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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리를 잘랐다.
물론 머리가 제법 길어서, 게다가 부쩍 더워진 날씨를 고려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자른것이 한 4개월 전 쯤 됐으려나.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마치 그 동안의 시간들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새겨져 있기라도 한 듯이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그 절단면으로 모든게 새어나가기라도 할것처럼 느끼며
지금 이 순간들을 지나기 전까지는 머리를 자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이 정도의 길이면 될까요? "는 물음에 "더 잘라주세요"하고 대답해버렸다.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남겨진 부분들을 다 잘라버리려고 한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 뱉은 한마디 대답에 은빛 가위날이
싹뚝 싹뚝 성큼 성큼, 머리카락들은 비명을 지르며 길이가 짧아져갔다.
지금 남아있는 머리카락들은 최근의 것들이라서 그 시간들이 하나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데... 그런데... 안경을 쓰고 머리를 바라보니 맘에 안든다ㅠㅠ 괴상망측하다ㅠㅠ
불쑥 머리가 자라나면 좋겠다. 그 길이만큼 새로운 기억들이 입력될 시간이 문득 지나버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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