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말시티 애장판

십대 때 만화잡지 「윙크」에서 제일 좋아했던 작품이 『노말시티』고, 지금도 강경옥 선생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몇 년 전에 다시 봤을 땐 시스템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개인들이라는 점으로 뜨문 뜨문 연결돼 있는 세계관이 허술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한 작품에 정치 경제 문화 권력관계 등등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골고루 안배되어 있을 필요는 없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방해되지 않을 만큼만 다루는 게 더 맞겠다 싶었다. 정부는 그냥 '케인' 사령관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 뿐이고, '트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주인공 '마르스'가 이들 한정된 인물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마르스가 겪는 내적 변화가, 많은 순정만화가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거고.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강경옥 쌤의 리즈 시절은, 적어도 그림체 만큼은 바로 이 때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림이 너무 섬세하고 예쁜데 특히 눈이 너무 아름답다. 순정만화에서 눈이 내면을 비추는 창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정확하지 않음;) 백마디 말보다 눈으로 다 된다. 눈이 설득력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중학교 때 넋 놓고 읽던 기분을 다시 느꼈다.

 

2차 창작 외 않해조?

 

그래서 아쉬운 게, 요즘 연재됐더라면 정말 온리전도 열리고 다양한 2차 작품들도 나올만한데, 20년 전에는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아쉽다...ㅠㅠ 2차 창작 보고 싶어ㅠㅠㅠㅠ 비너스, 시온, 이샤, 가이, 마르스, 완전 어떤 조합이든 무궁무진하지 않냐고요... 미쉘도 그렇고, 메두사 애들도.. 홍당무도 있고< 기본적으로 그림이 미형이라서 다 예쁘고 성격 지랄 같고 ㅋㅋㅋ 완전 2차 창작하기 좋은데... 더군다나 비너스가 마르스 여자일 때 남자일 때 다 좋다고 ㅠㅠㅠ 완전 ㅠㅠㅠㅠㅠ 비너스 X (마르스 to 가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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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얼빠가 된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순정만화인데;;; 비너스 진짜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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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가운 여자 '미쉘'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성의 여자 '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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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컬러 불평하려고 찍었던 거지만;; 컬러보다는 흑백에서 그 섬세함이 더 살아나고 그리고 주인공인데요... 혼돈의 파괴자 '마르스'. 『별빛속에』도 그렇고, 모든 이야기는 십대 주인공의 내면의 회오리, 포풍 질풍노도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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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변신해도 넘나 이쁜 '가이' 이샤가 호구되는 거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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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밝고 곧은데다 사실은 착하기까지 한 '이샤'. 가이 한정 호구

 

어릴 때는 많이 따라 그렸었는데.. 이제 그림은 안 그리니까 뇌내 망상이나 펼쳐 봐야지ㅠㅠㅠ

 

애장판 사양 평가

애장판이 종이질과 인쇄가 좋아서 20여년 세월의 흐름이 쩌는 원판보다 좋은데, 하지만 컬러도 없고, 인쇄도 16페이지마다 얼룩이 묻어 있고, 오타도 있고, 띠지도 세상 성의 없이 만들어서 왜 둘렀는지 모를이고, 1권이 1쇄 발행한 2011년에서 4년 지난 뒤에야 2쇄 찍었는데 가격이 1,200원 오른 이유를 모르겠을 만큼 실망스럽다. 좀 신경 써서 만들어주지, 권당 9,800원이나 하는데 최소한 컬러는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책들 사양과 비교해서도 말이다. 이렇게 좋은 작품 애장판 찍을 거면 좀 잘 찍지 왜 찍은 건지 궁금함. 열심히 팔지도 않고... 띠지만 봐도 알 수 있다. 표지도... 그림 최대한 작게 넣은... 뭔 짓이어... 그럼 표지 좀 쌔끈하게 뽑던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디자인에.. 그리고 1권 첫머리에 머릿글로 작가의 말 한 번 들어가고 새로 그려주신 후기 같은 것도 하나도 없고.. 이럴 수가...

