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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걸어서 출근했다. 어젯밤 비가 온 거리는 아직 군데군데 축축하다.
최근에 알게된 논둑길로 질러오니 시간도 덜 걸리고 차도 없어서 좋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귓바퀴를 때리는 바람이 이어폰 노래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이제 봄이라고 옷을 가볍게 입고 왔는데 살짝 후회된다.
잠시 구름사이로 햇볕이 비칠면 한조각 따스한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아침 논둑길을 걸으며 마음껏 노래를 불러제낀다.
루시드폴, 오소영, 시와, 옥상달빛(최근에 한 회사 친구가 나보고 노래 취향이 줏대있다고
묘한 뉘앙스로 말했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줏대있는 거 같다ㅋㅋ)
한 명이라도 듣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목청을 높여 부르지는 못했을텐데.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한다. 노래 실력은 형편없지만, 때로는 스스로도 좋은 노래 망치는 거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랴 노래부르는 것이 좋은 걸,
회사 친구들이 나보고 노래 부를 때 참 행복한 표정이라고 했는데,
참 행복하기 때문에 참 행복한 표정이 나오는거다.
기분이 좋을 때는 산뜻하고 행복한 노래를, 기분이 우울한 때는 차분하고 슬픈 노래를
아무도 없는 방이나 길을 걸으며 듣고 따라 부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노래 잘하는 게 꿈이고, 노래 잘하는 사람이랑 사는 게 꿈이지만,
뭐 노래 좀 못해도 상관없는 거 같다. 노래 잘해서 남들까지 기쁘게 해주면 좋겠지만,
노래 못하는 나는 나 혼자만 기쁘게 해줘도 된다(나 혼자만 기쁘게 해 줄수 있을 뿐이다)
내 노래가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기쁘게 해준다면, 그게 나 자신일 지라도,
그게 노래를 들어서 기쁜 것이 아니라 불러서 기쁜 것이라도 어때 뭐.
그거면 충분하다. 내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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