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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늙은 호박을 심기 위해 3월에 땅을 일구고 비료를 미리 넣어둬서 준비를 했습니다.
4월에 조그만 모종 두 개를 심어놓고 감귤 수확과 전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바쁜 일들을 어느 정도 처리하고 5월에 호박 상태를 봤더니 뻗어나간 줄기가 변변치 않아서 비료를 다시 뿌려줬습니다.
이후 장마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감귤나무에 신경을 쏟고 있었더니 호박 주위에 잡초들이 왕성하게 자라나 호박 줄기들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호박 줄기들이 잡초에 밀려 고사할 것 같아 땡볕 속에서 며칠 동안 잡초들을 뽑아냈습니다.
고생 끝에 잡초들을 뽑아냈더니 앙상한 호박 줄기가 드러나서 또 비료를 뿌려주고 가물 때는 물도 열심히 주면서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호박은 다시 세를 키우기는 했지만 폭염 속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겨우 4개의 호박이 달리더군요.
“올해 호박재배는 망했다”는 생각을 하며 그리 크기 않은 호박을 따 먹고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어느 날부터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도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가을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자 호박 줄기가 폭풍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왜소했던 줄기들이 하루가 다르게 뻗어나갔고 중간 중간 커다란 호박들도 보이더군요.
9월 중순을 넘어선 지금도 줄기들은 계속 자라서 하우스 옆면을 타고 오르기 시작하고, 커다란 호박만이 아니라 앙증맞은 새끼 호박들도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조그만 모종 2개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생명력과 걱정과 정성이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는 모습에 경이로움마저 느낍니다.
4월에 심은 오이는 우여곡절 끝에 잘 자라서 굵고 실한 오이들을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8월이 돼서 오이가 더 이상 달리지 않자 텃밭 한쪽에 다시 땅을 일궈 새로운 오이 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모종을 심으려면 최소 보름 전부터 땅을 일구고 비료를 주면서 밭 만들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모종 심을 시기를 놓칠 것 같아서 그냥 맨땅에 모종을 심고 그 위로 비료를 조금 줬습니다.
그동안 가시오이만 재배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종류에 도전하고 싶어서 다다기오이로 심어봤습니다.
구석에 오이를 심어놓고는 나머지 공간들은 월동채소를 심기 위해 여름 채소들을 걷어내고 밭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중간 중간 모종의 상태를 살피면서 물을 열심히 주며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봤습니다.
한 달 만에 줄기가 훌쩍 자라서 오이가 달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보니 오이는 달리지 않고 병충해 때문에 이파리가 엉망이 돼버렸더군요.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며 아쉬움만 달래봅니다.
식물과 소통을 하며 농사를 짓는 것은 쉽지 않지만 참 재미있는 일임을 새삼스레 느끼는 요즘입니다.
2
폭염이 물러나면서 이곳은 바빠졌습니다.
주변 밭들에서는 늦게까지 이어지는 폭염 때문에 미뤄뒀던 월동채소 모종심기가 한참입니다.
저도 텃밭에 각종 채소들을 파종하느라 조금 분주했습니다.
폭염의 기세가 길게 이어진데다가 요란한 비 날씨가 계속 이어져서 파종시기를 잡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급하게 파종을 했습니다.
이르게 심는 것은 대부분 파종했고 앞으로 마늘과 양파처럼 조금 늦게 심는 것들이 남았습니다.
감귤에는 병충해가 줄어드는 시기라서 할 일이 많지 않지만 비교적 넓은 텃밭을 신경 쓰느라 살짝 바쁜 요즘입니다.
그렇게도 무더웠던 7월과 8월에는 덤덤하게 더위를 견디며 감귤나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흐르더군요.
그런데 9월에 접어들어서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지기 시작하니 시간이 빠르게도 흘러갑니다.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나름 차분하게 일들을 해나갔다 싶었는데 아직 해야 할 일들은 남아있고 날자는 벌써 9월 하순으로 넘어서고 있습니다.
