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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5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1)
    무화과
  2. 2006/02/04
    아무것도 아닌 일(1)
    무화과
  3. 2006/01/28
    완전한 사랑(3)
    무화과
  4. 2006/01/27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3)
    무화과
  5. 2006/01/22
    지리산(1)
    무화과
  6. 2006/01/20
    지율스님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일-자전거를 타자
    무화과
  7. 2006/01/18
    내 마음을 울린 글(3)
    무화과
  8. 2006/01/18
    전문가 나부랭이 따위가 되기는 싫어(2)
    무화과
  9. 2006/01/17
    상처(5)
    무화과
  10. 2006/01/17
    흐린겨울날
    무화과

땅이 끝나는 마을에서


땅끝마을의 포구. 보길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곳이다.

 

 

 

땅이 끝나는 마을에서 바람은 육지로 되돌아간다.

떠나는 사람들은 차마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닷길로 들어선다.

 

땅이 끝나는 마을에서

나의 사랑도 끝나고

나의 희망도 끝나고

내 인생의 한 문단이 마침내 끝을 맺는다.

 

끝은 시작과 닿아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시키지만

다시,

어디에서부터 그리고 어떻게

다음 한문단을 써내려갈지 나는 알지 못한다.

 

땅이 끝나는 마을을 내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와서

내 소중한 시절이 일단락됨을 느끼는 건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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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것으로부터 배움

미황사 대웅보전

 

 

해남의 한긋진 곳에 자리잡은 미황사에 들렀다.

절 뒤의 여전히 아름다운 바위산은 마치 절을 감싸고 있는 병풍인듯 하였다.

미황사의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불의 삼존불이 모셔져 있었다.

 

미황사의 대웅보전은 드물게도 단청이 없는 목조건물이다.

목조건물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이나

전쟁등과 같은 인간들의 죄로 인해 타 없어지기 때문에

오래된 것일 수록 그 가치가 훨씬 더 보태지게 된다.

그러한 희소성이 아니더라도 목조건물은 오래될 수록 그 자태를 뽐낸다.

미황사의 대웅보전은 화려한 단청이 없지만, 단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세월을 먹어 매끄러워진 나무기둥처럼 은은한 감동을 준다.

단청이 있는 다른 건물의 경우도 원색의 눈부심보다는 닳고 헤어져

색상들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나도 목조건물처럼 나이먹고 싶다.

나이들어감에 따라 더 단아하고 아름다운 인격을 갖추고 싶다.

단청의 색깔들이 서로가 뽐내다 서로를 아끼게 되는 것처럼

내 인생도 지금은 나를 뽐내고 있지만,

세월을 먹어감에 더불어 아끼는 그런 모습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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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김남주 생가

 

 

집안풍경

 

 

IMF로 아버지가 실직했던 그 때, 무능력한 대통령과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사회가 그냥 싫었던 그 때,

우연히 김남주를 만났다.

 

그의 시는 나의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나도 김남주처럼 시인이 되겠다고

김남주처럼 시를 무기로 이놈의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남도여행도중 해남의 자그만 길에서 '김남주생가'라는 표지판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김남주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은 전형적인 남도의 농촌이었다.

붉은 흙, 흙보다 더 붉게 그을린 농부들. 이 마을에서 시인 김남주의 사상이 태어났다.

그리하여 나또한 나의 시가, 나의 노래가, 나의 운동이, 나의 삶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되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시의 요람 시의 무덤

 

                                                                                        김남주

 

<과거의 시는 표현이 내용을 능가했다.그러나 미래의 시는 내용이 표현을
     능가할 것이다〉 ―마르크스

  

당신은 묻습니다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되었느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쟁과 그날그날이 내 시의 요람이라고

 

당신은 묻습니다 
웬놈의시가 당신의 시는 
땔나무꾼 장작 패듯 그렇게 우악스럽고 그렇게 사납냐고 
나는 이렇게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싸움이란 게 다 그런거 아니냐고 
하다 보면 목청이 첨탑처럼 높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도 나오는 게 아닌냐고 
저쪽에서 칼을 들고 나오는 판인데 
이쪽에서는 펜으로 무기삼아 대들어서는 안되느냐고 
세상에 어디 얌전한 싸움만 있기냐고 
제기랄 시란 게 무슨 타고 난 특권의 양반들 소일거리더냐고

 

당신은 묻습니다 
시를 쓰게 된 별난 동기라도 있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혁명이 나의 길이고 그 길을 가면서 
부러진 낫 망치 소리와 함께 가면서 
첨으로 시라는 것을 써보게 되었다고 
노동의적과 싸우다 보니 몽님과 함께 노동자와 함께 
피흘리며 싸우다보니 
노래라는 것도 나오더라고 저절로 나오더라고 
뜨는 해와 함께 밀씻개가 되기 위하여 오늘 밤에 써라 
쓰는 쪽쪽 어둠으로 지워가면서 써라 찢어가면서 써라 
사후의 부활? 아나 천주학쟁이 너나 먹어라 내던져주고 써라 
사후의 평가? 아나 비평가 너나 처먹고 입심이나 길러라 하고 써라 
네가 쓴 시가 깜부기가 될지 보리밥이 될지 그것은 농부에게 맡기고 써라 
네가 쓴 시가 꼴뚜기가 될지 준어가 될지 그것은 어부에게 맡기고 써라 
네가 쓴 시가 황금이 될지 똥금이 될지 그것은 광부에게 맡기고써라 
네가 쓴 시가 비싸게 팔릴지 싸게 팔릴지 그것은 임금 노동자에게 맡기고 써라

 

그러면 시가 쓰여질 것이다 술술 
쓰고 싶지 않아도 쓸려고 용을 쓰지 않아도 쓰여질 것이다 
생똥을 쌀려고 용을 쓰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도 똥구녁에서 
걸직한 것이 막힘없이 거침없이 빠져나오듯이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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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여행

해남의 천일식당

 

강진의 해태식당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도 소개되어 있는 맛집들.

