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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식 반어법 혹은 조롱

장기하와 얼굴들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나름대로 가사를 해석하고, 나중에 MBC 파업에 지지 공연 가는 것을 보면서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없잖어

터벅터벅 느릿느릿 황소를 타고 왔다네
푸른 초원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네
초운에 풀이 없어 소들이 비쩍 마를 때쯤
선지자가 나타나서 지팡이를 들어
(저 쪽으로 석 달을 가라)

풀이 가득 덮힌 기름진 땅이 나온다길래
죽을똥 살똥 왔는데
여긴 아무 것도 없잖어

푸석한 모래 밖에는 없잖어
풀은 한포기도 없잖어
이건 뭐 완전히 속았잖어
되돌아 갈 수도 없잔어

광채가 나는 눈을 가진 선지자의 입술 사이로
그 어떤 노래보다도 아름다운 음성이
(나를 믿으라)

머리를 조아린 다음
거친 가시밭길을 지나
꼬박 석달을 왔지만
아무것도 없잖어

푸석한 모래 밖에는 없잖어
풀은 한 포기도 없잖어
이건 뭐 완전히 속았잖어
소들은 굶어 죽게 생겼잖어

딱딱한 자갈 밖에는 없잖어
먹을 거는 한개도 없잖어
이건 뭐 뭐가 없잖어
되돌아 갈수도 없잖어

처음에 듣고 완전 놀란 가사이다. 권력자들의 거짓말을 조롱하고 있다. 시기도 비슷하게 정부나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대한 허구성을 짚어 주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장기하가 의도했든 안했든) 현재 우리 손아귀에는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 ㅠ.ㅠ 경제 살린다더니 이건 뭐 완전히 속았잖어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멱살도 못잡고 (한번)
밀쳐주지도 못하고 (어깨로 확)
욕도 못해주고 (미처)
비웃어 주지도 못하고 (하하하)

만난적도 없고 (전혀)
앞으로도 만날 일도 없고 (아마도)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것참)
한번 멱살도 못잡고 (허)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한번만 잡히십시다

내 앞에 앉은 남자 (어랍쇼)
나랑 눈빛이 똑같애 (완전)
주위를 둘러보니 (두리번 두리번) 맙소사
죄다 똑같구나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한번만 잡히십시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한번만 잡히십시다

정말 이**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 경제를 살려준다고 해서, 잘살게 해준다고 해서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줬는데, 돌아오는 건 공권력의 몽둥이 뿐이라니.

난 변상도 바라고 멱살한번만 잡는 것도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 멱살한번만 잡히십시다!(왠지 무서운데 -_-)

별일 없이 산다

니가 깜짝 놀랄만 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왜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건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알았냐?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반어 하나는 조롱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사는게 하나도 재미없고, 괴롭기만 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노래한 것이다. 매일매일 무슨 일이 있고, 재미도 하나도 없고, 즐겁지도 않은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를 괴롭히는 인간에 대한 조롱이다. 당신을 우리를 그렇게 탄압하고 싶고, 집회도 방해하고 싶고 구속하고 싶지만, 우리는 하나도 괴롭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것이다. 후자가 왠지 더 그럴싸한 해석일 수도 있다.
당신이 아무리 촛불을 탄압하려고 해도 우리는 너무 너무 재미있고, 별일없이 잘 산다

* 내가 생각한 부분을 장기하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 즐겁게 장기하를 들으며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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