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가 아닌, 여전한 동정과 시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할 능력이 없거나 효율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장애를 사회적 관계가 아닌 개인의 문제만으로 규정하고, 장애인의 삶을 국가와 사회가 아닌 가족의 부양대상으로 간주하여 장애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그 가족을 빈곤의 나락으로 몰고 있다. 결국 장애인을 무권리 상태로 몰거나 보호라는 미명하에 사회에서 격리하고 차별·배제하는 구조적 폭력이 유지·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거꾸로 가는 세상, 구조적 타살
최근 10년간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투쟁의 결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법에서 정한 법정의무를 스스로 어기고 기준을 후퇴시켰으며,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대상제한 및 서비스제한을 강화했으며, 투쟁하는 장애인들을 탄압해왔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보장 등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열 찼던 2012년. 그해에도 장애인들의 비참한 죽음이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으나, 이것이 구조적 문제이며 분명한 사회적 타살임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권리 제한 장애등급제, 차별의 낙인
특히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1급에서 6급까지의 등급으로 분류해 서비스의 자격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사람의 몸에 등급을 매겨 권리를 제한하고,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박탈하는차별의 낙인으로 기능했다. 때문에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지 오래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명박정부는 폐기되어야 마땅할 장애등급제를 더욱 강화했다. 장애인 복지를 늘리는 척 하며, 복지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채 서비스대상 장애인수를 줄이고자 장애등급재심사를 강요한 것이다. 장애등급이 하락된 경우에는 기존의 복지서비스마저 박탈했다. 또한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대선시기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나, 여전히 장애인들의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광화문 농성투쟁은 8개월이 다되도록 현재 진행형이다.
보편적 권리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애등급제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인간의 권리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이다. 돈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고, 자본가에게 필요한 노동을 제공할 수 없기에 장애인의 존재나 노동을 가치 없는 것으로 낙인찍는 자본주의 세상을 바꿔내야 한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인간으로서의 보편타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그 시작이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걷어내기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그 투쟁에 함께 나서자.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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