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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외 | 알라딘
서울의 한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살아왔던 삶을 기록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길 없는 가난 속에 살아온 이도 있고, 떵떵거리며 살아가다가 한순간에 굴러 떨어진 이도 있고, 반건달로 살다가 졸지에 의지할 곳이 없어져버린 이도 있고, 들쑥날쑥 하는 삶을 살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생각하기도 하고, 쪽방촌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그들에 대한 편견도 들춰낸다.
그들의 속마음을 열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주 정갈하게 정리까지 해놓았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김혜원 | 알라딘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고 외롭게 버림받은 사람들 중의 하나인 독거노인들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상처받고 외롭게 지낸 이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으려 한다. 어렵게 입을 연다고 해도 답답하고 쓰린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일일 테고, 두서없는 그들의 얘기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 끄집어낸 그들의 이야기를 짧은 글에 담아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련하고, 쓰라리고, 답답하고, 뭉클하고, 간절해진다.
제7의 인간 |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 존 버거 | 알라딘
가난을 이기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은 가난과 억압과 고독을 경험하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유럽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현실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낸 뛰어난 책이다.
이주노동자의 탄생 배경과 경제적 정치적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내면세계를 살며시 드러내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시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지고 하고, 따로 놀기도 하면서 아름답고 처절한 연주를 들려주는 듯하다.
중국의 반체제 시인으로 불리는 라오웨이가 1990년대 중국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모은 책이다.
인신매매범, 공중화장실 관리인, 철거민, 거리 예술인, 늙은 홍위병, 우파 지식인 등 16명을 만나서 생생한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보통의 정제된 인터뷰들과 달리 막말이 오가기도 하고,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기도 하면서 생생한 느낌이 살아 움직인다.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사람 데로, 절은 사람은 젊은 사람 데로, 좌파는 좌파 데로, 우파는 우파 데로 중국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과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 나의 OOO 1 | 이규식 | 알라딘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집에서만 지냈다. 이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진 부모님이 시설에 보내게 됐고, 시설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그렇게 욕구도 의지도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 않게 살아가던 이가 노들야학이라는 장애인단체와 인연이 닿게 되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세상으로 나온 이후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당연하게 필요한 이동권, 자립지원 등의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요구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벌여야 했다.
사회에서 버림받던 한 중증 장애인이 세상으로 나와서 당당하게 인간의 권리를 외치며 살아왔던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그 삶 자체가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그 얘기를 끄집어내서 정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것을 아주 깔끔하게 해내서 그 노력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자신의 삶을 냉철하게 돌아보면서도 유머와 희망을 함께 담아낸 아름다운 자서전이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을 전전하며 전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노동자의 삶을 날것 그대로 기록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그들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은 그저 쓰다버리는 일회용품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런 현실에서 기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보면 나이만 들어가고 골병만 쌓여간다.
그 질퍽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꿋꿋한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임계장 이야기 | 우리시대의 논리 27 | 조정진 | 알라딘
잘나가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와 경로를 거쳐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경비직이 가장 많다.
그곳에서 그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처우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한 경험으로 보여준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얘기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많은 노인들이 상상 초월의 노동 착취와 인격 모멸 속에서 일하다가 쓰러지고 그대로 버려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 김연자 | 알라딘
먹고 살기 위해 기지촌으로 들어가 몸을 팔아야 했던 이들의 얘기는 70년대 에로영화나 80년대 운동권 소설 등에서 흔히 써 먹던 소재였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 대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식상한 얘기를 나이 예순이 넘은 이가 자서전으로 써 냈다.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중간 중간 숨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는 너무 가슴 아파서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또 다음에는 너무 가슴이 뛰어서 진정을 해야 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고생 많으셨다는 말만 떠올랐다.
초기 민중문학의 대표적 작가 중의 하나인 김정한의 대표 단편 3편을 모은 문고판이다.
60년대 가진 자들에 의해 버림받고 짓밟히는 사람들의 얘기를 처절하고 힘 있게 담아내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희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이 비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작가의 열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현실 속에서 살아나오는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최인석은 좀도둑, 창녀, 철거민 등 소위 사회파 소설에서 다뤘던 밑바닥 인물들을 지독하게 고집하는 소설가이다. 이 소설도 고아원에서 자란 남여가 미군 기지촌에서 건달과 창녀가 돼서 살아가는 얘기다.
자칫 철지난 고루함으로 느껴질 수 있는 통속적인 얘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간다.
끔찍한 세상의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질퍽함으로 고스란히 다가오면서도, 이상한 인물이 등장하여 다소 신화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몽롱함을 안겨준다. 그 질퍽함과 몽롱함의 조합에 이끌려 가다보면 묘한 해탈을 안겨준다.
1930년대 미국에 닥친 자연재해와 대공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던 민중들의 이야기다.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비귀환일수록 더욱 활개 치는 인간의 탐욕,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나약함과 이기심, 암울하고 힘들지만 사랑과 연민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버텨나가는 끈질긴 생명력 등 그런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생생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1980년대 쏟아져 나왔던 리얼리즘 소설을 다시 보는 것 같지만 그때의 소설들보다 훨씬 힘이 있고 정갈하다.
HUMAN 인간 (특별보급판) | 최민식 사진집 휴먼(Human) | 최민식 | 알라딘
가난한 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 최민식의 대표적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진가가 대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사진의 질감이 달라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별다른 설명이 없는 사진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밀려온다.
가난하지만 모질도록 질기고 뜨거운 ‘인간 그 자체’의 에너지를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그곳에 들어가 살며 그곳의 생태계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열악한 주거환경, 건물주의 탐욕, 주민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 등 기존에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만이 아니라 좀 더 내밀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며 시스템의 작동방식과 인간들의 심리까지 파고들고 있다.
연구자이기에 개념적인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단순히 그곳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 은밀한 내면까지 파고들려 노력했다.
도시빈민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적 접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 우리시대의 논리 30 | 김진희 외 | 알라딘
거리에서 문득 마주치는 홈리스 중에 여성들은 자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은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어 지내는 여성 홈리스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드러냈다.
홈리스 사회에서도 남성중심적인 문화나 정책에 밀려 더 숨어들어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낮은 곳에서도 더 낮은 곳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그곳에서의 생존방식이 얼마나 치열한지도 알려준다.
애써 미화하거나 어줍잖게 각색하지 않고 불완전한 그들의 목소리 그대로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삶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서 노숙을 하던 이가 우연히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났던 노인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수년 동안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느끼게 된 여러 가지 사연들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초라하게 사그라드는 노인들에게서 전해지는 촛불과 같은 기억의 파편들을 어루만지다보면 어느새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온정적인 따뜻함만이 아니라 요양시설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까지 곁들여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된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고기잡이배, 편의점, 돼지농장, 자동차 부품공장 등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들이 몸뚱아리로 먹고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일자리들을 전전했던 기록이다.
그 참혹하고 뜨거운 노동의 현장이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들도 극영화처럼 영혼까지 다 보여준다.
밑바닥 노동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지게 만드는지 자신를 표본삼아 보여주는 뛰어난 르뽀인데 술자리 푸념처럼 다소 얘기가 늘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다.
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집단인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더 심각한 처지에 있는 농업종사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도가 많이 정비되고 개선됐다고 하지만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에 허덕이면서 제대로 도움을 구할 곳도 없는 이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그 삶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농업종사자들이 왜 그런 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자료나 증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기록한 글이라서 더 생생하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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