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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나를 괴롭히는 여자애가 있었다. 걔는 내 뒤에 앉아서 내 등을
주먹으로 막 때리면서 시험지를 보여달라 했다. 그 밖의 기억은 잘 안 난다-_-
다만 엄청 괴롭힘당했다는 것만은 뚜렷이 기억난다. 나는 걔를 생각할 때면 아주 화가 났지만
평소에는 그냥 잊고 있었다-_-;;;;
그러다가 2학기 되었다. 그 때는 줄을 서서 교실 문이 열리길 기다렸는데
아니다 그 때 아니고 쉬는 시간인 것 같은데 걔가 건물 출입구에 앉아 있었다.
그 등이 어찌나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던지, 갑자기 내가 얘보다 힘도 쎈데?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야!"
"...(뒤돌아본다)"
"너 앞으로 나 때리면 죽어"
"..."
상황은 이렇게 역전되었다....-_-
난 내가 걔를 이긴다는 걸로 흐뭇해서 걔를 괴롭힌 적은 없는데 내 꼬봉처럼 생각했다.
걔는 집이 멀어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동네에 장미가 예쁘게 핀 집이 있다고 해서 하나 따오라고 했다.
이게 내가 유일하게 시킨 일인데, 버스를 타느라 갖고 오기 힘들고 아줌마한테 걸리면 혼난다고
자꾸 안 따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버럭 화를 냈는지 어쨌는지 시킨지 며칠이 지나서
월요일 조회 시간에 분홍색의 홀라당 뒤집어진 예쁜 장미를 갖다 줬다. 그 얼굴에 서린
의기양양함이란... 칭찬받고 싶어하는..-_-
근데 그걸 선생님이 "우리 은정이가 선생님 주려고 꽃따왔구나" 그러시길래
"예;; 예;;" 하고 어리버리하게 빼앗겨 버렸다-ㅁ-
그 뒤로 선생님 책상에 있는 꽃을 보며 기분이 아리송했다. 웃기다.
걔한테 또 꺾어오라고 시켰지만 흐지부지되었다.
그냥. 나한테는 힘을 자각한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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