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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들어 어머니의 행동이 조금 이상해졌습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행동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을 가끔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병원 검진을 받아 검사결과를 기다리고는 있는데
우려했던 그것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아직 여든도 되지 않은 나이인데...
사랑이가 요즘 들어 사료를 잘 안 먹습니다.
원래 입매가 짧은 녀석이기도 하도
가끔 사료를 거부하는 적이 있기도 한데
살이 빠진 상태로 며칠 동안 사료를 먹지 않으니 조금 걱정입니다.
사료는 먹지 않아도 다른 간식들은 잘 먹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좀 더 맛있는 사료를 사와서 섞어주면 입맛이 조금 돌아올까요?
11월이 시작됐고 둘째 조카의 수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씩 커가는 조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별로 없어서
힘겨운 고3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듭니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도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미안해서 못하겠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라고 용돈이라도 넉넉히 쥐어줘야겠네요.
조금씩 기온이 떨어지며 겨울로 다가가는 요즘
나만의 고민에 파묻혀 있지 말고
가까운 이들부터 찬찬히 둘러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2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면서
제가 살아오며 만났던 인연들을 쭉 돌아봤습니다.
어린 저를 무지 귀여워하시고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래간만에 떠올리는 친구들의 모습들도 반가웠고
힘든 시기에 만났던 여러 인연들도 즐겁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 나와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좀 길었는데
꽤 열정적이었던 시기인 만큼 제 삶을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준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시기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꾼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된 사람들도 너무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제 삶에서 인연 맺어진 이들을 가만히 돌아보고 나니
어릴 적 인연들은 사람들 모두가 반갑고 소중하게 다가왔는데
세상에 나가서 만났던 인연들은 사람보다는 그때 했던 일들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물론 그때의 인연들이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어도
일을 중심으로 만났던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일 뒤에 묻혀버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사람들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지만
이미 사람들과의 관계는 허약할 데로 허약해져버린 상황입니다.
이제 와서 그때와 같이 왕성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낼 필요도 능력도 없으니
지금의 빈약한 인간관계들이라도 감사하면서 소중하게 간직해야겠습니다.
그 관계들이 너무 빈약하기에
온라인에서 알게 된 이들도 하나하나 소중해지고
제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더없이 사랑스럽고
심지어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분들까지 기억하게 됩니다.
솔직히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분들까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더 지나서 지금을 돌아봤을 때
그분들도 고마웠다고 생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봐야겠네요.
3
외삼촌이 죽었다
너무 빨리 갔다
딸 여섯, 아들 하나. 칠남매 중 유일한 아들이었던 삼촌이 오늘 이승의 삶을 내려놓고, 머나먼 길을 떠났다
만날 때마다 지갑을 꺼내어 보이며
못난이(사십 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삼촌이모들이 나를 부르는 공식 별명) 갖고 싶은 만큼 다 가져가라고 하던 삼촌
내가 너무 작고 예뻐서 업고 안고 들고 다니느라 땅에 내려 놓을 새가 없었다고 했다
삼촌이 먼 길을 나섰다
안녕 삼촌
삼촌이 있어서 내 어린 날들이 따뜻하고 폭신했어
오래 기억할게
기억하려고 쓰는 글
Chaewon Shin님의 페이스북에서 빌려온 글입니다.
외삼촌에 대한 아련하고 따뜻한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죽으면 나를 이렇게 따뜻하게 기억해 줄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라고 말해놓고는
마음 한편에서는 또 이렇게 사람들 기억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에 웃음을 한 번 지어봤습니다.
하하하
어차피 지난 시절 인연 맺었던 사람들에게서는 서서히 지워지고 있으니 그것에 연연할 건 없고
지금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는 끈이 이어지는 한 연결될 것이니 어떤 식으로든 저를 기억하게 되겠죠.
제가 죽었을 때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저를 기억할까요?
음...
Chaewon Shin님이 외삼촌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련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려면 제가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내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더불어.
(Michael Hoppe의 ‘Be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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