가격은 나같은 사람들이 먹기에는 비싼편이지만

음식이 나오면 너무 쉽게 비싼 가격이 납득이 되어버린다.

고백하건대 이 여행을 위해 3일동안 잠시 채식을 중단했었다.

 

남도음식이 워낙 맛있긴 하지만,

떡갈비며, 낙지며, 석화며, 홍어며, 남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감태며

이름도 모르는 각종 젓갈, 해삼 멍게와 같은 해산물, 하다못해 멸치볶음까지

모든 음식맛이 환상이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은 아무래도

나에게는 검으튀튀할 정도로 셔 꼬부라진 신김치

 

신김치 생각에 글쓰는 도중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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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는 나날들

원래 지금 이 시간에는 평택 대추리에서 비폭력 트레이닝을 하고있어야 한다.

약간 늦게 일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왠지 안가게되었다. 가고싶은 마음이

많았는데도 그저 안가게되었다.

아니면 오늘 10시에 느티나무에서 있는 기자회견에 가야했다.

이것은 시간도 충분했다. 가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으나

왠지 안가게되었다. 가기 싫은 마음은 없었다.

 

머리속이, 삶이 텅 비어버린것 같다.

요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딱히 즐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히 슬프지도 않고.

머리와 마음이 텅비어버렸다.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어서일까?

무엇을 하기에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이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생각도 없는 나의 젊은 날에 어떻게 미안함을 전할까.

 

그냥 경찰에 먼저 연락을 해서 빨리 수감될까 생각도 해보지만,

감옥은 피할수는 없다고 해도 전혀가고싶지 않을 곳이기때문에

그러고 싶지는 않다. 물론 늦게들어간다고 뭐 다를바는 없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아무생각도 없이

그저 숨쉬고 그저 밥먹고 그저 술먹고 그저 사는것은

 

싫다.

싫다.

싫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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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몸바쳐 마련한 내 자전거

색상이 너무 맘에 든다.

무광택의 은은함과 붉은 빛의 선명함이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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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밟는 소리

(친구가 다녀온 소백산의 사진)

 

 

밤새 눈이 하얗게 왔다.

눈 밟는 소리를 나는 좋아한다.

 

뽀도독. 뽀도독

 

살며시 내딛는 발걸음은

아직도 세상에 막 나온 어린 송아지의

첫발자국과도 같은 느낌이다.

뽀도독. 뽀도독.

 

그리고 눈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괜찮다. 괜찮다.고 한다.

내리면서 뿐만아니라

내 발밑에서 사각거리며

나에게 이야기한다.

 

뽀도독.뽀도독.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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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울려요


 

 

그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을 울려요
1분도 1초도 안쉬고,
내 마음을 울려요

그 사람은... 나한테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첨 봤어요

난, 최고의 사람을 만난 거에요
최고의 마음을 지금 만나고 있어요


 

드라마를 볼 때, 전경의 마음을 울리는 고복수의 마음보다

이런 마음씀씀이의 전경의 마음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마음을 울리다.는 뜻을 이제 슬슬 알아가고 있다.

어쩌면 나의 얼굴은 늘상 웃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늘상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1분 1초도 안쉬고 울리는 그 마음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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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세상무엇에든 소리가 있대요

빗소리가
오늘은 조금 우울하네요

기도를 들어줄까요
저 빗소리가 말이죠
잘 지내시고 계시죠?

그리고 말이죠
소리가 있는 모든것은 아름답다는 말을 믿어요

요즘은 사실 힘이 없지만
힘을 내야죠
잘 지내시라고 기도 드려요

세상 모든것에는 소리가 있고,
소리가 있는 모든것은 아름답다고
저 빗소리처럼

잊지 마세요^^

 

고마워

난 빗소리에 실려오는 너의 기도를 들을수 있어

우린 같은 주파수를 가졌거든

 

세상속의 우리도 각자의 소리를 가지고 있을거야

나의 소리는 너의 소리와 같은 주파수로 만나서

서로 공명해

 

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소리를 듣고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거야

 

잘지내렴

빗소리에 나의 기도도 실어보낼께

 

 

나를 여전히 울리고 있는 고마운 마음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딘선가 들려올것 같은 소리들에

귀를 종긋 세우게 된다.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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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특별한 기억은 추억이 된다.

일상의 소소한 일조차도 특별한 기억이 되면

추억이 되고 그 기억의 영역에 다른 이들이 침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득 채널을 돌리던 티비에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흘러나온다.

나에게는 특별한 기억의 이 노래.

사실 이노래가 알려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에게만 특별했던 노래가 모든이에게 알려지고,

또 사랑받고, 또 특별해지는 것이 썩 기쁘지는 않았다.

나만의 추억의 영역을 누군가가 빼앗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추억은 끊겼다.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간만이 나에게 남아있을 뿐이다.

벌써 세월이 꽤 흘렀지만, 내 추억은 그 시간대에서 멈추었다.

짧은 추억은 그 보다 더 긴 시간동안 그저 리플레이 될 뿐이다.

기억은 단절되었고, 추억으로부터 심지어 나는 아무것도 상상해나가지도 못했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다.

 

이제 추억은 아무래도 좋다. 추억할만한 기억의 단절 또한 아무래도 좋다.

그저 난 내가 그리고 모두가 웃는 얼굴로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보다도 바로 나와 네가 웃는 얼굴로 남아있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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