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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그리고 중독..

제목을 저렇게 적어 놓고 보니 문득, 아무래도 내 블로그의 영원한 화두는 어쩔 수 없이 '열정'과 '중독'이 될 것 같다. 한겨레 신문에 매주 토요일에 시리즈로 실리는 글 중, 안도현의 '시와 연애 하는 법'이라는 글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 있다. 지난주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첫째는 술을 많이 마셔야 하고 둘째는 연애를 많이 해야 하고 셋째는 많이 읽으라는 얘기가 실렸다. 오늘 아침에 화장실에서 읽은 두번째 시리즈에서는 다른 내용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고 '열정'이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정에 대해서 부연 하기를, 시를 쓰거나 글을 쓰는데는 잠재적인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을 각오로 덤비는 열정을 가지고 하면 언젠가는 꼭 써진다는 말이다.

 

나는 지난주에 읽은 내용에 대해서 너무나 큰 공감을 얻었고, 우스개 소리 같지만 그 세가지는 내가 모두 무탈히 소화하고 있는 것이라서 더욱 용기를 얻었다. 그렇다고 내가 글쟁이가 또는 시인이 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 세가지는 다른 어떤것을 하더라도 충분히 필요한 조건이 됨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우선 술을 많이 마셔야 된다는 말에서 중요한것은 술이 아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술이라는 매개체는 '소통'을 위한 도구이어야지 주정을 부리기 위한 약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지루한 일상 너머를 꿈꾸는 일"은 시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연애를 많이 하라는 주제에 담긴 내용은 천하의 바람둥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무릇 모든 연애는 나 아닌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연애시절에는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연애의 상대와 자신의 관계를 통해 수없이 많은 관계의 그물들이 복잡하게 뒤얽힌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리고 훌륭한 연애의 방식을 찾기 위해 모든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중략, 연애감정도 없이 시를 쓰려고 대느는 일은 굳은 벽에 일없이 머리는 부딪치는 것과 같다. 담쟁이넝쿨은 담하고 연애 하면서 담을 타고 오른다." 세번째로 말한 많이 읽어라에서는 "많이 읽은 것은 쓰기의 준비 단계이며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서이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나는 무척 공감하면서 읽은 시리즈다.

 



그것들을 실천이라도 하듯 너무도 유치하게도 점점 감정에 매몰되가는 것을 발견했다.. 술이야 언제나 먹는 것이지만 갑자기 작정하고 달려들어 마시기 시작하더니 원래 나의 주량을 두배 이상이나 넘겨 버렸다. 그래도 술이 취하지 않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말똥말똥 해지는 나를 보면서 미쳐가는구나를 되뇌이기도 했지만, 작심하고 하면 못할것이 없구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즉, 작심하고 먹으면 몸은 휘청거리더라도 이성을 쉽게 잃지 않는 다는 얘기이다. 연속 삼일을 그렇게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가기를 서너번, 계속 물똥이 쏟아진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기운이 없다. 그러면서 저녁에는 또 술을 마시는거다. 주량은 계속 넘겼다.. 신기하다, 취하지 않는다...다음날은 여전히 죽음이고..

 

그리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았는데 자꾸만 자신감이 없어지고 무엇을해도 즐겁지가 않다.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문제가 있는 심리상태를 그대로 나타내 주는 모습일텐데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일까?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딱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환멸'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것을 보면 그닥 심각한 상태는 아닐런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이 두가지는 주량을 초과해서 마신 술로써도 치료가 되지 않는 초큼 오래된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불안함의 실체는 무엇일까? 무엇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자꾸만 기분이 저조해지고 우울해 지는 것일까? 나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별거 아닌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 전전긍긍하는것 그러한 마음에서 불안한 것이 아닐까 라고 자위해 본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환멸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전부터 늘 가지고 있던 다시 말하면, 회의주의적인 모습과 끈질긴 인내심의 부족으로 바닥이 보이는 나를 발견해서가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많은 일에 인내가 부족했었고, 무엇이든 되지 않으면 남에게 요청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마음이 많았었던것 같다. 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지도..이러한 내가 과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삶을 살아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환멸은 나 자신에게 퍼붓는 말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대한 환멸에서 출발했다는게 훨씬 정확할지 모른다. 하루 아침에 말이 뒤바뀌는 사람들,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마음들, 하루 아침에 식어가는 열정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면서도 점점더 그 면역력은 약해져만 가고 있다. 어쩌면 환멸이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할 정도로 이미 세상에 대해서 미련이 없는건지도...그래서 끈질긴 근성, 열정이 식어 가고 있는지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세상이 자기 멋대로 굴러 간다고는 하지만, 책임지지도 못할 말과 행동, 그것으로 인해 상처 받는 타인을 나몰라라 하는 모든 것들이..

 

그래도 역시 중독되어 남아 있는게 있다면, 여전히 내 가슴 한켠에는 일말의 '열정'이 있다는 것.  그것을 발견할 때는 언제나 새롭다. 놀랍게도 그것이 나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환각물질인지도...환각에서 깨어 나는 날, 그 날은 내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환각물질을 주입하지않은 채 상큼 발랄한 인생을 살기에는 이제는 지쳐가고 있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으스러지듯 무거운 돌덩이에 눌려서도 빠져 나오고자 하는 안간힘이 조금만 남아 있다면 살아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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