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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기재 방침, 누가 그들을 괴물로 낙인찍는가?
무엇을 근절하고자 하였나
대구 중학생의 투신자살 이후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작은 악마’, ‘괴물’로 만들어 가고 있던 그 즈음 교과부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25억원을 들여 학교폭력 전수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회수율과 신뢰도, 유미의성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학교 동의 없는 부적절한 자료 공개로 논란만을 가져왔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보다 가해학생 색출과 처벌에 초점을 맞춘 사이, 뉴스에선 연일 학교폭력이 보도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학교 폭력은 진행 중에 있다.
징벌과 통제가 목적인
학교폭력 기재방침
실효성 없는 대책들을 쏟아 놓는 속에서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정책이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 많은 국가인권위에서조차 제도개정 권고를 하였고, 일부 교육감들이 ‘거부’ 혹은 ‘보류’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교과부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면 해당 학교와 교사를 징계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원래 학생생활기록부는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을 담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 교사와 학교가 학생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만 쓰여야 한다. 그러함에도 교과부의 개정「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입시 전형 자료로 요구할 경우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학생생활기록부 본래의 취지에 위배되며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되게 하였다. 전과기록의 말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경우는 형집행 종료 후 5년, 벌금의 경우는 2년의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수사경력 자료의 보존기간을 성인에 비해 짧게 규정하고 있고, ‘소년법’ 역시 소년원 경력의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한 징계벌을 받은 학생의 기록이 형벌보다 더 오랜 기간 보존되고 장래에 큰 불이익을 미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생의 성찰, 회복, 복귀로 다루어져야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퇴와 전학을 하는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며 가해학생을 괴물로 낙인찍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결과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장기간 따라다니는 낙인의 효과는 가해학생의 교육적 변화를 이끌기보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포기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해학생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폭력에 대한 성찰, 피해학생의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가해․피해학생 모두의 회복과 복귀가 수반되는 해결과 징계조치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이런 방법이 교육적인 것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학생 개인의 잘못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가해와 피해가 자리바꿈하면서 되풀이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 전반의 교육적 풍토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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