 

애장판 첨 나왔을 때는 단순하게 구판 있으니까 관심 없었던 건데, 뒤늦게 그림이 조금 추가되고 연출이 바뀐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당장 샀더니. 1권 앞부분 수정 부분은 미리보기로 보자마자 눈치 채서, 뒤에도 금세 알 줄 알았는데 적어도 5권까지 읽은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놓친 건지, 없는 건지..

 

하지만 섬세한 그림이 잘 살아나서 넘 좋다. 살까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후회는 없다. 나는 다 갖고 있지만(강제 분실당한 『17세의 나레이션』 제외ㅠㅠ) 쌤 작품들 다 재판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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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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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혼자 뻐렁쳐서 만들어 봄

 

오렌지가 왜 블랙인가 했는데 오렌지는 새로 입소한 재소자가 입는 유니폼 색깔이고, 블랙은 잘나간다? 핫하다? 뭐 그런 뜻이라고 카더라<

 

<블랙 미러> 보려고 넷플릭스 가입했는데, 어쩌다 이걸 봐가지고 아직 블랙 미러는 시작도 못 했다. 보고 싶은 드라마도 영화도 많은데 오뉴블 끝날 때까진 도저히 다른 걸 시작할 수 없다. 며칠 전부터 시즌 5 보기 시작.

 

시즌 1

예전에 미국 남자 교도소 드라마 <오즈>를 충격과 경악 속에 매화 두근거리며 즐겁게 봤던 기억 때문에, 오뉴블도 시작부터 긴장하고 봤다. 예를 들어 주인공 '채프만'이 의도치 않게 반입한 나사 드라이버를 도난당했을 때, 아, 저걸로 사람 하나 죽겠구나 하는 짐작은, 그 도둑이 바로 구여친과 그 구여친의 애인을 죽인다고 협박하던 '부'라는 게 드러났을 때 확신이 되었다. 하지만 부는 날카로운 쪽을 천으로 꽁꽁 감싸서 손잡이로 삼고, 오히려 원래의 손잡이를 자위도구로 평화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죽여버린다고 으르렁 협박했던 구여친과의 갈등은, 구여친 출소날 오히려 그동안 못살게 굴어서 미안하다며 키스-ㅁ-까지 할 뻔하며(교도관 제재로 불발) 화해롭게 해소된다. 아니 뭐 이렇게 다정해요...? 왜 안 죽여요...? ㅋㅋㅋㅋ 오즈에서라면 사람 열 댓 명은 죽고 남았을 시간에, 대부분의 충돌이 아주 적은 물리적 폭력과 많은 언어적 폭력으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나는 여자들만 우글거리던 내 중학·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 편하게 봤다. 다양한 무리가 생겨나고 서로 미워하고, 말싸움하고, 화해하고, 때로는 끝까지 척을 지면서도 서로 보살펴주고, 서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여자들끼리 있으면 다 비슷하구나 싶을 만큼 친숙했다. 학교도, 특히 고등학교 때는 잠자는 시간 외엔 거의 학교에 말그대로 '갇혀' 있기 때문에 더 비슷한 조건이기도 하다.

 

감옥이라는 힘든 공간보다 여러 관계성에 촛점을 맞춘 시즌1을 보며 여러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자연스레 시즌 2도 봤다. 사실 신랑이 볼 때 흘끗 보다가 시즌 2 쫌 보고 넘 재밌어서 1부터 본다니까 신랑도 같이 다시 달려줬던 거지만 ㅎ

 

시즌 2

시즌1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건 이 사람들이 각각 다양한 개성이 있는 '인간'이라는 걸 보여줬는데 시즌 2에선 여자 고등학교 같은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비'라는 갱스터 한 명 때문에 <오즈>로 바뀌어 버린다. 이 한 명이 마피아 놀이에 심취하며 여러 반대 세력을 만들어내고, 예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선 최악의 선택을 하고 가장 잔인한 면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특히 '미친 눈깔Crazy Eye'를 통해 보여준다. 아 저 미친 갱스터 때문에 세상 불편한 마음은 다행히... 스포라서 생략하지만 한 매듭을 짓지만, 그 비꾸라지 하나 때문에 이후에도 각 세력 간 대립은 오래도록 남아 때로 격화된다.