올해도 짧은 가을 뒤에 곧바로 매서운 겨울이 이어지겠죠.
다가올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서라도 이 가을을 알뜰하게 누려봐야겠습니다.
3
<옷차림이 중요한 진짜 이유>
1. 옷은 말 없는 자기소개다
2. 외모보다 옷이 먼저 평가된다
3. 대충 입으면 대접도 대충 받는다
4. 옷차림은 허영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태도
5. 센스 없는 스타일은 기회를 놓친다
6. 깔끔하게 입어도 상위 20% 안에 든다
7. 첫인상을 좌우하는 옷차림
8. 중요한 날일수록 옷에 신경 써야 한다
9. 상황에 맞는 복장은 신뢰를 높인다
10. 옷차림이 기분과 자신감에도 영향을 준다
텃밭에 심을 모종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보고 제 몰골을 살펴봤습니다.
낡고 볼품없는 검은색 작업복 바지
오일장에서 싸게 산 반팔 티
인터넷으로 구입한 베트남제 저가 운동화
발목이 살짝 늘어나기 시작한 양말
제 몰골을 살피며 그 글을 다시 되새겨봤습니다.
1. 옷은 말 없는 자기소개다.
-> 제 옷은 전형적인 중늙은이 시골농부임을 보여줬습니다.
2. 외모보다 옷이 먼저 평가된다.
-> 옷보다 외모가 더 볼품없어서 그나마 옷이 좀 나아보였습니다.
3. 대충 입으면 대접도 대충 받는다.
-> 허접한 옷차림 때문에 허접한 대접을 받은 적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해버립니다.
4. 옷차림은 허영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태도
-> 변변한 옷 한 벌 없기 때문에 허영도 존중도 못 누리겠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나는 더없이 편안합니다.
5. 센스 없는 스타일은 기회를 놓친다.
->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기회라는 것은 나를 외면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기회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6. 깔끔하게 입어도 상위 20% 안에 든다.
-> 하위 20% 안에서 살아가는 삶에 워낙 익숙해져 있어서 지금의 삶이 좋습니다.
7. 첫인상을 좌우하는 옷차림
-> 이 차림보다 더 허접한 차림으로 동네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은 저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8. 중요한 날일수록 옷에 신경 써야 한다.
-> 옷에 신경 쓰면서 만날 사람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내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9. 상황에 맞는 복장은 신뢰를 높인다.
-> 복장으로 신뢰를 쌓았던 사람들은 내가 별 볼일 없어지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복장에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나를 온전히 나로서 신뢰해줍니다.
10. 옷차림이 기분과 자신감에도 영향을 준다.
-> 내가 가장 기분 좋고 자신감이 고양될 때는 사랑이와 함께 산책하다 동네사람들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눌 때인데, 그때의 옷차림은 ‘목이 늘어난 낡은 티셔츠, 오래 되서 물이 빠진 추리닝, 3천 원짜리 싸구려 슬리퍼’였습니다.
(이재경의 ‘ 살은 것들을 알아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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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박숨을 땅이 없어 몇년전 땅을 마련하려고.. 모아둔 돈으로 코인을 채굴하다 쫄딱 망해서 이천만원 정도를 날렸습니다. 그냥 그때 땅을 샀으면 인적이 드문 곳 100평은 마련했을텐데요. 지금은 다시 저축 중입니다. 호박숨을 땅을 위해서요. 잘 자란 호박넝쿨 기세가 아주 멋져 보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故권정생 선생님이 아동문학상을 받게되어 서울로 상을 타러가셨다는데.. 문학계의 관행과는 다드게 평소 아끼시던? 허름한 옷을 입고 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내심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직껏 그렇게는 못 살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도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며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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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으로는 50평에서 100평 정도의 텃밭이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심어서 재미있게 해볼 수 있습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 식물과 호흡하다보면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고, 건강한 먹거리를 풍부하게 멋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더군요. 득명님은 작물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시기에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지금 이곳이 제 땅은 아니지만 이렇게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주변에 여유로운 텃밭 공간이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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