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또 글을 쓴다. 이런 내가 싫지만 또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나 많이 열 받은 것 같다. ㅎㅎㅎ
이 글은 무척이나 길다. 그러니 읽으실 분만 읽으시기를...
지난 1월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44회 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 16개월 아동의 사망에 놀라고, 분노했다.
사실 입양 부모들은 사건이 터졌던 2020년 10월 이 후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 된 사건이었고, 그 때마다 입양이 문제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들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1월 내가 너덜너덜이라는 글을 쓴 이유는 ( https://blog.naver.com/coolie1/222158220994 ) 네이버 카페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 올라온 글을 한 입양 부모가 퍼왔기 때문이었다.
입양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검은머리 짐승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강화되고 있다. 출생의 비밀, 입양인의 탈선 등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주제가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22일 91개 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
이에 대한 [정책요구안]을 제출했던데, 그 제목이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관련 아동보호체계 정책개선 과제다.
다시 말하면 시작은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인데 그 해결 방법이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관련 내용이다. 때문에 정책요구안의 상당부분은 입양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연명한 91개 단체는 다음과 같다.
성명서 내용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http://minbyun.or.kr/?p=47102&fbclid=IwAR1Ed4OHKr1aDncnoQ6m70Dm2hezO0H1MfwHWNUem0QkYxjl3E4zAQczlQg 게시판을 참조.
가족구성권연구소 /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 공동법률사무소 생명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국내입양인연대 / 국제민주연대 /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 기독여민회 / 다산인권센터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 더나은 입양을 실천하는 입양부모 네트워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법률사무소 율다함 / 법률사무소 지율 S&C / 법률사무소 청년 / 변화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뿌리의 집,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플랜코리아) / 불교인권위원회 / 사단법인 3P아동인권연구소 / 사단법인 선 /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 사단법인 여성인권 동감 / 사단법인 예람 /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 사단법인 청소년의 꿈 / 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 / 사단법인 희망날개 / 새시대목회자모임 / 생명선교연대 / 생명안전시민넷 / 생명평화기독연대 / 성적소수자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 어린이책시민연대 / 영등포산업선교회 /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 / 원곡법률사무소 /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 인권교육센터 들 / 인권교육온다 / 인권운동공간 활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 인권운동사랑방 / 일하는예수회 / 입양삼자네트워크 / 장애여성공감 / 장애인권법센터 /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 정치하는엄마들 / 젠더문화연구소 / 진실의자리(TheRUTHtable)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 참여연대 / 천주교인권위원회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 평화교회연구소 /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 한국기독청년협의회 /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 한국미혼모가족협회 / 한국한부모연합 / 한국아동복지학회 / 함께걷는아이들 / 형명재단 / 화우공익재단 / NCCK 인권센터
참 많이도 나열되어 있다.
처음부터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입양의 문제점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면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겠다. 그런데 말은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해결 방안이 입양을 해결해야 한다고 정리한다.
성명서의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1. 아동보호 공적체계 및 인력 확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출하라
2. 지역사회 기반 아동보호체계를 즉각 수립하라
3. 아동학대대응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라
4. 아동학대대응 부처와 기관 간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라
5. 아동의 원가족보호 지원을 위해 국가의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투여하라
6. 위기 임신・출산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원가정에 대한 양육지원 서비스 지원 내용과 접근성을 강화하라
7. 공공이 입양을 책임지고 아동보호체계와 통합적으로 운영하라
8. 국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대응시스템의 전반을 점검하라.
빠딱하게 보면 5, 6, 7 은 입양과 관련한 내용이다. 8개 요구안 중 3개가 입양과 관련한 내용이다. 아니 8까지 넣으면 4갠가?
8개 요구 안 중 4개가 입양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성명서를 발표할 때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 아동 학대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정책요구안은 더 기가 막히다.
국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아동학대대응시스템의 전반을 점검하라.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6년 평택 원*이사건, 2017년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 2019. 인천 목검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0. 6.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사건, 그리고 이번 양천사건까지 모두 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인지하고 대응했던 사건임에도 끝내 아동의 죽음을 막지 못하였다. 우리 아동학대대응시스템 안에서 아동들을 살릴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결국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정부는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을 대책으로 삼지 말고, 주요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을 제도개선의 측면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아동학대대응시스템 전반을 꼼꼼히 점검하라. 긴 호흡과 깊은 고민으로 만들어진 대책만이 추가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좋은 말 속에 숨겨진 칼이 보인다. 나만 보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을 나열하면서 다른 사건들은 사망사건 또는 원*이사건 이라 표현하는데 입양아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이번 16개월 아동 뿐 아니라 이전에도 입양 아동이 사망을 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정책요구안에 양천사건 역시 직접적으로 입양아동 학대사건이라고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입양아동 사망 사건으로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매 년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고(나열한 사건들은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들 정도로 잔인한 사건들이다), 그 중에 입양 아동 사망 사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열한 6개의 사건 중 무려 2개의 사건이 입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망 사건이다.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계모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66486 )
2016년 평택 원*이 사건은 계모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131134171&code=940202 )
2017년 대구 포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은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이 아닌 민법 입양이었다. 다른 사건처럼 무슨 사건이라고 해야 함에도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건의 입양은 최근 사망한 16개월 아동의 입양과 다른 형태의 입양이다. 입양특례법이 아닌 민법에 의한 입양이었음에도, 입양이라는 단어를 들어낸 것이다. 입양은 민법에 의한 입양, 친양자입양,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이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49&aid=0000112325 )
2019년 인천 목검 아동학대 사건은 친생 부모(21살 부, 18살 모)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3259766 )
2020년 6월 천안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피해 아동의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13227?ntype=RANKING )
2020년 10월 발생한 양천사건만 입양특례법으로 입양된 아동의 사망이다.
