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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망가진 마음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때의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못 볼 것을 보기라도한 듯한 그 눈빛과
눈빛마저 휘돌리며 돌아서는 발걸음을.
기아가 7년만에 1위로 올라갔다고 해서 잠깐 풀리는 듯 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
내 마음이 그래서인지 한강을 쭉따라 하늘이 오늘따라 더욱 우중충하다
자유로를 내달리는 버스가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것이 아니라
자욱한 공기를 해치며 미끄러져 가는 듯 하다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이게 뭐냐....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일까,
하루 종일 전화기를 방치해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녁늦게 확인해보니
한통의 전화도 문자도 오지 않았다. 아... 평통사에서 단체문자가 한통 오긴 했다.
핸드폰 밧데리 충전하는 주기가 굉장히 길어졌다.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날은 왠지 씁쓸할 법도 하건만
이제는 퍽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다.
딱히 즐거운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심심한 주말도 아니다.
야구경기가 있었다면 좀 더 즐거웠으려나?
씁쓸하지는 않아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주욱 훑어 내려봐도
선뜻 전화 걸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
아마도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잘못 산 물건을 환불하러 엄마와 동생이 나가서
혼자 조용히 집에 있는 주말의 밤
이런 상황이 제법 익숙해졌지만
무엇을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한지라 계획을 세우고 살아본적이 거의 없다.
뭐 되는대로 막 산것은 아니었지만, 좋게 말하면 항상 그때 그때에 충실했던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겠다.
그래도 지루할 틈 없이 세월이 흘러갔으니 아무래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재미있는게 인생에 어떤 법칙이 작동한다는 느낌이 든다.
숫자로만 이루어진 공식에 따른 법칙이 아주 묘하게,
그래서 내 인생이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도
지나고보면 꼭 이렇게 될것이 정해져있었던것 마냥 느끼게 된다.
앞날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내 인생이 나름의 규칙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는건가?
재미있기는 한데 살짝 씁쓸한 웃음이 배어나온다.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대학시절엔,
내가 병역거부운동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병역거부라는 것을 모르기도 했었거니와,
조직적으로 병역거부운동에 동참하고 나서도
병역거부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게 될거라고 눈꼽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학생운동 5년 후 갑작스럽게 병역거부운동을 하게 되었다.
전쟁없는세상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학생운동할 때처럼 '죽을 때까지 이것만 한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내 인생이 튀어온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한 10년, 전쟁없는세상에서 그 정도 하면 그만두고 다른일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꼭 10년을 기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숫자가 10이었나보다.
그런데 또 5년이 지난 지금,
5년 전에 예상외로 전쟁없는세상을 시작했던것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이 튀어가고 있다.
무슨 경제개발5개년계획마냥 내 인생을 5년단위로 끊어서 계획을 세운것도 아닌데,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밤에 하늘에 대고 스스로에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담 앞으로 5년 후
또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인생이 다른방향으로 튀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5년후를 준비하기보다는
역시나 지금 잘 살도록 노력하자.
세상에 책 한 권 빌리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대학교에 냈던 등록금이 얼만데, 졸업생이라고 책을 안빌려 준단다.
서울에서 내가 이런 저런 소비를 하며 내는 간접세가 얼만데,
서울 시민이 아니라서 책 안빌려 준단다.
하는 수 없이 지하철로 두 정거장 부천쪽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또 한참을 깊숙히 올라가야하는 부천 중앙 도서관에 가게되었다.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마냥 대한민국정부가 도서관 억제정책으로 탄압이라도 하는건지
왜 도서관이 사람들이 가기 힘든 곳에 꼭꼭 숨어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고 가보니 해는 안보이고 바람은 선선한데도 등자락이 땀에 흠뻑 졌었다.
뭐 산속에 있으니 공기하나는 좋더라만, 대중교통을 가기 불편한 곳이라서 자전거를 탔더니
자전거길도 만만치 않더라.
땀흘리며 힘을 쓴 나머지 도서관에서는 조금 잤다. 물론 핑계다. 나 원래 의자에만 앉으면 잔다. 혹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서도 잘잔다. 딱해보여 자리 비켜주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다.
생각해보니 부천 중앙도서관 예전에도 한 번 와본적이 있다. 아마도 7,8년 전쯤이리라. 오죽 다니기 불편했으면 그 이후에 와볼 생각을 안했을까 싶다. 암튼 가보니 도서관의 위치 빼고는 다 괜찮은것 같다. 몰랐었는데 회원가입해서 책도 빌릴 수 있었다. 내가 찾던 책중 하나는 없었지만 그 정도쯤이야.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일도 가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어제 오늘 자전거를 탔더니 왼쪽 발이 또 아파온다.
지난 설 연휴전에 집회 참가후에 피로때문인지 통증이 오더니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않고 그렇다고 악화되지도 않고 미세하게 남아서 은근히 신경쓰이게 한다. 아마 내일 도서관 안가면 이것이 핑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노래듣기. 자전거 타기. 책읽기(이건 최근들어 가능해진것). 야구보기(경기 생중계와 그 이후에 기사검색). 역시 도서관 가야겠다. 안그러면 하루 종일 야구만 보다가 후회하며 잠들테니.
갑자기 머리를 잘랐다.
물론 머리가 제법 길어서, 게다가 부쩍 더워진 날씨를 고려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자른것이 한 4개월 전 쯤 됐으려나.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마치 그 동안의 시간들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새겨져 있기라도 한 듯이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그 절단면으로 모든게 새어나가기라도 할것처럼 느끼며
지금 이 순간들을 지나기 전까지는 머리를 자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이 정도의 길이면 될까요? "는 물음에 "더 잘라주세요"하고 대답해버렸다.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남겨진 부분들을 다 잘라버리려고 한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 뱉은 한마디 대답에 은빛 가위날이
싹뚝 싹뚝 성큼 성큼, 머리카락들은 비명을 지르며 길이가 짧아져갔다.
지금 남아있는 머리카락들은 최근의 것들이라서 그 시간들이 하나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데... 그런데... 안경을 쓰고 머리를 바라보니 맘에 안든다ㅠㅠ 괴상망측하다ㅠㅠ
불쑥 머리가 자라나면 좋겠다. 그 길이만큼 새로운 기억들이 입력될 시간이 문득 지나버리면 좋겠다.
자기혐오와 자기학대의 퍼포먼스
이것들이 사실은 자기 방어의 측면에서 위악이라는 말에 백 번 동의한다.
하지만 때로는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전혀 몸이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으니...
이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학의 퍼포먼스가 끝나지 않는다면 나는 글이라는 것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글을 써내려가지 않는다면 이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학의 퍼포먼스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득 깨닫고 난 후, 벗어날 길이 없는 뫼비우스띠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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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잘 짓고 와요. 하루쯤 비오라고 기도해줄께 ㅋㅋ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