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스모킹 건 '1번' 글씨, 국내 문구업체 매직 성분과 동일” | |||||||||||||||
합조단, “국내 생산 잉크와 불일치”…네티즌, “모나미에서 1998년 출원” | |||||||||||||||
|
|||||||||||||||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하는 어뢰에 쓰인 ‘1번’ 글씨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청색을 나타내는 ‘솔벤트 블루(Solvent Blue) 5’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잉크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를 뒤집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은 지난 29일 '천안함 의혹 관련 설명회' 당시 “북한 어뢰에 쓰인 ‘1번’이라는 글씨의 잉크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청색 유성매직으로 확인됐다”면서 “성분 색소는 ‘솔벤트 블루5’로 청색 유성매직으로 많이 쓰이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잉크와 비교한 결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합조단은 ‘1번’글씨에 대한 조작 가능성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국내 문구기업 (주)모나미가 1998년 ‘솔벤트 블루5’가 배합된 잉크를 특허청에 출원한 사실을 찾아내 합조단의 주장을 뒤집었다. 실제 네티즌들의 주장에 따라 특허청 사이트에서 출원번호 ‘ 출원내용에서 (주)모나미는 ‘발명의 구성 및 작용’에 대해 “본 조성물(유성 마킹펜용 잉크)에는 착색제가 배합되는데 그 함량은 조성물 총중량 기준으로 1~20중량% 정도가 바람직하다”며 “본 조성물에 있어서 솔벤트 블루(Solvent Blue) 2, 4, 5, 37, 38, 43, 44, 51, 64 및 베이직 블루(Basic Blue) 1, 7 등 같은 안료로 이루어진 군에서 선택되는 1종 또는 2종 이상의 혼합물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출원)청구의 범위’란에서 역시 “상기 착색제로서 솔벤트 블루(Solvent Blue) 2, 4, 5, 37, 38, 43, 44, 51, 64 및 70과 같은 안료로 이루어진 군에서 선택되는 1종 또는 2종 이상의 혼합물을 조성물 총중량 기준으로 1~20 중량% 함유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유성 마킹펜용 잉크조성물”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난리가 났다”며 “이제 이 뒷수습을 누가하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조단은 그동안 어뢰에 표기된 ‘1번’글씨는 북의 소행에 대한 결정적 증거라고 이야기한 바 있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
'솔벤트 블루 5'.
얼마나 전문적인 용어인가!
SBS나 중앙일보 등은 합조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잉크와 비교한 결과와 일치하지 않아 한국산 잉크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사실 저 정도 전문 용어를 쓰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잉크와 비교'했다는 근거를 들어
합조단이라는 어쨌든 공식 기구에서 한국산 잉크가 아니다
라고 말한 것을 믿고 보도했으니, SBS나 중앙일보 쪽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만한 정보망도 없고, 보도라는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꾸려 가는 것도 아닌 '일개 네티즌'이
특허청 사이트에 접속해서 모나미 출원 상세내용을 검색해 보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
(물론 그 네티즌의 노력이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조차 확인하지 않고 저 '스모킹 건'이라는 중대 사안에 관한 뉴스를,
그것도 '직업으로서 언론인'의 지위와 명예, 권한과 책임을 지닌 자들이 보도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리라.
하다 못해 잉크 회사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주)모나미 관계자에 따르면, 이 성분은 모나미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업체에서
사용하는 재료라고 한다.)
각자의 일에 바빠 매 사안에 대해 직접 알아볼 여유가 부족한 동료시민들이
자신들 대신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들거나 지원하는('위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업이 언론 아닌가?
뭐 너무 당위적인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좌우를 떠나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근본적인 책임은 합조단에게 있다.
이게 지금 몇 번째 터진 일인데, 이렇게 무대포로 나갈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이건 '무능'과 '무시'라는 말 말고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합조단 쪽에서는 언론 쪽에서 오보를 한 거라고 책임을 떠넘긴다는데
네티즌이 밝히고 나서야 저런 변명을 했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
총리실에서는 사찰 대상자가 민간인인 줄 몰랐다는 참으로 어이없는 변명을 하던데
얘들은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저 '일개 네티즌'이라는 '천 개의 눈'이 공론장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공론장에서 발언하지 않았다면
진보에 반하는 보수가 판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참에 반하는 거짓이 더욱 판쳤으리라.
비단 이 문제뿐이겠는가. 황우석 사건을 통해 드러난, 그러나 용산참사를 비롯해
드러나지 않은 그보다 더 많은 거짓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결국 '천 개의 눈'이 더 활발하게 공론장에 들어오는 것만이
진보뿐만 아니라 참을 확대하는 유일한 길임이 새삼 분명해진다.
즉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는 것이다.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