한컵을 한손에 들고서

.어제도 사무실에서 잤지만. 외박을 하겠다 전화를 하면 엄마가 허락을 해준다. 다음날 집에 가면 엄마는 아빠가 엄마보고 뭐라고 한다면서 눈치보여서 못살겠다고 일찍다니라고 부탁을 한다.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기집애가 맨날  왜 밖으로 도냐 "는 것.

.나는 엄마를 착취하면서 살아간다. 독립을 한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 내가 해야할 노동이 너무 많다. 금전적인 것을 떠나서 말이다. 완전한? 자유를 위해서 귀찮음, 그리고 노동을 감수할 것인가. 일부분의 자유를 타협하고 편히 살것인가. 결론은..
나는 심지어 다 알면서도 , 절대 가사 노동을 분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돕지도 않는다. 이게 훨씬 편하니까. 아빠도 나도 동생도 엄마도 엄마를 착취한다. 이렇게 쓰면서도 절대로 결심, 다짐 따위도 안하고있다.

.엄마가 문제다?
글쎄. 엄마가 문제라고 말할수 있는 것은 엄마한테 다 떠넘겨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책임을 다 떠넘겨 버렸으니까. 책임질 사람은 오롯이 엄마라는 것이라는 논리.
왜 엄마에게 모든 책임이 맡겨 졌는가에 대해서는 질문없이, 육아의 책임은 엄마꺼니까 잘못도 엄마탓.

"씨없는 수박을 우장춘 박사가 발명을 했지요."
어느 학생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수박은 원래 씨가 없잖아요?"
그 학생은 엄마가 수박씨를 언제나 깨끗이 빼고 먹여서 수박씨를 본적이 없었대나:p
(어떤 선배의 과거)


난 왜 엄마 이야기만 쓰면 횡수가 더 심해지는지.
간략정리하면 엄마와 난 모든 엄마와 딸들이 그렇듯이 애증의 관계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 정리가 안되는것 같다. 모순 투성이. 엄마가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싫다고 말할수도 없고.. 쓰다가 비밀글로 했다 다시 열었다. 그런 마음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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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5 03:48 2005/01/25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