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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초관리에 실패해서 엉망이 되 버린 텃밭을 정리했습니다.
아직 참외가 계속 달리고 있어서 정리해버리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겨울 작물을 심으려면 지금부터 밭을 갈아놓고 준비해야 합니다.
잡초가 너무 많이 자라있는데다가
참외와 수박 같은 넝쿨 작물들이 많아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예초기로 먼저 풀들을 잘라내고
바닥에 뿌리가 단단히 박힌 것들은 일일이 손으로 뽑아낸 후
잡초 방지를 위해 깔아놓았던 비닐들을 걷어내고
경운기로 밭을 깊게 갈아엎고 나서
비료를 뿌리고 물을 흠뻑 줬습니다.
중간 중간 심어져있는 땅콩, 오이, 고추는 계속 키워야하기에 그 부분만 살려놓고 정리하느라
일이 조금 까다로워졌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텃밭을 정리하느라
이틀 동안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은 감귤나무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밭을 정리해놓고 났더니 기분이 개운해지더군요.
이번 겨울 작물로는 뭘 심어볼까 하는 고민도 하면서
폭염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
이맘때면 주변 밭들에는 월동채소 모종을 심느라 바쁜 시기입니다.
하지만 30도가 넘는 폭염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모종을 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는 바람에 평년보다 보름 이상 늦은 9월 중순에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렇게 파종이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수확도 늦어져버립니다.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12월부터 시작해서 1월~2월에 대부분을 수확하는데
파종이 늦어 지다보니 2월에 몰려서 수확을 하게 돼 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손도 모라자고 시세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브로콜리는 2월 중순을 넘어서며 기온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꽃이 피어버리기 때문에 그 전에 빨리 수확을 마쳐야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브로콜리 농사짓는 분들이 이래저래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도 폭염은 9월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농사짓는 분들은 모종 심을 시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런 와중에 근처에 있는 밭에 모종이 심겨져 있더군요.
무슨 모종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무더위에 모종을 심어놓고 매일 스프링클러를 돌리며 죽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보름가까이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많이 메말라 있는 상황이어서 괜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무덥고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다가
드디어 비가 내렸습니다.
비의 양도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주 적당해서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던 작물들에게 말 그대로 단비가 됐습니다.
비를 흠뻑 맞고 활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니 제 기분도 좋아지더군요.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 뒤에 며칠 동안 폭염이 더 이어지다가 조금씩 기온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주위에서는 본격적으로 월동채소 파종을 하느라 바빠지겠죠.
그렇게 서서히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3
오래간만에 단비가 내려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새벽에 요란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천둥 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폭우에 깜짝 놀라서 깼습니다.
놀란 것은 사랑이도 마찬가지여서 꼬리를 내린 채 밖을 향해 마구 짖어댔습니다.
사랑이를 제 곁으로 불러서 괜찮다며 쓰다듬어줬더니 조금 안심을 하다가도
창밖이 번쩍거리고 우르릉 쾅쾅하며 굉음이 들려오자 다시 짖어대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침대에 누운 상태로 사랑이를 진정시키다가
볼일을 보려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사랑이가 저를 졸졸 따라오는 겁니다.
무서워서 저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사랑이를 위해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는데
사랑이가 슬글슬금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서 제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겁니다.
사랑이에게 화장실은 싫어하는 목욕을 강제로 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절대로 들어오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 발로 그 안에 들어와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 사랑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저처럼 별 볼일 없는 존재가
사랑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할만한 존재라는 사실에
가슴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사랑이는 너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Astor Piazzolla의 ‘Las cuatro estaciones porteñ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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