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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9일 ‘왕재산’이라는 반국가단체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검찰 발표가 있었다. 검찰 발표와 더불어 보수 언론 중심으로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 8월 3일 오마이뉴스에 ‘왕재산’ 사건의 변호를 하고 있는 변호인단 중 한명인 이광철 변호사가 보수 언론 중심으로 쏟아내는 추측성 기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관련 기사 보기)
이광철 변호사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왕재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정황을 살펴볼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궁금해진다. 국가정보원은 7월 4일부터 ‘왕재산’이라는 반국가단체 결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수사하면서 변호사나 가족의 면회까지 방해했다. 또한 그들이 무슨 죄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
2011년 7월 26일 노르웨이 우퇴위아섬에서는 7월 22일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변호사인 게이르 리페스타 변호사의 기자 회견이 있었다. 리페스타는 민주주의를 위해 그를 변호하겠다고 했다. 그 자신이 노동당원이면서 노동당원 수십 명을 쏘아 죽인 사람의 변호를 맡았다. 그는 자기 자신의 할 일은 학살자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 말했다.(관련 기사 보기)
리페스타는 직업정신을 강조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 경찰에게는 경찰 몫의 일이, 판사에게는 판사 몫의 일이 있다”는 것이다. “내 일은 그의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게 내 몫의 일”이라고 말했다.
멀고 먼 나라 노르웨이에서는 학살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를 하겠다고 한 변호사의 선택을 존중했다. 만약 비슷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다면 나설 변호사가 있을까?
전혀 다른 두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현재 우리는 ‘왕재산’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보수 언론에서는 그들은 이미 간첩이 되었고, 국가 전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되었으며, 북한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 되었다. 수사 과정에서는 가족들의 면회나 변호사의 접견도 방해를 받았고,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단식하고 있는 사람 앞에 음식 냄새를 풍기며 욕을 했다.
‘왕재산’이라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5명이 구속되었다.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들뿐 아니라 구속된 사람들을 변호하겠다고 나선 변호사들 조차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 그 때 공소장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하니 노르웨이의 한 변호사가 말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민주주의 전통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멀고 먼 일 같다.
“변호사 선임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 참극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