정책요구안은 나름대로 원가정을 지키고자 정부에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혼 등의 사유로 아동을 동반한 한부모가족이 된 경우 이들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별거 중인 부모의 양육비 부과 체계 개선, 양육부담 합리화, 이혼과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들을 신속히 마련하라.
미혼모에 대한 양육지원대책이 변화되어 왔으나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신생아 거래 글, 한파 속에 유기된 신생아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위기상황의 임신, 출산 여성에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족한 현실을 드러내 준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에게 긴급 상담 전화를 확충하고 긴급쉼터・의료지원・심리지원・법률지원이 원스탑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접근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런데 입양 가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없다. 참 신기방기하다.
아동학대의 원인이 마치 원가정으로 분리된 아동에게 발생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정작 새롭게 구성된 가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다.
아, 정책요구안에 입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물론 정책요구안 하단은 대부분 입양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런데,
불가피한 경우에 이루어지는 입양계획의 수립과 입양부모에 대한 교육, 조사, 결연, 입양전 사전위탁, 사후지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은 아동인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그리고 입양 체계를 정비하라.
입양허가 결정 전에 입양부모가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입양전제 위탁’ 제도 또한 오롯이 입양아동의 이익을 위해 고려되어야 한다. 입양 전 위탁이 남용되거나 오용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결연과 심사의 주체는 민간이 아닌 공공이어야 한다. 아동이익최우선의 원칙에 입각하여 아동보호체계의 시작과 결연, 입양 전 위탁, 입양 결정 전 과정이 민간이 아닌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그나마 입양 가정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이게 다다. ㅎㅎㅎ
그래서 입양 가정은 어떻게 도우라는 거지? 그냥 감시만 하겠다는 건가? 사후지원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처음 2006년 아이를 입양했을 때, 많은 분들이 물어봤다. 입양을 하면 어떤 혜택이 있어?
2006년 당시에는 의료급여 1종의 혜택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의료급여증에는 아이 이름만 인쇄되어 있었다.
온 가족이 들어간 것이 아닌 오직 아이 이름만 달랑 들어간 의료급여증.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많은 입양 부모들은 의료급여 1종을 신청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2006년까지 만 해도 비밀 입양이 많았고, 공개 입양을 했어도, 아이 이름만 들어간 의료급여증을 들고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얼마나 악다구니를 썼을지 이해가 되나?) 아버지와 딸, 그리고 지금은 온 가족 이름이 들어간 의료급여증이 되었다.
2007년에 시작된 만 13세 미만 아동에게 10만원(5만원이라고 착각해서 적은 글을 1월 24일 수정함), 지금은 만 17세 미만 아동에게 15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조건은 입양특례법 상 입양에 한함.
그게 일반 입양 가정에 대한 지원이 다다. 그리고 지자체마다 별도의 지원이 있지만, 공식적인 건 이게 다다. 물론 장애아동의 경우 지원이 더 있기는 하고, 처음 입양을 할 때 지원금도 받지만 지금 내가 말을 하는 건 꾸준하게 지원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2007년 시작된 양육수당 5만원 지급에 대해 논의가 있던 2006년에는 무척이나 말들이 많았다. 입양 부모들 안에서도 자기 자식 키우는데 무슨 정부의 돈을 받냐라는 의견들이 있었고, 입양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이들로부터는 부자들이 입양하는 거 아닌가? 왜 입양가정에게 돈을 정부에서 줘야 하지? 라는 말들이 심심치 들려오곤 했었다.
그게 입양가족들이 걸어온 길이다. 그런데, 이제 하다 하다 입양이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과 같이 들려오고 있다. 그전에는 입양이 원가정을 깨는 행위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들렸고, 사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91개 단체가 아동학대와 관련한 공동성명에도 원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과 같이 입양과 관련한 사건이 날 때마다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과 불편한 속내를 쏟아내던 이들 때문에 아마 나는 첫 아이를 입양하던 2006년부터 거의 매년 이런 식의 글을 써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입양이라고 다 퉁쳐서 이야기하는데, 사실 위에 91개 단체가 나열한 사건 들 중 2017년 대구 포천 사건과 같은 입양특례법과 무관한 입양 가정에서 발생한 사건들까지도 입양이라는 단어로 묶어 기사를 내보낸 언론들 때문에 수많은 비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때때로 친양자 입양 가정에서 발생한 사건들도 입양으로 묶여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 가정들이 비난 받기도 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2000년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입양인 스티브 모리슨과 입양부모들이 한국입양홍보회 창립총회를 하면서 우리사회에 입양을 사회 밖으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사회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공개입양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입양에 대해 발언을 시작한 덕분에 내가 이렇게라도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 공개입양을 이야기하던 이들을 향한 사회의 눈길은 불편한 시선이 많았다. 나는 어떤 자리에서 입양기관에 근무하던 이가 공개입양을 이야기하는 입양부모들을 비난하는 것을 직접 듣기도 했었다. 그들의 수고와 노고로 현재의 입양이 이정도라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글이 너무 종과 횡을 지나다녀 그만 정리하고자 한다.
나는 91개 단체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공동성명은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위한 성명서인가? 아니면 입양 아동의 사망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인가?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니 길을 잃은 공동성명서가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뿌리의 집이나 공감의 영향이지 않을까? 예상가는 단체들도 몇 더 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길 잃은 성명서는 다시 길을 찾기를.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차라리. 입양아동사망사건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이라고 하던지. 무슨 이유로 당신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이 나 같은 이들에게는 아동학대라고 쓰고 입양아동사망사건이라고 읽히는지 자신들의 성명서와 정책요구안을 확인하시를.
사진은 2016년 3월 5일 구로구 푸른수목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