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님의 [돈 갚는 약속] 에 관련된 글.

김규항은 혹시 돈을 빌려줘본 경우나 돌려받지 못한 경우만 경험해본 듯하다.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그보다 훨씬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 그것은 분통이 터지면서도 스스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권력관계 아래서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채권자가 권력을 쥔 것이 아니라 채무자가 권력을 쥐고 있는,

통상의 고리대금업과는 다른 관계인 것이다.

 

김규항은 갚을 형편이 되면서 갚지 않는 건 잘못이라고 말하며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아마 김규항은 갚을 형편이 되지 않는데도 빚을 독촉하는 사람에게 시달리고 있나보다.

자신은 "미안하고 민망해서 연락할 때를 놓치는" 것처럼, 아니 그 정도로 맘고생이 심한가 보다.

 

하지만 왠지 그는 갚아야 할 돈과 줘야 할 돈의 차이를 모르는 듯하다.

갚지 않아도 되는 돈과 주지 않은 돈의 차이도 모르는 듯하다.

 

갚을 형편이 되면서 갚지 않아도 되는 돈도 있지 않겠나. 

가난해서 내지 못한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료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저혼자 부푼 연체이자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땅을 다져 작은 집에 오래동안 살다가 수십 년 지나 나타난 땅주인이 내놓으라는 변상금이나, 뭐 이런 돈들?

 

하지만 세상에는 줄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꼭 줘야 하는 돈, 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돈,

줄 형편이 된다면 조금씩이라도 먼저 줘야 할 돈도 있는 거다.

 

내가 아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김규항은

스스로 '주는 사람'의 위치에서 갖는,

게다가 사회적으로 그가 지닌 권력을 성찰하지 못한 채 (사실, 그걸 이용하고 있는 듯 보일 정도로)

 

자신을 '갚는 사람'의 위치에서 변호하느라

 

그에게 받을 돈이 있는 누군가들을

"인간적 품위"가 없는,

돈 때문이면서도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로 만드는, 비열한 글을 쓴 거다.

 

 

정말 돈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니어지는 사람이 당신이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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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10:31 2008/12/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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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류 2008/12/05 10: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규항은 트랙백을 보낼 수 없도록 해놓았군. 자신을 좌파적 경제관의 소유자로 옹호해주는 이의 트랙백 글은 그냥 두고. 흠. 트랙백 다시 걸까 말까 고민할 필요 없어져서 다행이다.

  2. 처절한기타맨 2008/12/05 10: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런게 좌파연 군자연하니~ 꼴깝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게 짜증난다는~ 미류님 글 잘봤어요~

  3. 리우스 2008/12/05 17:3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규항이 정말 그러고도 아직까지 저렇게 떠벌리고 다니고 있다니 참 유구무언입니다... 벌써 몇년이나 전에 일어난 일인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그 상태라니....

  4. 앙겔부처 2008/12/06 00: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막장의 최전선을 달리는 듯...=ㅅ= 트랙백을 왜 지우냐고 아오 ㅇ<-<

  5. 미류 2008/12/06 04: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처절한기타맨// 이래저래 속상하죠, 참...

    리우스// -,-

    앙겔부처// 그러게, 황당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했다는...

  6. 미류 2008/12/06 04: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엉뚱한 오해가 생겨 좀 고쳤다고 한다. 민감한 글인데, 좀 고쳤다고 하기에는 꽤나 자주 수정하고 있다. 간략한 해명글도 올라왔다. 나는 그야말로 '신뢰'와 '신용'을 구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덜 된 사람인 건 괜찮으나, 못된 사람이지는 않기를 바란다.

  7. 녹구 2008/12/06 10: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가슴이 아프네.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어, 뭐라 말을 덧붙이긴 어려운데,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김규항 씨가 쓴 그 글(지금은 수정된)이 나도 아는 그이들에 대한 거라 생각하니, 많이 가슴이 아프다. 서로들 마음 다독이며, 슬기롭게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8. 미류 2008/12/07 09:0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응, 김규항 말처럼 그이들에 대한 글 아니었길 바라고, 그래도 가슴 아픈 거 어쩔 수 없겠지만, 그이들이 더 튼튼하니... 혼자 울지는 마쇼!

  9. 녹구 2008/12/08 09:1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러게. 내가 힘 보태주지도 못하면서.. 입 속에 맴도는 얘기들은 다음에 기회 있음 하자고..

  10. 미류 2008/12/08 15:4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당신 그 마음이 그이들에게 힘이 될 거라는 거 알잖여... 기회 되면 얘기해요... 난, 사실 그냥 막 화가 나긴 했는데, 속속들이 아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힘 보내는 게 좋을지 잘 모르기도 하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