 

시즌 3, 4

갱스터 무비가 매듭돼서 이제 뭔 얘기를 하려나 했는데 미국 교도소 문제의 핵심, '민영화' 얘기가 나온다. 나름 재소자들의 인권과 복지, 사회복귀라는 관점을 탑재한 채 교도소 책임자로 부상한 '카푸토'는 교도소가 폐쇄되어 교도관들이 직장을 잃는 걸 막아냈지만, 교도소의 새로운 주인인 기업 'MCC'는 최대한 비용을 줄여 이문을 남기는 것, 오직 그것에만 관심 있을 뿐 교도 행정에 대한 어떤 관심도 없다. 위로는 악덕 사업주 MCC에, 아래로는 문제제기하는 교도관들과 재소자들 사이에서 카푸토는 인간성을 잃지도 않고, 일도 잘 해 내고 싶지만, 둘 다 잘 안 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교도관을 모두 자르고,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던 이들을 새로 교도관으로 임명하지만, 카푸토의 의사와 달리 강압적 교도 행정을 펼치던 교도관들에 의해 사망자(ㅍㅅ.....ㅠㅠㅠㅠㅠ 진짜 미친듯이 울었다ㅠㅠㅠ)가 발생하고, 급기야 재소자들은 폭동! Riot! 집단 행동에 돌입한다. 그런데 시즌 4가 너무 충격적으로 끝나서 5를 바로 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 5

아직 반 정도 봤다. 4에서 폭동으로 끝나 5는 정말 이 폭동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러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이 폭동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예상치 못 한 면을 보여줄 것이 기대됐는데... 실로 그러하다. 나치들도 재소자들 공공의 적이 교도 당국임은 인식하고 있을 정도지만 조직되고 단결되긴 애초에 글렀고, 각자도생하는 오합지졸 무리라고 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다는 듯 그냥 난장판인데 ㅋㅋㅋ 근데 테이스티 때문에 진짜 뻑하면 미친듯이 울고 있다. 완전... 너무 슬퍼서 미치고 돌아버림 ㅠㅠㅠㅠㅠㅠㅠㅠ 다 보면 한 줄 더 추가해야지

 

기타

각 회마다 그 회차 주요 인물의 어린 시절, 범죄 행각 등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는데 그게 현재 시점의 사건과 맞물려서 인물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그게 그냥 우리 다 아름다운 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 사람의 행동을 합리화한다기보다 모든 인간의 현재는 어떤 과거의 결과이고, 그 과거에는 여러 사람/시스템이 연관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모든 사람이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안타깝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증오스럽기도 하다. 위선력 폭파하는 교도관 힐리처럼. 힐리의 삶은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절대적으로 권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교도관'이라는 직업 자체가 갖는 업무적 속성이, 교도관의 사상을 갉아먹고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가족과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게 만든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 최애캐는 미친 마약쟁이 '니키'인데 ㅎㅎㅎ  눈 밑을 더 진하게 화장하고 폭탄 맞은 머리하고 다니는데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너무 섹시한데 엄청 다정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랑 잘 지낼 수밖에.. 그 갭모에가 너무 좋은데 3, 4에서 최고보안시설에 갇혀서 많은 활약이 없어서 오뉴블 보는 재미가 좀 시들했다. 4에 돌아와서 너무 좋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간략하게 시즌별 진행 상황(?)을 정리해 두고 싶었다. 이후 포스팅은 인물별로 하나씩 써야겠다. 니키, 테이스티, 푸세, 수녀님, 알렉스, 디야, 버넷, 힐리 등등.

영원히 안 써서 그냥 소소하게 이 포스트에 업데이트해 둔다..ㅜ

 

푸세

다들 알다시피(?) 푸세 역의 배우 사미라 와일리는 2017년 3월 오뉴블 작가 중 한 명이랑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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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6

갓렉스에 따르면며칠 전 마지막 촬영이 있었다고 한다. 6월에 볼 수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