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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막상 그 일을 접했을 때는 걷잡을 수없는 감정이 솟구치지만 생각보다 쉽게 감정은 가라앉고 잊어가게 된다. 또 어떤 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정의 굴곡을 견딜수 없을 거 같아 억지로 외면하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고 자꾸만 생각나고, 그냥 생각나는 것도 아니라 자꾸 마음 속을 파고들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핸드폰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는거지? 들어갈 거 같다. 내 핸드폰 삼성애니콜이다. 작년 이맘때쯤 쓰던 핸드폰이 갑자기 망가져 급하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016번호를 바꾸기는 싫고 공짜폰을 해야겠고 하다보니 선택할 수 있는 기종이 몇 개 없었다. 나머지는 디자인과 크기가 거의 효도폰 수준이었다. 애니콜이라 찝찝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품질은 좋자나 별 망설임없이 애니콜로 골랐다.
핸드폰에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나서 저 죽음의 냄새 풀풀 풍기는 삼성 핸드폰을 던져버리고만 싶다. 나도 그 죽음에 일조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여러 생각을 해본다. 핸드폰을 바꾸고 이 기계를 삼성 본사앞에 가서 길바닥에 패댕이치고 마구 밟아서 산산조각 내 버릴까. 아직 약정기간 안끝나서 또 번호이동 하려면 위약금 십 몇만원 물어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삼성'이라는 거대하고 악랄한 권력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괜한 무력감도 들고, 삼성을 어떻게 한다는 건 둘째치고 저 피냄새 가득한 핸드폰은 어째야 할 것이며, 아무것도 영향을 끼칠 수 없다해도 이대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스스로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을 피하는 것 같아서 싫고...
일단 삼성 제품 이제 죽을때까지 하나도 안쓸거라는 다짐, 무겁게 어렵게 해본다. 말은 쉬워도 삶은 어려운걸 알기 때문에 어렵게 다짐해본다. 그건 그거고 이 핸드폰은 어째야할까? 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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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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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올림' 활동을 시작한 뒤 전화를 바꾸게 되었을 때 차마 삼성 것을 살 수는 없었지만, 이미 집에 있는 삼성 제품들은 어째야 하는지 님과 똑같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그런데 삼성 브랜드가 찍혀있지 않은 전자제품들에도 그 속의 반도체칩이나 모니터 등은 삼성에서 만든 것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전 세계 반도체와 모니터의 1/4이 삼성 것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LG건 모토로라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님의 표현처럼 피냄새 가득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쓰던 삼성 제품을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 뒤에 또다시 새로운 제품을 사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쓰고계신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박지연씨를 추모하는 문구나 사진을 핸드폰 바탕화면에 넣어두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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