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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산재 사망사고, 이 체제가 주범!
지난 9월 10일, 전북 정읍의 주물제조공장에서 밤샘노동을 하던 두 명의 청년노동자가 섭씨 1,200도가 넘는 용광로 쇳물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용광로의 리모컨이 고장나 수작업으로 일을 진행하던 중, 래들(쇳물을 용광로로 옮기는 기구)이 뒤집혀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공장은 선박엔진부품을 제조하는 LS엠트론(LS전선그룹의 3대 핵심계열사 중 하나)의 하청업체인 ‘캐스코’라는 주물주철 제조업체였다. 현재 캐스코는 외부인은 물론 언론사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분개하고 있지만, 사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가 나온 뒤에 이야기하자며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2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참사가 일어난 적이 있다. 2010년 9월 7일, 충남 당진의 ‘환영철강’이라는 국내 굴지의 제철업체에서는 밤샘노동에 시달리던 한 청년노동자가 발을 헛디뎌 용광로에 빠져 숨졌다.
자본은 ‘노동자 탓’,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
이러한 끔찍한 죽음들은 비단 몇몇 사업장에서만 벌어지는 불행한 사고가 아니다. 사측의 소홀한 안전관리대책과 이윤만을 앞세운 주야맞교대 장시간 노동이 이같은 죽음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특히, 최근 빈발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산재 사망사고들은 안전관리체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기업주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해온 정부정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정당한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이들 기업에게, 정부는 불구속 입건, 벌금 또는 과태료 부과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만 힘써왔다.
일례로 8월 13일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공사현장 화재사고는 건설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시공사였던 GS건설은 이명박 임기 내 미술관 완공을 목표로 공기 단축을 무리하게 시도하였고, 그 결과 휴일작업과 야간작업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국은 산업재해 사고사망율이 인구 10만명당 11.4명으로 OECD 가맹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OECD 평균보다 3배나 높고 사망률이 가장 낮은 영국보다 무려 16배나 높은 수준이다. 산업재해로 인해 부상당한 노동자의 숫자도 하루 평균 270명에 달한다.
착취로 쌓아올린
자본가계급의 아성을 무너트려야
OECD 34개 회원국 간 비교통계에서 산재사망률 말고도 석연찮은 1위를 차지한 항목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두룩하다. 8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자살률부터, 연간 노동시간(2010년 기준 2,193시간), 낙태율, 저출산율, 교통사고사망률, 그리고 OECD 최하위 수준인 최저임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독 ‘국격’을 강조하는 나라의 삶 전반이 수년 째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이윤 중심, 생산제일주의가 만연한 자본가들의 착취체제가 폐절되지 않는 이상, ‘저녁이 있는 삶’은 희망사항일 따름이며,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도 대선을 겨냥한 그저 달콤한 위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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