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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깡통
오늘은 시에 대한 글쓰기지만, 사실 시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내 주변에 시인도 없다. 아 예전에 시인이 있었다. 너무 많은 시집을 내는 시인. 그래서 시집이 나올 때마다 한권씩 주시던 분이 계셨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집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시집 중 하나라고 밝히곤 한다.
갑자기 시를 쓰기는 그렇고, 기형도 시인의 우리 동네 목사님(입 속의 검은 잎-P.129-130) 이라는 시를 옮겨 본다.
우리 동네 목사님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인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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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 시간에 적었던 글들을 하나 씩 게시하고 있다. 나는 9개의 글을 적었다. 지난 12월 2일(수) 9번째 글 부모, 12월 4일 (금) 1번째 글 변화하는 삶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12월 6일(일) 2번째 글 재테크, 12월 7일(월) 3번째 글 음식, 12월 9일(수) 술, 12월 11일(금) 웹 소설을 읽는 이유, 12월 12일(토) 코로나 19를 올렸으니 이 글 빼고 1개가 남는다.
10월 14일(수) 글감은 시.
사진
1. 2007년의 어느 날 현재는 사라진 예본교회에서 깡통과 하경.
2. 2020년 12월 13일(일) 눈 내린 산학교에서 하람과 눈사람.
3. 2020년 12월 13일(일) 하경, 하람 다니는 산학교
얼마 전 구로 민중의집 근처 식당에서 시집을 너무 많이 냈다는 시인의 글을 봤다. 이름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지금은 어찌 지내고 계실까? 못 뵌 지 15년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성도가 십여 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그래서 무척이나 궁핍했지만, 이 글을 올리려니 지금은 사라진 예본교회가 조금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