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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이 조금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아주 친절하게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난 후
의사를 만났더니 이런저런 우려를 얘기하며 고가의 검사를 권유하더군요.
결국 눈의 불편함은 해결하지 못하고 걱정만 안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안경을 바꾸면 나아질까 싶어서 안경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와 달리 안경점에서는 안경과 지금 시력에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목돈을 들여 안경을 바꿨습니다.
그래도 눈의 불편함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살짝 고민스러웠는데
국가에서 준 소비쿠폰을 들고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친절하게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난 후
의사는 “안경에는 문제가 없는데 백내장 수술을 하면 시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눈이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수술을 얘기하는 것에 어의가 없어서 그냥 나와 버렸습니다.
소비쿠폰으로 안경을 다시 바꾸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유튜브로 백내장에 대한 검색을 해봤더니 그다지 도움 되는 정보는 별로 없이 “어렵지 않은 수술이니 가까운 병원을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그 검색 이후 알고리즘으로 눈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몰려들었고, 광고에는 ‘복용 후 한 달 만에 획기적으로 눈이 좋아지는 영양제’가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눈의 불편함은 해결되지 못한 채
안경점은 안경이 문제이니 바꾸라하고
병원은 안경은 괜찮으니 수술을 하라고 하고
유튜브는 간단하게 영양제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닌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의 불편함은 나이가 들어가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조금씩 적응하면서 마음 편히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과 의학정보들에서는 가급적 멀어지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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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크고 실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서 계속 수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 개 넘게 땄는데 대여섯 개는 더 달려있고, 아직도 커가는 것도 보입니다.
호박 하나를 따면 호박국, 호박전, 호박무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주일은 먹습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그 맛이 좋아서 맛있게 먹고 나면 든든한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아침에 변을 보면 부드러운 황금색 똥이 나오는데 볼일을 보는 시간이 아주 개운하고 편안합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 호박 중에 최고는 단연 늙은 호박입니다.
이것을 혼자서 다 먹을 수 없기에 동생들에게도 주고 주변에도 나눠주고 있지만 호박은 계속 나옵니다.
호박을 썰어서 냉동보관하면 겨울에 먹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아직도 많이 달린 호박을 다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남는 먹거리가 있어도 주위에 나눌 사람이 별로 없다는 현실이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어차피 제가 선택한 고립이기에 그냥 받아들이렵니다.
그렇다고 쌓이는 호박을 버리거나 썩힐 수는 없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추가로 더 나눠주고 저도 더 열심히 먹어야겠네요.
이 가을, 풍성하게 수확하고 즐겁게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3
요가의 한 종류로 인 요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몸을 늘이거나 비튼 상태에서 몇 분 동안 가만히 있는 요가 방법입니다.
처음 몇 동작을 할 때는 몸이 덜 풀려서 동작을 하기가 좀 힘듭니다.
몸이 뻣뻣해서 잘 비틀어지지도 않는데 그 자세에서 20~30초만 지나면 이곳저곳이 당기고 저려서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럴 때면 몸에 힘을 조금 빼서 당기는 곳의 긴장을 줄여주고, 마음으로는 호흡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몇 분의 시간이 견딜만 해집니다.
그렇게 몇 동작을 하다보면 서서히 몸이 풀려서 동작을 하는 것이 덜 힘들어지고 요가를 하는 시간이 편안해집니다.
역동적인 동작을 쉼 없이 이어가며 땀을 뻘뻘 흘리는 빈야사 요가도 좋지만 가끔 인 요가를 하며 몸의 미세한 근육까지 자극해주면 한결 개운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한 시간 정도 인 요가로 몸을 개운하게 풀어주고 나서
사랑이와 함께 산책을 나서면
꽤 선선해진 아침 기온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주변 밭들에게는 이제 막 심어놓은 브로콜리 모종들이 기지개를 펴며 푸릇한 기운을 뿜어내고
8월의 끔찍한 폭염을 견뎌낸 양배추 모종들은 제법 자라서 그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들을 보며 걷노라면 이 가을이 더없이 활기차고 편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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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의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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