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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삶 22회 – 노인이 되어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1

 

몇 년 만에 공연을 보러갔습니다.

밖으로 잘 안나가다보니 집을 나서는 결심을 하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용기를 내서 저녁 퇴근시간대에 버스를 탔습니다.

1시간 30분이 걸려서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래간만에 공연장을 찾으니 기분이 상쾌하더군요.

 

카운터에 가서 티켓을 끊었습니다.

예약 없이 갔는데도 뒷쪽에 남아있는 좌석들이 많았습니다.

적당한 위치를 지정해서 요금을 계산하려는데 무료라고 하더군요.

도립교향악단 공연이어서 요금이 저렴한 편이기는 하지만

무료인 경우는 처음이라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티켓을 받아들고 확인차 봤더니 ‘노인(100%) 0원’이라고 찍혀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헉~

졸지에 노인할인을 받아버렸습니다.

공연장을 간다고 목욕도 하고 깔끔한 옷을 골라 입고 나섰는데

젊은 직원의 눈에는 제가 노인으로 보였나 봅니다.

좋아해야할지, 화를 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헷갈리더군요.

차라리 신분증 확인이라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10여 년 전에 어느 매장을 들어갔을 때

직원이 제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했을 때처럼

뜨악했습니다.

아~

이제 조금씩 이런 현실에 적응을 해 나가야 하나봅니다.

 

 

2

 

하우스 근처를 걷고 있었는데 발아래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뭔가 심어서 봤더니 뱀이더군요.

순간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고

뱀도 황급히 근처 밭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곳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입니다.

하우스 안에서 일을 할 때도 가끔 풀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식겁하기도 하죠.

크기는 크지 않고 독성도 없어서 그리 위험하다고는 하지 않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은 이 녀석들이 쥐를 잡아먹기도 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라고 합니다.

 

예전에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커다란 구렁이를 자주 보곤 했었습니다.

그 구렁이들도 보기에는 무섭고 징그럽지만

사람에게는 별달리 해를 끼치지 않고 쥐를 잡아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어른들도 구렁이가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쫓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눈앞에서 뱀이 불쑥 나타나는 건 무섭고 싫습니다.

이렇게 뱀을 마주칠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히 살아가자”고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

 

 

3

 

고구마를 해마다 노지에 심어왔는데

올해는 노지와 하우스 안에 나눠서 심어봤습니다.

노지에 심은 고구마는 여름에 가물어서 그런지 상태가 영 아니었는데

하우스 안에 심은 고구마는 줄기가 생각 외로 왕성하게 뻗어나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얻은 지식으로는

고구마 줄기가 너무 왕성하면 영양분이 뿌리가 아닌 줄기로 가기 때문에

줄기를 어느 정도 잘라줘야 한다고 해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기 위해서 그냥 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키운 고구마를 수확했습니다.

왕성한 줄기를 걷어내고 땅을 팠더니 아주 튼실한 고구마가 나오더군요.

노지에 심어 놓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노지에 비해 하우스 고구마의 줄기가 세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고구마 수확량은 그 정도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왕성한 줄기를 잘라줘야 하는 건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하우스 고구마의 반 정도는 줄기를 잘라서 비교해봐야겠습니다.

텃밭에서 고구마를 재배한지도 얼추 10년이 되가는데 아직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

 

고구마로 반찬을 만들었더니 달달하고 든든한 것이 아주 좋더군요.

저물어가는 가을에 맛보는 이 풍요로움이 감사할 뿐입니다.

 

 

 

(이민휘의 ‘미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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